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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Nov 05. 2020

터키의 골목엔 사자들이 산다.

[골목의 작은 사자들, 프롤로그]




처음 이스탄불에 도착했을 때, 이 도시는 내게 꽤 자주 카이로를 떠올리게 했다. 복잡함, 엄청난 인파,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소음, 그리고 길 위의 동물들까지. 다만 낙타와 나귀보다는 개와 고양이가 더 많다는 것만은 달랐다. 터키 사람들은 송아지만 한 개가 길 위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면 개를 피해 길을 지나고, 식사 도중 고양이가 맹랑하게 무릎 위에 뛰어오르면 자연스레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었다. 그래서일까, 이스탄불의 거리는 언제나 살아있는 것들의 활력으로 넘실거렸다.


몸집도 커다란 개들부터 까마귀, 비둘기, 갈매기, 아주 가끔 얼굴을 보여주는 돌고래까지. 수많은 동물들이 이스탄불에 살고 있지만 이스탄불의 골목에는 작은 사자들이 산다. 세상 그 어느 골목의 고양이보다 사랑스럽고 애교가 넘치지만, 골목을 설렁대는 그들의 모습은 드넓은 초원을 유유자적 거니는 사자에 가깝다. 발소리도 나지 않는 사뿐하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이 복잡하고 오래된 도시의 골목골목을 휘젓고 다닌다. 그리고 나는 그 작은 존재들에게 그야말로 푹 빠져버렸다.


집 발코니에서도 보이던 수천 년 된 피라미드보다는 우리 동네 과일 파는 청년의 인사가 매일 아침 나를 행복하게 했듯이, 이스탄불의 커다란 유적들보다 골목마다 마주치는 동물들이 나를 더 설레게 한다. 어쩌면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 해가 잘 드는 곳에는 언제나 고양이들과 멍멍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속 야옹이들이 몇마리인지 맞춰보세요.
이스탄불에 살면 까마귀도 친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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