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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Nov 11. 2020

진열장 위 고양이도 판매 중인가요?

[골목의 작은 사자들, 세 번째]



"여기 고양이도 판매 중인가요?"


궁금함을 참지 못해 결국 가게 문을 열고선 농담 반 진담 반의 질문을 했다.

핸드폰을 보고 있던 가게 주인은 내 얼굴을 한 번 그리고 내 시선이 가리키는 진열장 위를 한 번 쳐다보더니 껄껄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 아뇨. 원랜 작은 세라믹 제품을 올려뒀는데 저 작은 천 조각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저기에만 앉으려 하길래 결국 도자기를 치워버렸어요."


"고양이가 밥값을 톡톡히 하네요! 주인의 가게 홍보에는 꽤 도움이 되겠는데요?"


"아, 저 녀석은 제 고양이가 아니에요."


"아 그러면 친구의 고양이?"


"아뇨. 그냥 이스탄불의 고양이들 중에 한 마리예요. 우리 가게의 저 진열장 위가 해가 잘 들어서인지 마음에 들었나 봐요. 며칠째 문만 열면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서 저기에 앉아요. 사람이야 내 집 네 집이 있지만 이 녀석들은 도시 전체가 자기들 집이니까요, 우리 집도 그중 하나일 뿐인 거죠. 이 아름다운 도시에 못 갈 곳이 없는데 뭣하러 주인이 필요하겠어요?"


"음, 그러게요. 사람인 저보다 신세가 나은 것 같아서 갑자기 부러워지는데요? 요즘 동생이랑 같이 살 집을 찾는데 쉽지가 않거든요."


"아이고 이런, 저 녀석 경쟁자가 생긴 건가요? 진열장 위에 방석은 놔주지 못해도 차이는 한 잔 대접해줄 수 있어요. 잠시 앉았다가세요."


가게 주인과 이스탄불의 높은 집값, 관광객들이 많아질수록 오르는 물가, 이 근처 싸고 괜찮은 케밥 가게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두 번째 차이 잔을 건네받았을 때 가게 밖에서는 서양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아까 나처럼 고양이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이 웃으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 고양이 판매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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