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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Aug 19. 2022

제가 받은 생일 편지를 나눠드립니다.

당신이라는 내 삶의 훈장.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아마도 우리는 서로를 아는 사이일지도, 혹은 이곳을 통해 소통하는 사이일지도, 혹은 이 글을 통해 처음 만난 사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나와 어떤 관계이든 지금 이 글은 당신을 위해 쓰는 글입니다.

아니오. 사실 오늘 전할 글은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제가 맞지만 이 글의 중심에는 며칠 전 소중한 이에게서 받은 생일 편지가 있거든요. 혼자 간직하기엔 너무나 커다란 마음인지라, 저는 오늘 그 편지의 내용을 당신과 나누며 그 마음도 나눠가지려 해요.


제게는 어느덧 십 년을 꼬박 함께한 친구가 있습니다. 매일의 일상을 시시콜콜 나누며 일상을 함께하는 형태의 우정도 있지만 우리의 우정은 꽤나 긴 공백을 두고 이어지는 편이에요. 그녀와 나는 몇 개월에 한 번쯤 미리 날짜를 맞춘 후 영상 통화를 합니다. 두세 시간 정도 넉넉한 시간을 비워두고선 그동안의 서로의 안부와 마음을 나누고는 해요. 생일과 연말, 새해까지 모두 꼽아도 횟수로는 열 번도 되지 않겠지만 언제나 단단한 무언가가 우리 사이를 잇고 있지요.


종종 마음이 붙잡을 곳 없이 둥둥 떠다닐 때면 그녀를 찾게 됩니다. 그러면 그녀는 완벽하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음악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답장으로 보내옵니다. 누군가 제게 나의 영혼까지 살펴주는 사람이 있냐 묻는다면 아마도 주저 없이 이 친구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녀의 생일이 지난달 말에 있었고 저는 당일에 '내가 뭘 잊었더라' 하며 갸우뚱하다가 몰아치는 일에 그만 그녀의 생일을 놓치고 말았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야 뒤늦은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녀는 메시지를 읽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고, 나는 또 일이 바빠 금세 잊고 말았어요.


그리고 지난주. 제 생일이 있었습니다. 다소 정신이 없었던 생일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그녀의 연락이 와있었지요. 여느 때처럼 음악 한 곡의 링크와 함께요.

미처 잠이 깨지 않은 상태로 메시지를 읽다가 이내 정신이 또렷해졌어요. 그리고 이내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신 듯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하더니 온 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그녀의 허락을 구하고 메시지를 가져왔어요.



편지 속 훈장이라는 말이 제 머릿속을, 가슴속을 윙윙 돌고 있었어요. 가만히 살펴보니 나의 작은 몸 위를 빼곡하게 뒤덮은 많은 훈장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살아오며 맺은 수많은 좋은 인연들이 남겨준 사랑의 훈장이 빈틈없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어요. 아, 이 훈장들 덕에 이제껏 넘어지고 좌절할 때에도 다치지 않았던 거였네요. 이 훈장들 덕분에 가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도 다시 괜찮아질 수 있었나 봅니다.


갑자기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어진 기분입니다. 제 여정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설령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이 위태로운 날이 오더라도, 결국엔 그날의 나는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이내 떠올려낼 것만 같거든요.


그녀에게 나도 그런 존재일 수 있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넣어 만든 튼튼한 훈장을 선물해줄 수 있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세상 단 한 사람에게만큼은 그런 사람일 수 있길, 우리 모두에게 그런 사람이 단 한 명쯤은 존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그녀가 보내준 응원에 부응하기 위해 오늘의 기록을 남깁니다. 포착한 순간들을 다시 성실하게 기록해보겠다 결심하면서요.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따뜻한 그녀의 사랑 한 조각이 가닿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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