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ie Feb 20. 2023

기록을 기록하는 것을 시작하기.

[기록을 기록하기] 2016년 1월 4일 그리고 2017년 그날의 일기




나에게는 여러 권의 노트가 있다.

일 년에 한 권씩 쓰는 스케줄러와 다이어리. 그리고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절반도 채우지 못한 글감 노트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색깔 제품을 한결같이 사용한 스케줄러는 올해로 열네 권이 되었고, 시기 별로 바뀌던 나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크기도 들쭉날쭉한 다이어리들은 올해로 그 합이 모두 스무 권이 되었다.


일상 속에서 스치는 생각은 주로 스케줄러나 핸드폰 메모장을 이용해 재빨리 기록한 뒤 일기장이나 글감 노트에 옮겨두는데, 가끔 형태가 없는 마음속 막연한 생각이 마치 만능 변환기를 거친 마냥 더하고 뺄 것 없는 문장으로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럴 땐 재빨리 그 생각을 붙잡아야 한다.

 

생각은 찰나의 바람 같아서 조금만 지나 써 내려가려 할 때는 이미 다른 문장으로 바뀌어버린 후다.
-2017년 어느 날


날짜도 미처 기록하지 못한 이 문장은 2017년의 기록들 사이에 있었다. 아마도 2017년 언제쯤 써두었던 문장이겠다. 그날 찰나의 생각이 남긴 문장이 이것이었는지, 아니면 그 찰나를 놓쳐버린 후 아쉬움에 써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생각이 날 때 기록해야 하는 이유
모든 생각이란 나의 내면에 머무르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그것들이 언제나 내 안에 있음에도 내가 그들을 매번 또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이유는 그 생각들을 내게서 끄집어내 주는 상황이 매일 오지 않기 때문이다.
2016.01.04. 21:46


그로부터 1년 전인 2016년에는 이런 글도 써두었었다. 아마 그날 내게는 이전에 없던 어떤 상황이나 자극이 있었던 것 같다. 스치는 짧은 생각들을 기록해 두더라도 자세하게 다시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당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정확하게 보관하기가 어렵다. 자세한 이야기는 일기장을 봐야 할 것 같은데 글을 쓰는 지금 내 손에는 그 해의 일기장이 없다. 다음번 한국에 가면 십 대부터 써온 일기장과 스케줄러들을 전부 챙겨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글태기라고 할까. 최근 내게는 시작만 해두고 발행하지 못한 글과 형태가 잡히지 않은 막연한 상념으로 남겨진 메모들만 가득 쌓여있다. 너무 많은 선택지에 무엇을 고를지 몰라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도, 마무리하지도 못하고 흘러가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생각들이 끊임없이 자라나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니 묵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쓰기에 딱인데 바보같이 이 아까운 시간을 그냥 가게 두었다. 그러니 오늘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기록을 기록하기.














작가의 이전글 번쩍이진 않아도 반짝거리고 있어 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