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우 Jun 12. 2021

나의 꿈, 조종사

이름 만으로 빛나는 것


나의 이유, 비행


 세상이 아름다운 건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참 많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그런 존재가 있을 것이다. 나에겐 비행이 그런 존재다. 푸른 하늘을 힘차게 날아올라 바람을 맞으며 내가 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 중력을 거슬러 오르는 그 짜릿함을 느끼게 해 주고 이 나라 저 나라를 가서 새로운 문화를 만나고 겪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수단인 비행은 내게 상상만으로도 듣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가져다준다.

가장 설레는 순간, 활주로 이륙 대기 중

비행기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면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나보다 아래 있는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고도가 높아 느리게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온다. 몇 년 전 여름, 보라카이 가는 비행기였다. 밤 비행 중 잠에서 깬 나는 무심코 창밖을 봤었는데 그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동공이 커지고 잠이 확 달아났다.

브로켄 현상

브로켄 현상(Brocken Specter)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일반적인 무지개는 태양과 우리 눈의 위치상 반달형태로 나타나지만 이 무지개는 다르다. 햇빛이 비행기를 비추고 그림자가 진 곳에 원형 무지개가 낀 현상으로 높은 태양 + 대기 중의 수증기,  강한 햇빛이 있는 맑은 날에나 가능한 귀한 현상이다.  비행기에 탄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던 나인데 이런 작은 선물까지 본 나는 비행기에서 평생 떨어질 수 없는 몸이었던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 날고 싶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언제부터 비행을 좋아했었나 싶다. 5~6살 즈음 부모님과 제주도에 비행기 타고 다녀온 이후부터 비행기 타고 싶다 노래를 했다는 말씀을 보면 가물가물 할만하기도 하다. 시작부터 꿈이 조종사였던 것 같지는 않다. 단지 나보다 큰 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몸이 붕 뜨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유유한 하늘을 보고 비행을 싫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집 앞으로 김포공항을 오가는 항공기들을 보며 비행기에 자연스럽게 더 관심이 생겼다. 이 기종이 무슨 기종인지 사진만 보고 알 정도로 많이 찾아보고 몇 년에 걸쳐서 조금씩 조종사의 길로 빠지기 시작했다. 시각, 청각, 촉각 세 가지 자극이 나를 꾸준히 자극해 자연스럽게 "어 저 비행기는 무슨 기종일까" 하는 마음에 찾아보고, 조종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조종사가 조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게 됐었던 것이다.

구름 사이사이로 보이는 지면과 구름 사이의 또 다른 층이 장관을 이뤘다.

 나를 돌아보며 인간에게 꿈은 한순간에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에게 한 가지 일이나 현상에 흥미가 생기고, 그 흥미를 유발한 자극을 잊지 않고 인간의 호기심이 그에 이끌려 더 알아보면 어느 순간 직접 하거나 현상을 다시 일으키고 싶은 욕구가 꿈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그 욕구가 충족되고 작던 크던 꿈을 이뤘을 때의 쾌감은 말로 담을 수 없는 커다란 가치를 갖고 있다.

C172 시뮬레이터 교관석 김포공항 착륙

여러분들이 보기에 작가는 어릴 적부터 꿈이 확실했으니 복 받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복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분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평범한 환경에서 자라왔고 특출 난 재능이 있지도 않았다. 그저 흥미가 있는 분야에 열정을 더했을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비행기 시뮬레이터를 따라 했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비행이론 책들을 사서 읽었고 유튜브에서 조종사의 무선교신내용을 들으며 조종사가 된 상상을 해왔다.

A320 시뮬레이터 제주공항 착륙

항공운항학과에 진학하고 입사설명회, 취업박람회, 시뮬레이션 센터 명예기자단 활동 그리고 현직 조종사와의 꾸준한 컨택을 시도했으며 여러 알게 된 좋은 인맥분들 덕분에 학과 차원에서 공군 사천기지, KAI 방문 견학 또한 추진할 수 있었다.

A320, B738 시뮬레이터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시뮬레이션 센터 명예기자단 활동 당시

계속해서 무언가를 추진하고 찾아가고 하다보니 비행에 대한 열정이 식기는커녕 오히려 활활 불타 올랐다. 이런 열정, 의지 그리고 신념이 최근에 닥친 항공업계 불황 속에서도 내가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한걸음이라도 더 정진하자고 굳게 다짐할 수 있었다.


내가 활동해온 모든 자료들을 모아 가끔 전체를 쭉 훑어보곤 한다. 조종사에게 물어본 이런저런 질문들, 비행했던 흔적, 명예기자단 활동 공부해 정리해 놓은 문서들이 나의 열정을 대변해주는 것들이 잠시 해이해지고 스스로에게 할 수 있나라는 의문을 가질 때 다시 북돋아준다.  



아직은 두려운 당신에게


여러분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일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혹시 아직 조금이나마 미련을 갖고 있거나 지금 당장 하고 싶다면 열정을 투자해보자. 처음부터 온 전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 시작부터 온 전력을 쏟으면 꾸준하기 힘들다. 다른 것을 포기하지 않고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서서히, 점진적으로 다가가라.

작가가 당신의 꿈이 성공한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것 만큼은 확신한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쏟아부은 열정이 사라지는 비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돌아가는 것임을 배울 것이다.  또, 다른 꿈에 열정을 투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꿈을 찾고, 되찾고, 좇을 것이다.  극히 평범한 작가가 그랬듯 여러분들도 할 수 있다. 작가가 가치관이 담긴 사자성어 하나 소개한다.  愚公移山, 남들이 미련하게 보아도 조금씩 흙을 캐 결국 산을 옮긴 중국의 우공처럼 남들의 말은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을 믿고 정진하라!

작가의 이전글 일단 걷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