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붕, 푸른 바다 두브로브니크
노래 듣고 왔습니다.
지난주 사연자님의 여행지 추천 요청에 제가 두브로브니크를 추천하면서 크로아티아 여행얘기를 들려드린다고 했는데요. 길었던 크로아티아를 다 얘기할 순 없고 왜 제가 두브로브니크를 추천한 건지?
어떤 곳인지 얘기해 볼게요.
조지 버나드 쇼라는 아일랜드 극작가는 「천국을 보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오라」 라고 했다고 해요.
음~ 글쎄요. 제게도 두브로브니크가 천국 같은 곳이었을까요?
천국이 어떤 곳일지 정의하긴 어렵지만 제가 상상하는 천국의 모습은 조금 더 신성하고 환상적이며 화려하고 섬세한 모습일 것 같습니다. 아마도 두브로브니크보다는 밀라노 대성당,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파밀리아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에게 두브로브니크는 소담함, 고풍스러움, 평온하지만 역동적인 느낌으로 남아있습니다.
달마티아 해안을 따라 하얀 석회암으로 지어진 중세 시대의 요새 속 붉고 푸른 도시 두브로브니크.
고고한 세월을 버텨온 하얀 절벽과 외세로부터의 침략을 지킨 붉은 지붕,
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짙푸른 아드리아해는 도시를 넘어오는 버스에서부터 감탄이 시작됩니다.
아! 여러분 그거 아세요?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로 오는 동안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어떤 길을 따라오느냐 다를 수 있지만 제가 탔던 버스 노선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한 도시를 지나게 됩니다. 그래서 버스 안에서 여권 검사를 받느라 꽤 대기를 해야 하는데요.
여권 검사 후에 잠깐 들른 보스니아의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몇 분 동안의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두브로브니크 버스터미널에 내려 미리 예약해 둔 택시를 타고 올드타운으로 이동했어요. 올드타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라고 하는데요.
웅장한 성곽으로 들어가는 순간! 왠지 모를 설렘으로 두근거렸습니다.
이 또한 침략자로부터의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검고 큰 성곽 문에 비해 들어가는 입구는 좁고, 돌고 도는 통로식 계단으로 되어있었습니다.
함부로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두브로브니크의 도도한 첫인사 같았어요.
그렇게 많은 인파를 따라 좁은 성곽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라는 BGM이 머릿속에 자동 재생됩니다.
성 밖은 그래도 조금 도회지 느낌이 있는데요. 성 문하나로 다른 세계로 순간 이동이 된 기분이 들어요.
자동으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죠.
성곽 안의 쭉 뻗은 회백색과 상아빛의 옛 건축물들은 사방이 다 문화예술품 같았어요.
그런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 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레스토랑, 이발소, 서점, 식료품점, 심지어 기념품샵까지 생활감이 묻어 있는 다양한 상점들]이 쭉 늘어서있었답니다.
그리고 골목골목 현지인이 거주하는 집들과 중세시대에 건축된 주요 문화재인 [성 블라호 성당, 스폰자 궁전, 렉터 궁전, 온오프리오 분수] 등 어마어마한 가치의 건축물들이 즐비합니다.
아마도 그 건축물 하나 보려고 여행을 갈법한 역사가 깃든 예술품이 바로 내 집 옆에 있는 광경, 너무나 신기했답니다.
심지어 12세기 건축물이자 이탈리아 화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어 종교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성모 마리아 승천 대성당(Dubrovnik Cathedral, Assumption of the Virgin Mary)’ 앞이 제 집 마당인지라 옹기종기 축구를 하려고 편을 가르고 있는 꼬마아이들을 보면서 귀엽기도 부럽기도 했습니다.
잔디밭이 아닌 석회암 바닥에서 축구를 하며 자란 아이들이 많아서 크로아티아가 축구 강국이 되었나라는 생각도 해봤답니다.
그렇게 현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곳이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이 되는 모습이라서 저에게 가장 인상 깊은 곳으로 남지 않았나 싶어요.
올드타운 자체는 사실 규모가 작아서 3박 4일을 머무르면서 크게 할 건 없었어요.
현지인 숙소를 빌렸던 터라 식료품점에서 장을 봐다가 밥을 해먹기도 하고,
골목골목 이어진 계단을 오르내려 보고,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아드리아 해변을 바라보며 마냥 마냥 햇살을 쬐는 일,
그리고 두브로브니크 성벽을 천천히 걸어 보는 일이 다입니다.
관광지의 부산함 보다는 현지인들의 삶이 녹아 있어서 관광객이자 이방인인 우리를 누구보다 편안하게 받아주고 품어줬던 도시였어요.
흔히들 유럽 하면 떠올리시는 장면이 있죠?
클래식하고 오래된 건물에 낭만과 예술이 살아있는 거리, 여유와 품격이 묻어나는 노천카페...
그런데 막상 비슷한 듯해도 각 도시별로 느낄 수 있는 무드는 꽤 다른 듯합니다.
시크한 패셔니스타 같던 밀라노,
새초롬한 시골 아가씨 같던 프라하와 까맣게 그을린 시골 처녀 같던 세비야,
묵직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바르셀로나,
늙은 전사 같이 웅장한 로마,
올드패션과 하이패션을 넘나들던 차분한 회색도시의 파리,
낡은 브리프케이스를 들고 있는 비즈니스맨 같던 베를린,
또 다른 주홍빛 야경의 부다페스트,
세상의 끝을 품어 작지만 누구보다 넓은 가슴의 리스본,
파란 하늘, 푸른 바다, 벽돌색 건물이 어우러진 물의 도시 베네치아.
그리고, 두브로브니크는 분명 멈춰 있는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도시.
그래서 저에게 소박한 열정으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지금도 가끔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문득 ‘시간이 멈춘 듯한 두브로브니크 속의 그날’이 떠오릅니다.
그럴 때면 원대함을 지닌 아드리아해가 품은 단정하고 소박한 회백색의 요새 도시,
그 안에 다닥다닥 붙은 붉은 지붕이 햇살보다 더 강렬한 주홍빛으로 제 마음을 물들입니다.
하루라는 세상을 품고 사느라 수고한 나를 위해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당신을 기꺼이 품어줄 수 있는 두브로브니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의 끝 곡입니다.
영화 '어바웃타임' OST로 유명한 곡이죠?
웅장한 아드리아해의 바다를 닮은 노래 들려 드립니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g5nd_PTJvlc&si=wlAw4k5zHGyH2SfP
** 출처 : 유튜브뮤직
날이 맑으면 더욱 선명한 하늘과 붉은 지붕이
날이 흐리면 운치 있는 회백색의 석회암 건물이
비가 오면 반짝이는 돌바닥이
밤이 되면 붉은 지붕을 대신하는 주황빛 은은한 전등이 비추는 곳
두브로브니크 감상하고 가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