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

구설쇄골(口舌碎骨) - 사람의 혀에는 뼈가 없어도 사람의 뼈를 부순다.

by 은쓰다
오늘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DJ님, 너무 답답한 마음에 사연을 남겨봅니다.

요즘 MBTI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는 정말 말그대로 T이고, 제 친구는 극 F입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제가 상처를 주는 입장이 되는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 대학 여자 동기끼리 4명이 친한 친구예요. 얼마 전에도 넷이 만나 퇴근 후 저녁을 함께 먹었어요. 한 친구는 미리 얘기를 하고 조금 늦게 왔구요. 늦게 온 그 친구는 그 전에 봤을 때와 다르게 헤어스타일이 달라졌더군요.

대학 시절부터 긴 생머리를 고수하던 친구였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싹둑 잘랐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짧은 머리를 한 친구를 처음보다 보니 다들 의아했죠.

그 친구가 자리에 앉는데 다른 친구가 말하더군요.

“와~ 머리 잘 잘랐다. 너무 산뜻하고 예쁜데?!” 라고요.

그러자 그 친구는

“그래? 며칠 전에 스트레스 풀 겸 미용실 갔다가 그냥 급 잘라달라고 해버렸어. 너무 짧게 잘랐나 싶기도 하고…” 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또 다른 한 친구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냐, 오히려 어려보이고 잘 어울리는데?” 라고 말했습니다.

친구는 짧아진 본인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그런가? 난 거울 볼 때 마다 어색해 죽겠어. 괜찮은 것 같아?” 라며 저를 쳐다보더군요.

다들 한 마디씩 하길래 저도 한 마디 했습니다.

“글쎄… 이상하진 않은데 그 전 머리를 하도 오래 봐서 그런가? 긴 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 것도 같고…” 라고요.

그러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저를 쳐다보던 친구도 표정이 굳었구요. 한 친구가 음식이 식겠다며 빨리 먹자고 해서 분위기가 전환됐지만요.

그러고 난 후 집에 들어가 각자 잘 도착했다는 안부를 전한 후 며칠째 단톡방에 대화가 뜸합니다.

이전 같으면 재잘재잘 끊임없이 울려대는 톡방이었는데요. ‘아, 뭔가 잘못됐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DJ님,

제가 정말 잘못한건가요? 공감해주지 못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잘못된 걸까요?

전 그저 솔직하게 얘기한 것뿐이지 상처를 줄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 때 제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거짓말을 했어야 하나요? 참 어렵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연 잘 들었습니다. 사연자님의 상황은 사실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같아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누가 옳고 그르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했어야 했느냐」고 물어보셨는데요? 이럴 때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위한 빈말, 사회적인 언어’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표현은 사람따라 쉽기도 하고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잘 한다고 해서 꼭 다정한 사람이기만 한 것도, 못 한다고 해서 냉정한 사람이기만 한 것도 아니구요. 무엇보다 진솔한 진심이 베이스에 깔려야겠죠.


우선 사연자님이 친구분의 바뀐 헤어스타일을 보고 느낀 감정이 뭐였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아마도 제 생각에는 그 전 머리가 예뻤다」 는 말을 하고싶었던 것 같은데요.

같은 말이지만 ‘아 다르고 어 다름’을 잘 표현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저도 어린 시절에는 사연자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대부분 무리에서 의견을 정확히 내는 편이었고, 그러다보니 가끔은 소신 발언이 지나쳐 솔직하게 표현했다가 의도치 않게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저도 ‘난 그저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지 상처주려는 의도는 없었어.’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 건 「내 의도가 어떻든 나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입었다면 그것은 내 잘못이다.」 라는 것을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한 마디라도 조금 더 생각하고 말 하려는 노력을 하게 됐어요.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생각 없이 툭 뱉은 말로 상대를 곤란하게도 또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과묵한 사람들을 「입이 무겁다」 라고 표현하죠?! 살다보니 얼마나 딱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어요.

살면 살수록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느끼게 되거든요.

그 무거운 말을 뱉지 않고 입에 머금고 있는 사람들은 무뚝뚝하거나 답답한게 아니라 어쩌면 누구보다 상냥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 뱉어 버린 말이 어떤 때에는 몇 톤짜리 충격이 되기도 하고, 또 과한 아부성멘트는 번지르르해 보여도 사실 누구나 그 말에 별 힘이 없고 가볍게 휘발된다는 걸 우린 알고 있잖아요.


이렇듯 내가 뱉은 말의 무게가 어떠 할지를 조금 더 생각한다면 지금 같은 고민이 조금씩 해결되지 않을까요?


쉽지 않겠지만 팁을 드리자면 곤란할 때는 그냥 남들이 한 말 그대로 따라해보세요.

아까 같은 상황이라면 저는

“응. 꽤 짧다. 안 이상해. 누구누구 말대로 어려보여.” 라고 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넌 워낙 긴 머리가 잘 어울려서 앞으로 또 길러봐도 좋을 것 같아.” 정도를 말한다면

사실 그대로의 표현과 남의 의견을 재전달한 것뿐이라 거짓말도 아니고, 내 생각도 상대가 듣기 좋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요?


물론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합니다.

말로만 상처를 주거나 받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혹시 우리는 때로 솔직함이라는 표현으로 무례함을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닐지 한 번 쯤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오늘이 끝나기 전에 오늘 하루 제 말의 무게가 얼만큼이었을지를 한 번 생각해 보고, 내일부터 또 말의 다이어트를 해볼까 합니다.


어차피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친구에게 먼저 얘기하세요.

우리 연습삼아 한 번 해볼까요?

“누구누구야! 지난 번 너 보고 나니깐 나도 단발병 걸렸는지 머리를 자르고 싶네. 너 간 미용실 좀 추천해 줄래?” 라고요.

그러면 아마도 친구는 못이기는 척 답을 주지 않을까요?

친구분도 사연자님을 잘 아실 테니 저 말이 꽤 많은 노력을 해서 전한 마음이란 걸 알테니까요.


노래 듣고 바로 친구에게 연락해 보세요. 꼭이요~


언제 들어도 변함 없는 올타임 레전드인 노래죠?


[조용필의 '단발머리’]


https://music.youtube.com/watch?v=EkD4N_aLUNo&si=BbOQfu7TjJpToNhX


** 출처 : 유튜브뮤직




먹는데만도 바쁜 우리입!
굳이 나쁜 말, 상처되는 말에 입다물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누구보다 크게 입을 쫘악 벌리고
먹방의 즐거움으로 채워보자구요.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다!
▲ 달걀후라이 2개로 만든 이모티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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