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내 마음 같은 건 나에게만 있는 것
오늘의 사연입니다.
DJ님~~~!! 저 좀 살려주세요. 세상이 저를 억까하나 봐요. 정말 요즘 회사 생활 왜 이렇게 힘들까요?
위에서 까이고 아래에서 치이는 게 다반사인 30대 초반 회사원입니다.
올해 하반기가 되면서 제가 팀장직을 맡게 되었어요. 큰 규모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진행하면서 하위에 팀이 생겼고, 팀원들 몇 명을 포함해 제가 새로운 팀을 맡게 되었습니다.
신입으로 입사해서 저도 일을 배우며 이 회사에서 컸고,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애사심을 갖고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동기들 중에 팀장을 제일 빨리 달게 되어 무언가 뿌듯하기도 한데, 막상 되고 나니 이건 좌충우돌이네요.
요즘 저의 하루는 '늘어가는 건 한숨이요. 쌓여가는 건 커피잔이고, 줄어드는 건 수면시간이고, 짧아지는 건 제 수명인 것 같은 기분'이에요.
회사에서는 신규 사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위에서 관심이 높습니다. 제 바로 윗상사가 사업부장님이고, 제가 맡은 팀과 운영, 세일즈팀 이렇게 세 개로 나뉘어서 운영 중입니다. 제가 맡은 팀은 이 사업의 브랜딩 전반, 마케팅 로드맵에 따른 실행까지 하는 팀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희 팀에서 빠르게 정리가 되어야 다른 팀들도 일을 할 수가 있어서 론칭 전까지 시간이 빠듯하고 마음이 촉박합니다. 으쌰으쌰 함께 가기 위해 팀원들을 독려하는데 내 마음 같지 않은 팀원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쉽지 않아요. 제가 초임 팀장이라 절 무시하나 싶어서 얼마 전에는 팀원들을 회의실로 불러 모아서 한 소리 했습니다. 회의실에서 나와서부터는 다들 싸늘한 채로 일을 하다가 그날은 야근하며 식사들도 하지 않은 채 각자 업무를 마치는 대로 퇴근을 했습니다.
팀원 중에는 제 부사수격으로 신입사원 때부터 제가 일을 가르친 팀원도 있거든요. 그래서 누구보다 지금 상황에 대해 이해를 잘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친구가 그 다음날 잠시 커피를 마시자고 하더니
“팀장님, 급한 마음은 이해하는데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면 그걸 저희가 어떻게 다 해요. 다른 팀은 손 놓고 보고만 있는데 저희만 야근하는 거 애들이 좋아서 하겠어요? 그리고 팀장님답지 않게 어제는 왜 그러셨어요? 다들 서운해하는 눈치입니다.”
라고 말하더군요.
이 친구에게서 이런 얘길 들으니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친구는 저를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서운함과 또 팀장으로서 팀을 잘못 관리하고 있나 싶은 자괴감에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리더십이란 걸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책이라도 읽어볼까 싶은데 지금은 시간도 마음적 여유도 없는 상황이에요.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사실 세일즈팀 팀장입니다.
마케팅 전략을 내놓으면 「그게 클라이언트에게 먹히겠냐?」는 피드백을 합니다. 기껏 고민해서 전달한 대안을 그렇게 한 순간에 까버리듯이 말하는 그 입을 한 대 톡 때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다른 팀이긴 해도 저보다 3년 선배인 팀장님이고 타 부서이다 보니 함부로는 못 하겠어서 속으로만 부글부글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실 제가 마구잡이로 일을 밀어붙이는 성격은 아닌데 마음은 급하고, 생각처럼 잘 안 되니 불안합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출근하는 길이 점점 멀고 무겁게만 느껴지고, 커피만 줄창 마시다보니 속만 쓰립니다.
제가 팀장 자격이 없는 건지, 누구나 이런 걸 겪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혼란스럽습니다.
저도 카리스마 있는 멋진 팀장이 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현재의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아이고~ 고생이 참 많네요.
사연자님에게는 우선 힘을 내라는 말보다는 힘을 좀 빼라는 위로가 먼저 필요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원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인생이고, 내 마음 같지 않은 게 사회생활입니다.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내가 지는 싸움이 되어버리는 게 사회생활 같아요.
그냥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인 것일 뿐이지 그건 나여서도, 너 여서도의 문제가 아닌 거죠.
우선 이렇게 서로 다 다른 사람이 모여서 생활하는데 평화로운 게 이상한 거라는 것부터 깔고 가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실까요?
이전 보다 직무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 상황이고, 업무로 팀원들에 대한 리딩도 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서 스스로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기일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리더십에 관한 교육도 있고, 책도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그런 책을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저는 자기 계발서적을 꼬박꼬박 읽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적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이 작성한 것이니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은 해요. 그러나 사람마다 처한 상황, 각자가 가진 캐릭터가 다르므로 참고만 할 뿐 본인의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게 제일 옳은 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책을 읽더라도 결국 리더십에 정답은 없을 것 같아요.
인생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해답은 모든 고전에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요. 고전에서 흔히 말하는 리더십의 기본은 ‘지덕체(智德體)’라고 하잖아요?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진다면 워너비 리더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게 어디 말이 쉽지 실제로 이걸 다 갖춘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렇다면 사연자님은 현재 이 세 가지 중에 어떤 부분의 역량이 가장 큰 지부터를 생각해서, 그 역량으로 커버하며 모자란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제가 비록 사연자님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사연으로 미뤄볼 때 우선 사연자님은 그 회사에서 나고 자란 분입니다. 그렇다는 건 그 회사에서 바라는 '지(智)'에 대한 실전을 갖춘 분이라는 거예요. 회사에서 그런 것 없이 다른 동기들보다 우선해서 큰 역할을 맡기진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너무 마음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사연자님 본인만 할 수 있는 일, 팀원들이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해서 같이 할 수 있는 분위기부터 만들고, 해야 하는 일만 지시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해왔던 팁을 한 방울만 톡 하고 알려주세요.
다만, 그런 걸 전할 때에는 『order』와 『ask』를 구분해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이 부분을 잘 판단해 전달하면 아랫사람들도 헷갈리지 않고 본인의 역할을 해낼 겁니다.
그다음은 부사수 같던 후임이 한 말로 비쳐볼 때 사연자님은 마구잡이로 상대를 대하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사연자님이 가진 '덕(德)'이라는 것은 따뜻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회사 생활을 했던 것 아닐까요? 역할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그걸 굳이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꼭 카리스마로 누르는 것만이 리더십이 아니거든요. 말투가 부드럽더라도 위에 말한 대로 명령과 요청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더 세련되게 표현한다면 충분히 원하는 대로 일을 이끌어 내면서 아랫사람들에게 무례하거나 어색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체(體)'는 무엇일까요? 개인이 아닌 조직을 이끌어가는 심신의 체력을 말합니다.
즉, 실행하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회복탄력성이 강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나 신규 사업을 하는 조직은 더욱 필요한 것 같아요.
답답하다고 예시를 든 것처럼 시작도 하기 전에 부딪히는 의견들로 실행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사회생활에서는 정말 많습니다. 어떤 작가 분이 얼마 전에 쓴 짧은 글을 봤는데요.
각자의 의견만 전해서 일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우화적으로 쓴 글이었는데 공감이 되어서 잠시 소개해봐요.
이처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때론 ‘상대의 의견을 따르는 게 괜히 지는 것이라 생각해서 반대만 하고 의미 없는 의견만 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결국은 이게 가장 일을 더디게 만들고 망하게 할 수도 있는데요. 물론 사연자님이 최종 결정권자도 아니고 사연자님의 아이디어가 가장 좋은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팀에서 나온 의견과 아이디어가 실행되게끔 하는 것도 팀장의 역할이고, 모자란 건 같이 채울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지만 팀장의 몫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어렵죠? 저도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참 어렵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그 역할하시라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그 자리에 앉힌걸요.
그러기 위해서는 얄미운 말만 하는 세일즈 팀장님께 조금 더 구체적 요구를 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사연자님 팀에서 업무가 완료되어야 다른 곳들이 순차적으로 움직여진다면서요?
그렇게 중요한 걸 왜 혼자 하고, 그 의견이 까이면 또 왜 같은 일을 반복하고 계세요?
물론 선배라고 했으니 예의는 갖춰야 하지만 사연자님 급여 그 팀장이 주는 거 아니잖아요?
결국 각자가 해야 하는 몫들이 잘 되어야 회사에서 월급도 받는 거고, 회사도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관점으로 생각한다면 서로 해야 하는 부분만 잘 전달해서 결론을 내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체’의 실행력이 되는 것이죠.
팀장님, 저희 팀 의견은 이러합니다. ☞ 공식적인 의견임을 어필
저희는 시장과 소비자 트렌드를 기준으로 만든 전략입니다. ☞ 의견에 대한 근거와 배경 설명
여기서 살짝 모자란 것은 결국 필드에서 세일즈를 할 때의 실전 반응에 대한 변수인데요. ☞ 그러나 '네가 자꾸 까는 그 부분'에 대한 현실적 인정
이런 부분은 세일즈팀에서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주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보시고 실전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구체적인 대안의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 상대에게 명확한 역할을 제시
이렇게 도와주시면 제가 전략과 로드맵 잘 세워서 나중에 세일즈팀 인센받을 수 있게 잘 해보겠숨돠! ☞ 명령이 아닌 도움 요청인 것으로 선배에 대한 예의 존중과 목표 의식 어필
사실 흔히 표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적인 대화이지만 저 안에는 저렇게 다양한 목적들이 숨어있거든요.
이렇게 해서 상대에게도 해야 할 일과 실행에 대한 책임감을 함께 심어주면서 살살 끌어가보세요.
결국 이런 모습이 팀원들에게도 ‘우리 팀장님은 일을 성사시키고 진행시키는구나. 하면 되는구나.’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어 사연자님의 말과 행동에 의도하지 않아도 점차 힘이 생길 거예요.
그리고 지금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의 사회생활을 했다 생각하겠지만 앞으로 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 그래서 지금보다 앞으로 한참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한 상황일 거예요.
그러니 벌써부터 완벽하려 하지 마세요.
잘하는 건 잘하면 되는데 더 잘하려고 용쓰진 마세요.
그리고 못하겠는 건 솔직히 말하고 같이 하며 해결해 보세요.
어쭙잖은 멋진 척보다는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가 때로는 더 힙한 거거든요.
추가로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법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도 DJ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제 주변에 일은 참 잘하는데 항상 말을 못되게 하는 선배가 한 분 있었어요.
하루는 회의실에 들어갔는데 그 선배가 작가팀에 막 싫은 소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듣다 보니 꼭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이 참 민망하고 듣기 싫게 표현을 하더라고요. 제 일이 아닌데 개입을 하자니 애매하고 해서 가볍게 중재를 시키고 그 자리가 종료되었어요.
그 선배가 나가고 나자 막내 작가가 풀이 죽어있길래 한 마디 했습니다.
"막냉아, 신경도 쓰지 마. 쟤는 원래 저래. 지 엄마도 40년 가까이를 못 고쳐서 저 모양이다."
라고 말하자 막내 작가가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듯 살짝 웃더군요.
결국 사회생활에서 남은 이래요. 우리가 뭐라고 저 사람을 고치겠어요?
저는 그래서 그냥 '쟨 저런 놈이다. 너도 그렇게 사느라 용쓴다.' 라고 생각을 바꿔 보니 인지상정, 측은지심으로 생각이 들어 조금 누그러지더라구요.
억까당하는 것 같은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 대해서 '그냥 그런 사람일뿐이다.' 라고 생각하고하자구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던 성철 스님의 말처럼 '네 놈은 네 놈이고, 나 님은 나 님이다.' 라고 조금 더 마음 편하고 너그럽게 생각하고 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사람에 대한 마음은 조금 내려놓으시고, 해야 할 일을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보시고, 사연자님 스타일의 리더십대로 하다 보면 조금 더 멋지고 성숙한 팀장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때까지 이 DJ가 응원하며 변화된 모습의 사연 기다리고 있을게요.
회사 가는 길이 멀고 무겁게 느껴지신다 했죠? (소곤소곤) 사실 저도 그래요.
회사를 가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 그 곳이 어디든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노래 들려드립니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wPwTNZRjVKY&si=yePJqlXirNhbBfOm
** 출처 : 유튜브뮤직
오늘 하루도 수고가 많은 직장인 여러분!
세상이 참 내 맘 같지 않아서 힘들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 쌓여서 한 잔,
늦게까지 야근하면서 한 잔,
일찍 출근해 잠 깨려고 한 잔,
후배 격려 하느라 한 잔,
윗상사에게 아쉬운 소리 하느라 한 잔
그렇게 쌓인 커피로 K직장인들의 피는 아마 커피로 흐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있는 사무실이 카페로 변할 수 있도록 눈으로 커피 한 잔씩 할게요.
탕비실에 있는 믹스 커피라도 한 잔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