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주스

내 글에는 언제나 엄마가 있다.

by 은쓰다

드르르륵

빨갛고 탐스러운 토마토가

제 몸을 부스며

핏빛같이 붉을 물을 토해 낸다.


드르르륵

나의 아침을

깨운다.


토마토 주스

나의 어머니 그녀가,

그녀를 위해 부리는 단 하나의 사치


드르르륵

토마토의 그 싱그러운 건강함은

처녀 시절,

앳된 미소를 닮았겠지.


드르르륵

그 빨간 탐스러움은

처녀 시절,

익은 여름밤을 함께 하던 봉숭아를 닮았겠지.


주루르륵

고된 시집살이에

여리게 물든 그 손은

보랏빛 새벽을 깨우며

시집 식구들 밥을 지었겠지.


주루르륵

그렇게 저린 손으로

우리를 보듬었겠지.

그렇게 저민 가슴으로

하루하루를 살았겠지.


탱글탱글 속이 여문 토마토가 갈리면,

자글자글 늙어버린 내 어머니는

이른 아침 말라버린 목줄기로

그 싱그러움을 넘긴다.


토마토 주스

저물어 가는 그녀가, 그녀를 위해

쓰다듬는 단 하나의 위로

드르르륵 드르르륵

그 소리가

나를

키웠다.


▲ 일본 도쿄, 어느 마트.앞으로해도 토마토, 거꾸로해도 토마토는 일본어도 토마토. 우리 할머니한테는 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