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없는 불안 속에 살고 있구나

'생각은 실체가 없어요.'

by 장덕우



얼마 전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이어서 생일 축하 카톡을 보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무리 돈이 많고, 성공했다 하더라도 좋아하는 걸 누릴 시간과 건강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을 했다. 친구도 동의했다. 우리 둘 다 살짝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라 더더욱. 그렇게 생각을 주고 받다 편히 생각하자, 대충 살자로 마무리를 했다. 그러나 그 말을 한 내가, 그 말을 실천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어 리를 빗 빡센 일을 맡게 되었고, 살짝 거북했으나 일단 시작을 했다. 분명히 대충, 할 수 있는 만큼만, 집에 돌아가 글 쓸 기력은 남을 만큼만 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예전처럼 두다다다다다닥 하고 있었다. 퇴근을 하고 진짜 기절할 거 같은 상태가 되고 나서야 내가 또... 같은... 실수를... 했구나... 싶어서 현타를 맞았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애쓰게 만들까. 엄빠 탓을 그만하고 싶을 만큼 너무 많이 탓을 했으나 어쨌든 구멍은 거기니까 뭐 어쩔 수가 없다. 충족되지 않은 인정욕구와 애정은 평생의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어딜가든 미움 받지 않으려, 누구보다 뛰어나 사랑 받으려 애를 쓰는 사람으로 자라게 했다. 내 에너지의 팔할은 저 블랙홀에 매일 같이 빨려 들어갔다가 자고 일어나면 일부 돌아와 다시 팔할을 뺏기는 삶을 산다. 그럼 결국 나 혼자 남아있을 땐 기력이 마이너스인거다. 그렇게 짧게 봐서 13년을, 길게 봐서 33년을 살았다.


이 글도 자기연민 철철 어쩌고로 보일 거 같아서 걱정이 되고 불안한데 이것이 나란 인간의 현재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다. 말로는 대충 산다, 누가 날 미워하든 말든 난 내 길을 간다 하지만 사실 매우 신경 쓰고, 두려워 한다. 누군가 나를 두고 부정적으로 사고하거나 나에게 공격적인 감정을 품고 하는 행동에 대해 무시하는 태도는 회피에 가깝고, 나중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때 결국 분노로 되돌려준다. 그럼 악순환이지 뭐. 늘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한 큐에 정리하셨었다. '알고 있다고 하지만 모르는 거예요. 안다고 착각하는 거지. 알면 자기 자신에게 그럴 수 없어요.' 맞는 말이다.


미움 받거나 버림 받고 싶지 않아서, 부정적인 시선을 견딜 수가 없어서 완벽한 일상에 강박이 생겼다. 그래서 불안하다. 모든 것이 불안하다. 작게는 오늘 출근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크게는 누군가와 싸우거나 한 소리를 듣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그리고 미친듯이 하루를 되돌아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실수 한 것은 없는 지를 되짚는다. 무엇보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 이유가 없는데 왜 이러는 지를 묻고 또 묻는다. 아침부터 그러고 있으니 저녁엔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거다.


나의 불안은 실체가 없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고 사는 불안이 실체가 없을 것이다. 인간은 5초 후 일어날 일을 모르는 존재니까. 나는 내 케이스 밖에 모르니까 아무튼... 누가 봐도 무난한 삶을 살았고, 흑역사 대여섯개쯤은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나 할 만큼 평범한 인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손가락질을 두려워 한다. (막상 당하면 멘탈이 나가기 보다는 업무를 처리하듯이 착, 착, 착 과정을 밟아 하나하나 치우지만 그 다음 혼자 남았을 때가 아주 그냥 볼만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살면서 누구보다 죽음을 두려워한다. 사람을 싫어하면서도 홀로 늙어 죽어가는 걸 무서워한다. 당장 죽기를 바라면서도 누군가 공격하지 않을까 무서워 멈춰 설 때가 많다. 전부 다 실체 없는 두려움, 불안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걸 믿으면서도 그런다. 대체 나는 무엇을 불안해하는 걸까. 기력도 없으면서 불안해 하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 지는 알고 있을까.


이렇게 혼자 쓰는 일기장을 쓰면서도 회사 사람들, 자주 만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이상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내가 '유익'한 인간이라 그런 걸 테니, 나는 언제까지나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에, 생산성 제로의 삶을 견디지 못한다. 나의 부지런함은 여기서 온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를 부지런하다, 성실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 사람들이나 자주 보는 사람들은 내가 이러다 털리지 않을까요, 저러다 큰일나지 않을까요를 달고 산다는 걸 눈치챘을 지도 모르겠다. 저 두 질문을 평소에 스스로에게 매일 같이, 하루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은 한다. 나 이러다 털리지 않을까. 나 이렇게 살다 큰일나지 않을까. 하지만 완전 저 멀리에 있는 미래에 돈 한 푼 없는 할머니나 고독사를 하는 어쩌고는 걱정을 1도 하지 않는다는 반전이 있다. 왜냐면 거기까지 가기 전에 다른 걸 엄청나게 걱정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장 3년 안에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죽을 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재산이 날아갈 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많이 느낀다. 건강도, 재테크도 신경을 1도 안쓰면서...! 아, 진짜 지겹다. 지겨워어어어어어엌


전부 다 실체가 없을 뿐이다. 오지 않을 미래이거나 온다 하더라도 아주 작은 해프닝일 수도 있다. 나는 최악의 인간도 아니고, 무능력한 인간도 아니며 차갑거나 경우 없는 인간도 아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지 못한다고 보는 게 옳다. 간혹 듣는 '좋은 사람.' 이란 말을 듣자마자 내가? 하고 생각하니까. (TMI : 최근에 큰 도움을 받은 일이 있어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어쩌고 한데 내가 좋은 사람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들이 너무 좋은 사람이자, 나는 그들이 뭔가 얻어갈 이익이 있는 인간일지도 모르기에 그랬다고 생각한다. 확신에 가깝다.)


나도 지겹다. 정말 지겹다. 근데 가장 지겨운 건, 이번에도 이 불안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거란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받은 상담 치료 중에, 치료사 분이 그랬지. '생각은 실체가 없어요.' 나의 생각은 모조리 불안이었구나. 혹은 반대거나.


+


이 글이 말하고자 한 불안을 고상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곡으로 마무리.


https://youtu.be/zrvC3Dc9X-8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 줄 그 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 줄 사람이 있을까.


목 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 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 있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받아 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 줄 사람이 있을까.


목 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 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 있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 줄 그 곳이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변하지 않는 내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