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마저 에너지가 되니까.
한동안 현생이 바빠 브런치를 방치해두었다. 브런치는 방치해 두었어도 운동은 계속 하는 중이다. PT도 한 번 연장했으며 추가로 연장할 계획이다. 이토록 운동를 좋아하고 놓지 못하는 건 눈에 보이는 변화도 영향을 크게 미치지만 심리적인 영향이 더 크다. 소제목에 썼듯, 나는 우울, 분노, 서운함, 불안 등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운동하는 에너지로 사용하며 마침내 긴 우울의 터널 끝, 출구에 서있다.
1. 루틴의 중요성
다소 강박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어떻게든 주 3~4회 이상, 근력 50분, 유산소 30분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하다 보니 적응이 돼서 3회 이상 하지 않으면 몸이 오히려 평소보다 더 피로를 느낄 정도로 루틴화를 한 상태다. 이렇게 살다보니 건강도 건강이지만 멘탈적으로 많이 달라진 걸 느낀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것, 목표가 있다는 것이 우울감을 굉장히 많이 줄여주었고, 오늘도 해냈다는 짜릿함이 하루의 끝에 있으니 생각이 많은 밤을 보내는 것도 줄었다.
무엇보다 이 루틴의 중요성이 가져다 주는 건,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니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고, 나를 방치 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게하는 자신감과 자존감이다. 평생을 살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하지 못했고, 자존감을 키운다는 게 대체 무엇인지 감조차 잡지 못했었는데 운동을 하고, 내 스스로를 돌보는 과정을 매일 같이 하고 있으니 이게 자아존중감이구나 싶다. 나에게 자존감은 대단한 성과와 성공을 이뤄야만 생기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자존감은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다. 나에게 자꾸 긍정적인 경험을 주면 차츰, 차츰 성장하는 거였다. 운동을 하는 루틴은 끊임 없이 내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것이기에 자존감이 단단해질 수 밖에 없다.
2. 부정적인 감정의 소화
운동이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계속 준다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를 소화시켜준다는 거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 기분이 상할 만한 일에서 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생기면 그 부정적인 감정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게 한다. 운동이 없었다면 하루종일 곱씹으며 더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운동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전부 에너지로 활용해 동작을 수행하고, 완전히 소화를 시킨다. 누군가와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에너지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이 나에겐 훨씬 더 잘 맞았다. 실제로 운동을 하고 나면 다 아무것도 아닌 듯이 사라지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보면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고, 부정적인 감정에 완전히 지배되는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은 몸과 마음을 끌고서 헬스장으로 간다. 이런 날에는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 집중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강도를 높이고, 횟수를 늘려서 지금 이 무게에 비하면 슬픔도, 분노도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을 할 때까지 몰아 붙인다. 그러면 내일의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오늘의 감정은 오늘에서 끝내고, 내일의 나는 근육은 지쳤을 지라도 마음만은 건강하게 살게 하는 거다.
3.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나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는 것과 운동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단언하는데, 운동을 통해 성취하는 나를 습관화하면 내면이 정말 많이 단단해지고, 그 덕분에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나야.',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 라는 마인드가 셋팅된다. 운동이 주는 성취 경험이 거창하진 않지만 매일, 매일 해내는 경험을 하다보면 사람이 점점 더 당당해져 가는 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에게 하는 평가의 말, 피드백 등에 감정이 다치지 않는다. 그런 말들 중에 나도 공감하고 고쳐야 할 것들은 쿨하게 인정할 수 있고, 납득이 가지 않는 건 X소리라고 넘길 수 있다.
매일 같이 좋은 말만 들으며 살 수는 없다. 살다보면 정말 상처되는 말을 듣거나 납득이 가지 않는 피드백을 받을 때가 있는데 (사회생할을 한다면 더더욱) 그때마다 나는 자책하며 움츠러 들곤 했다. 하지만 운동, 특히 웨이트를 시작하고 나서는 '무게치면 사라질 말들' 이라는 생각을 한다. 앞서 서술했듯이 운동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에너지로 쓰다보니 나를 겨냥한 공격에 가까운 말들로 나를 탓하기도 전에 전부 운동을 하며 사라지게 한다. 특히, 웨이트를 하다보면 동작 자체에만 집중을 해야하기 때문에 뇌를 빼고 (잡생각을 안한다는 말) 오로지 지금 수행해야 하는 동작,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자세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 말 그대로 무게치고난 후, 부정적인 말들은 전부 사라지고 없다.
4. 가장 좋았던 운동들
보너스(?) 챕터로 운동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소모하는데 너무나도 좋았던 운동들을 소개해보겠다. 솔직히 웬만한 웨이트는 다 좋은데,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것들로 나름 엄선해 보았다.
1) 등 운동 (시티드롱풀, 렛풀다운, 데드리프트)
-시티드롱풀 : 상체 운동을 하는 날 가장 먼저 하는데, 날개뼈 사이에 자극점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 모든것이 부질 없어 져서 정말 좋아한다. 무게를 올리는 재미도 있고.
-렛풀다운 : 솔직히 아직 자극점을 정확하게 모르겠어서 더 집중을 많이 하는 동작이다. 최대한 팔힘을 사용하지 않고, 등으로 받고, 보내주는 연습을 하다보면 생각이 사라진다.
-데드리프트 : 모든 동작과 호흡에 집중이 없으면 망하는 운동이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일직선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고, 내려가는 건 괜찮은데 올라오는 게 어려워서 뇌를 빼고 지금의 나만 보며 하기 좋으느 운동이다. 정말 잘하고 싶은 운동이라 더 욕심난다.
2) 하체 운동
-프리스쿼트 : 바벨을 견착한 상태로 하는 스쿼트이고, 허리를 다치기가 정말 쉬워서 접지, 견착, 호흡이 너무x1000000 중요하다. 그래서 데드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뇌를 빼고 자세 세팅, 호흡만 신경 쓰면서 스쿼트를 한다. 하다보면, 인생의 고민 따위 지금 짊어진 바벨 무게보다 부질 없다.
3) 유산소
유산소는 사실 요즘 사이클로 바꿀까 싶은데 사이클을 너무 지루해해서 여전히 러닝을 하는 중이다. 그래서 비교치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넣은 건, 러너스하이가 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서 그러하다. 야외에서 달리면 더 상쾌하다고 하는데, 언젠가 도전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한 때는 궤적을 남기는 삶에 집착했지만 30대가 되고 난 후, 그것이 과연 온전히 내 능력으로만 남기는 궤적이자 내 결과물일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커리어는 회사의 몫이 되고, 내가 꿈꾸는 것들은 도전은 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내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그런 경험들이 나를 좌절하게 했고, 나를 방치하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운동의 궤적은 지금 내 몸과 뇌에 새겨진다. 온전히 내 것이고, 내가 만들어가는 커다란 변화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렇기에 운동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