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에겐 사랑 뿐이었다.

그것도, 주는 사랑.

by 장덕우


https://youtu.be/IwbhfbXTIII

아, 그래요 나에겐 사랑 뿐이에요 지금도 변함없는.



10대에도, 20대에도 마음이 무지하게 아팠던 시절에도, 어느 정도 나았던 시절에도 나를 괴롭히던 것은 언제나 애정과 사랑이었다. 누군가가 사랑해줘야만, 사랑을 받아야만 살아갈 자격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무엇이든 120%의 에너지를 써서 최선을 다했다. 그게 일이라면 내 몸과 영혼을 갈아서 했고, 그게 사람이라면 상대가 무슨 마음을 갖고 있든 상관치 않고 나의 최선만을 우겼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날 사랑하지 않지, 왜 나를 인정해주지 않지, 내가 너무 부족한 가봐, 내가 더 잘해야만 하나봐. 늘 그렇게 최선을 다하면서도 부족하다 생각해 스스로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다시 불안이 찾아온 요즘도 마찬가지의 사고와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왜 날 사랑하지 않지 라고 더는 묻지 않고, 이토록 잘 해내가고 있는데 왜 불안하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언젠가는 사라질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답해줄 수 없으니까.) 변화는 갑자기 찾아온 건 아니었다. 조금씩, 조금씩 켜켜이 쌓이는 먼지처럼 찾아왔다. 먼지처럼 쌓이는 변화라니 좀 이상하긴 한데, 정말 그러했다. 잠깐 잊고 있었더니 옷장 위에 가득 쌓인 먼지 같은 변화였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눈에 잘 띄는 그런 변화 말이다.


딱히 거대한 사건이 있었다든가,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한다든가, 일이 잘 풀렸든가 등의 계기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만나는 모든 것들이 계기가 되었다. 특히, 요즘 아주 사랑하는 어떤 대상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언젠가 브런치에 올릴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120%를 넘어 200%의 에너지를 쓰고, 최선을 다 하고 있음에도 괴롭지 않아 하는 날 발견했다. 동시에 결국 날 구하는 건 사랑이었네.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전에는 사랑 때문에 괴롭고, 외로워했다. 그래서 사랑하고 싶지 않아했고, 하더라도 내 마음이 다치지 않는 어느 선까지만 하고, 스스로를 감추기 바빴다. 상처와 버림을 받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 언제나 '왜 날 사랑하지 않아?' 라고 묻던 시절이니 어쩔 수 없는 방어기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사랑하는 걸, 그것도 무지하게 주기만 하는 사랑을 무척이나 행복하게 하고 있다. '왜 날 사랑하지 않아?' 라고 묻지 않는다. 그 질문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빠도, 엄마도 누구에게든 바라지 말고 친절을 베풀어라, 눈 딱 감고 져줘라, 양보해라. 늘 그렇게 가르치셨다. 어릴 땐 착한 어른으로 키우고 싶으신가보다 했다. 방황하던 20대에는 나도 괴로운데 왜 져주고, 양보하고, 친절해야만 하냐고 복닥거리고 다퉜다. 지금은 왜 그렇게 가르치셨는 지를 조금,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바라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건 참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일이었다. 이만큼 하면 나에게 져주겠지, 날 사랑하겠지. 그런 마음으로 다가온, 다가가는 모든 사람을 대하는 건 참 피곤한 일이었다. 나를 더 외롭게만 하는 일이었다.


반대로 바라지 않고 사랑하니 참 마음이 가볍고 좋다. 그저 좋으니까. 논리도, 보답도 바라지 않고 행동하고, 표현하니 오히려 더 사람이 채워지고, 행복하다. 그렇게 혼자 혹은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나누며 만족하고 지내기만 할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일도 일어난다. 보답이 아니라 같은 마음의 애정으로 돌아왔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사랑이었다. '왜 날 사랑하지 않아?' 라고 묻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에게 묻는다. 결국, 날 구한 건 그리고 나에겐 사랑 뿐인데, 왜 불안해? 가까운 혹은 먼 미래의 내가 대답을 해줄 것 같다. 그 답을 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때의 나는 잘 알고서 더 건강하게 지내고 있겠지. 오늘의 나는 이토록 충만해도 이 충만한 행복이 깨질까 두려워 하며 잠들겠지만.



+ 마무리로 적절한 곡

https://youtu.be/HwTemNifrO0

나 살아갈 게 네가 줬던 애정을 내 손에 쥐고


잊지 않을 게. 날 울렸던, 뜨거웠던 너의 꿈도.

난 다 기억해. 너와 했던 시덥지 않던 농담까지.

흘린 눈물보다 더 흘릴 눈물이 많단 걸 깨닫게 된 어떤 날.

숨을 쉰다는 게 말이 안되게 아파 주저 앉고 싶었지.


잊지 않을 게. 날 울렸던, 뜨거웠던 너의 꿈도.

난 다 기억해. 너와 했던 시덥지 않던 농담까지.


한참을 서성이며 뒤돌아 울까봐서 남긴 아쉬움이 있을까.

눈에 밟혀오는 마주 잡은 손들과 나눠가진 슬픔들.


나 살아갈 게, 네가 줬던 애정을 내 손에 쥐고.

잊지 않을 게. 날 울렸던, 뜨거웠던 너의 꿈도.


나 살아갈 게, 네가 줬던 애정을 내 손에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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