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주는 사랑.
10대에도, 20대에도 마음이 무지하게 아팠던 시절에도, 어느 정도 나았던 시절에도 나를 괴롭히던 것은 언제나 애정과 사랑이었다. 누군가가 사랑해줘야만, 사랑을 받아야만 살아갈 자격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무엇이든 120%의 에너지를 써서 최선을 다했다. 그게 일이라면 내 몸과 영혼을 갈아서 했고, 그게 사람이라면 상대가 무슨 마음을 갖고 있든 상관치 않고 나의 최선만을 우겼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날 사랑하지 않지, 왜 나를 인정해주지 않지, 내가 너무 부족한 가봐, 내가 더 잘해야만 하나봐. 늘 그렇게 최선을 다하면서도 부족하다 생각해 스스로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다시 불안이 찾아온 요즘도 마찬가지의 사고와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왜 날 사랑하지 않지 라고 더는 묻지 않고, 이토록 잘 해내가고 있는데 왜 불안하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언젠가는 사라질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답해줄 수 없으니까.) 변화는 갑자기 찾아온 건 아니었다. 조금씩, 조금씩 켜켜이 쌓이는 먼지처럼 찾아왔다. 먼지처럼 쌓이는 변화라니 좀 이상하긴 한데, 정말 그러했다. 잠깐 잊고 있었더니 옷장 위에 가득 쌓인 먼지 같은 변화였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눈에 잘 띄는 그런 변화 말이다.
딱히 거대한 사건이 있었다든가,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한다든가, 일이 잘 풀렸든가 등의 계기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만나는 모든 것들이 계기가 되었다. 특히, 요즘 아주 사랑하는 어떤 대상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언젠가 브런치에 올릴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120%를 넘어 200%의 에너지를 쓰고, 최선을 다 하고 있음에도 괴롭지 않아 하는 날 발견했다. 동시에 결국 날 구하는 건 사랑이었네.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전에는 사랑 때문에 괴롭고, 외로워했다. 그래서 사랑하고 싶지 않아했고, 하더라도 내 마음이 다치지 않는 어느 선까지만 하고, 스스로를 감추기 바빴다. 상처와 버림을 받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 언제나 '왜 날 사랑하지 않아?' 라고 묻던 시절이니 어쩔 수 없는 방어기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사랑하는 걸, 그것도 무지하게 주기만 하는 사랑을 무척이나 행복하게 하고 있다. '왜 날 사랑하지 않아?' 라고 묻지 않는다. 그 질문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빠도, 엄마도 누구에게든 바라지 말고 친절을 베풀어라, 눈 딱 감고 져줘라, 양보해라. 늘 그렇게 가르치셨다. 어릴 땐 착한 어른으로 키우고 싶으신가보다 했다. 방황하던 20대에는 나도 괴로운데 왜 져주고, 양보하고, 친절해야만 하냐고 복닥거리고 다퉜다. 지금은 왜 그렇게 가르치셨는 지를 조금,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바라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건 참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일이었다. 이만큼 하면 나에게 져주겠지, 날 사랑하겠지. 그런 마음으로 다가온, 다가가는 모든 사람을 대하는 건 참 피곤한 일이었다. 나를 더 외롭게만 하는 일이었다.
반대로 바라지 않고 사랑하니 참 마음이 가볍고 좋다. 그저 좋으니까. 논리도, 보답도 바라지 않고 행동하고, 표현하니 오히려 더 사람이 채워지고, 행복하다. 그렇게 혼자 혹은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나누며 만족하고 지내기만 할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일도 일어난다. 보답이 아니라 같은 마음의 애정으로 돌아왔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사랑이었다. '왜 날 사랑하지 않아?' 라고 묻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에게 묻는다. 결국, 날 구한 건 그리고 나에겐 사랑 뿐인데, 왜 불안해? 가까운 혹은 먼 미래의 내가 대답을 해줄 것 같다. 그 답을 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때의 나는 잘 알고서 더 건강하게 지내고 있겠지. 오늘의 나는 이토록 충만해도 이 충만한 행복이 깨질까 두려워 하며 잠들겠지만.
+ 마무리로 적절한 곡
잊지 않을 게. 날 울렸던, 뜨거웠던 너의 꿈도.
난 다 기억해. 너와 했던 시덥지 않던 농담까지.
흘린 눈물보다 더 흘릴 눈물이 많단 걸 깨닫게 된 어떤 날.
숨을 쉰다는 게 말이 안되게 아파 주저 앉고 싶었지.
잊지 않을 게. 날 울렸던, 뜨거웠던 너의 꿈도.
난 다 기억해. 너와 했던 시덥지 않던 농담까지.
한참을 서성이며 뒤돌아 울까봐서 남긴 아쉬움이 있을까.
눈에 밟혀오는 마주 잡은 손들과 나눠가진 슬픔들.
나 살아갈 게, 네가 줬던 애정을 내 손에 쥐고.
잊지 않을 게. 날 울렸던, 뜨거웠던 너의 꿈도.
나 살아갈 게, 네가 줬던 애정을 내 손에 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