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래요? 이상하게 연말이 되면 괜히 마음이 허하고 쓸쓸하며 모든 것이 애틋해지곤 하잖아요. 다들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모여드는 게 아닐까요. '연중'에는 쉬이 보지 못하던 사람들과, 시끌시끌한 분위기와, 알싸한 소주 옆에 안주 냄비 위로 펄펄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 앞으로 모여들며, 그것들이 가슴 속 허전함을 채워주기를 바라는지 몰라요.
이것도 나만 그래요? 생각해보면, 연말에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볼 때마다 '올해는 원하는 바를 다 이뤘어' 라거나 '100퍼센트 만족스러운 한 해였어' 라고 생각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 빠뜨렸거나, 맘에 들지 않거나, 어떤 것은 모자라고 어떤 것은 너무 과하며,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불쑥 끼어들어 내가 생각한 '완벽한 그림'에 왜곡을 주었거나 했었지요.
그래서, 애써 생각합니다.
그 중에 가장 행복한 기억 두어 개 건졌다면,
완벽한 한 해는 아닐지라도
소중한 한 해는 될 수 있겠다고요.
꼽아보니, 올해도 멋진 기억들, 기념비적인 순간들이 꽤 있네요. 놀라고 웃음 터뜨리고 미소짓고 뿌듯하고 가슴 설레고 '아, 좋다' 했던 순간들이 꽤 있었네요. 저의 경우를 들자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신나게 연애를 하고, 일 속에서 여러 보람됨을 얻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고, 평생 별러오던 시력교정술을 해서 오밤중에 더듬더듬 안경을 끼지 않고도 전기장판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제주도와 남해로 여행을 다녀오고, 친한 많은 이들이 올해 연애를 시작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부모가 되었으며, 아직도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꽤 많이 남아있고, 그러네요.
아마 당신도 그럴 거에요.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을 거에요.
내년은 더 좋을 거에요. 장담해요.
공허해서 놀지 말고, 기뻐서 놀아요 우리.
- 2015. 12. 27. 7:16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