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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way Jan 06. 2016

두통



두통은 억울하다.

쿨럭쿨럭 기침을 하거나 뜨끈뜨끈한 이마를 증거로 내밀거나 불편한 속을 호소하며 화장실을 들락날락하지 않으므로, 두통을 앓는 자의 찡그린 미간만으로 주변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그가 아픈지. 앓고 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두통은 막연하다.

잠을 못 자서, 어제 추운 데서 자서, 눈이 나빠져서, 척추뼈가 휘어서, 찬 걸 먹어서, 요즘 신경쓸 일이 많아서, 감기가 오려고, 혹은 다른 그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 정확히 무엇때문에 이렇게 아픈지 확언하기 어렵다. 원인을 모르니 낫기도 힘들다.


그래서 두통을 앓는 자는 왠만해선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누가 말을 걸면 허연 얼굴로 웃을 뿐이다. 참거나 하릴없이 진통제 한두 알 삼킬 뿐이다. 그는 이해받지 못해 외롭고, 증명하지 못해 답답하다.




비유컨대,


마음에도 두통 비슷한 게 올 때가 있다. 이해받지 못해 외롭고 증명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그는 애써 삼킨다. 나약하다거나 꾀병이라거나 너만 힘든 거 아니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그는 허연 얼굴로 웃는다. 사람들과의 농담과 맛있는 식사와 음악 따위가 진통제가 되어줄 것이나, 통증은 언젠가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그를 괴롭힐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때마다 미간을 찌푸리며 참을 것이다.



이러다 말겠지,

아프다고 말 못하는 사람 나 말고도 말겠지,

중얼거리며.




- 2016. 1. 6. 9:2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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