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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way Jan 22. 2016

뭔가가 느껴지긴 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쓰는 글

photographed @mmmg, yongsan




기실, 말이라는 것은 얼마나 허술한가.

글이라는 것은 얼마나 어설픈가.

혀와 입천장 사이에서 공기가 빠져나오는 소리 혹은 몇 개의 기호의 조합을 가지고,



나는 그 순간 보있던 물기 젖은 유리창의 빛깔을 정확히 그려내지 못한다.


긴 출장에서 돌아와 심야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피곤함과 안도감이 허연 입김과 함께 피어오르던 지난 새벽 4시 반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한다.


과식하고 "배불러"를 주문처럼 중얼대다가도 동생이 시킨 치킨에 폭발하는 간사한 침샘에 뭐라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를 미워하면서도 측은히 여기고, 그녀를 그리워하면서도 만남을 두려워하며, 그들의 소식이 가끔 궁금하지만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의 복잡한 지층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변덕스런 아열대 기후처럼 시시각각 마음속에 불어오는 비와, 바람과, 태양과, 안개를 묘사하지 못한다.


잘 지내니? 와 같은 일상적 질문에 간단히 대답할 만큼 내 일상은 명료하지 않다.


나는, 우리는, 세상은, 행복하고도 우울하고, 무덤덤하고도 예민하며, 즐겁다가 지루하고, 뜨겁다가 차가우며, 꽉 찼지만 공허하고, 완전하고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아, 가슴속에 감정들이 가득한데 표현할 길이 없어 허술한 글자와 단어들을 오밤중에 빨래 널듯 하고 있는 지금의 나를 대변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그렇다고.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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