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가까운 시간을 할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그녀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치 그런 말을 들은 듯한 착각이 들 때는 있지.
예를 들면,
춥고 비정한 바깥세계에서 하루를 겨우겨우 견딘 다음, 지친 표정으로 오들오들 떨며 집으로 돌아와, 내 방 문을 열고, 가방을 내려놓고, 느릿느릿 외투를 벗은 후,
몇시간 전에 켜졌는지도 가늠할 수 없는 전기장판 빨간 불을 확인했을 때.
:)
- 2015. 12. 4. 11:42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