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전철을 타러 가는 길이면 항상 마주치는 여자가 있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인채 총총 걸어가다 잠시 눈을 마주치고 서로를 스쳐지나가는 우리는, 그러나 날마다 조금씩 다른 메이크업과 옷차림과 머릿 속 생각들로 각자의 일터로 향하겠지.
오늘은 옷을 대충 걸친 것 같던데 늦잠을 잤을까. 잠못 이룰 고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녀에게도 가슴 뻐근한 보람이,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우리는 매일 기계적으로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을 잘 걷고 있는 걸까. 순간의 걸음들이 모여 인생 전체의 길이 될 텐데.
- 2015. 11. 4. 8:15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