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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way Jan 02. 2019

No more wishes

2019년의 새해소원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가 무심코 '목표중독' 이라는 말 꺼냈습니다. 중독이란 무언가의 부재를 참지 못하는 것, 목표중독이란 목표가 없을 때 불안해지는 증상. 별 생각 없이 뱉은 그 단어가, 몇 주가 지나고 해가 바뀐 지금도 묘한 여운으로 남아 있어요.


매년 새해가 밝아올 때마다 내 자신에게 명령 혹은 통보해 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좀 더 똑똑해지고 부유해지며 건강해져야 한다'고.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왠지 목표를 세워야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작년 새해에 의욕적으로 써내려간 목표 리스트를 다시 읽어봅니다. 큼큼, 반도 못 이뤘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건강을 위해 다짐했던 요가 대신 발레를 시작했고, 능숙해지고 싶었던 운전은 아직 조수 동행의 코칭대로 움직이는 마리오네뜨 수준이며(그조차 직진밖에 못 함ㅋ), 독서량은 아쉽게도 목표치에 훨씬 못미치고, 이 곳에 긴 글로 쓰일수도 있었을 감정들은 잘게 토막나 인스타그램 포스팅이 되었네요.


나는 머쓱해하며, 공인인증서를 갱신하는 심정(?)으로 새해의 나에게 비슷한 목표를 부여할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왠지 이번에는 그런 의식에 '설치안함' 버튼을 눌러볼까 싶기도 합니다.




그보다 진심으로 간절한 나의 새해 소원은, '더이상 소원을 빌지 않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2019년은 내 삶에서 결핍을 찾아내고 그것을 메우는 데 할애하는 해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을 이미 채우고 있는 것들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어루만지며 만끽하는 2019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머릿속으로 목표를 세울 시간에 옳다고 생각하는 삶 쪽으로 1mm라도 몸을 옮기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완벽한 여행 계획도 떠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삶이 되었으면. 삶이라는 여행을 더 직관적으로, 용감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를 포함하여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목표보다 더 나은 '살아냄'이 있으시기를. 충만한 한 해 되시기를.



- 2019. 1. 2. 10:45PM




뜬금없이 입덕중인 클래식 피아노. "올해는 클래식 소양을 길러보겠어!" 같은 목표를 세웠다면 결코 즐겁지 않았겠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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