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시작한 오늘은 오후 내내 여지껏 뜨개질만 하고 있다.
작정하고 대바늘 뜨기 책 몇 권 펴두고서 기본적인 뜨개 바탕 몇 가지를 익히고, 지금은 우리 집 강아지 목에 매여줄 색동 목도리를 뜨고 있다.
뜨개질은 '얼마큼 반복할 건지', '언제 교차할 건지' 그런건 일단 두고 '안으로 걸어서 뜨느냐 겉으로 걸어서 뜨느냐' 가 매듭의 시작이자 사실상 전부이다. 매듭은 패턴이 되어 목도리로 장갑으로 옷으로 붙여지는데, 패턴 특성에 따라 실이 말려들어가기도 하고 정사각형으로 뜨더라도 직사각형으로 길어 보이기도 해서 안뜨기, 겉뜨기에 달려있는 건 단면의 그래픽이 아니라, 완성품의 형태마저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 결국 매듭은 쉽지만, 매듭이 어떻게 남겨지느냐를 생각하지 않고 했다가는 적당히 만족하거나, 다시 다 풀어서 시작하거나 하는 그런 문제가 될수도 있는 것이다.
한 줄씩 생겨나는 편물을 손으로 늘려서 패턴을 확인하고 서두르지 않는다. 까짓 거 다시 풀어야 한다고 해도 전혀 짜증 나지 않는다.
나의 속도로 알아가고, 다시 하고.
주말의 뜨개질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 버린 것이 아쉽지만 한편으로 내내 이렇게 보냈다는 것에 감사하다.
첫눈이 꽤 많이 내린 오늘인데 눈에 대한 감상은 나중으로 미룬다.
꽤 많이 기다린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