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하고 약속한 완성의 0이 되려는 9
오늘 숫자 9엔 여러 개의 기분이 담겨있다.
너는 오랜 시간 동안 참 끈질기게 글쓰기를 권유했다. 심지어는 '언젠가는 넌 글쓰기를 꼭 하게 될 거야' 라며 예언까지 했었다. 그런 너 역시 오늘 숫자 9의 기분과 비슷하다.
10년도 더 전에 한창 글쓰기에 빠져 지내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는 이 9의 기분을 잘 몰랐다. 사실 이런 복잡한 기분의 한 글자를 많이 알지 못한 시절이었다. 여러 가지를 하나로 담아내지 못했고 다만 하나를 여러 가지로 풀어내는 것이 즐거웠던 시절.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한 번쯤은 훔쳐보고 싶은 시절, 그때는 나를 위한 글을 쓰지 못했다.
나를 위한 글은 ‘목표'가 되지 않는 글
지금의 ‘9'를 느끼게 해주는 글
어떤 날엔 뒷머리를 벅벅 긁기도 하고, 나무 책상에 얼굴 대고 눈만 굴리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물음이, 제법 진지한 대답이, 깊은 상념이 되었던 29일이었다.
이쯤을 읽고 있을 너는 '왜 내일이 아니고 오늘 이런 말을 쓰는거지’ 하겠지만
오늘의 기분을 담지 못하는 이유로 지금의 9에 마침표를 달아서
내일 시작하는 건 네가 자주 말하곤 했던 너의 소망. 내가 하는 약속같은 0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