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악몽을 꾼 기간이 있었다. 사고를 당하거나, 무작정 뛰고 있거나, 다치거나 하는
큰 프로젝트의 리뷰나 한창 시안을 진행할 때에는 시험 대형으로 배치된 교실 안에서 교복을 입고 초조히 앞사람이 시험지를 넘겨주기를 기다리는 꿈을 종종 꾼다.
어제는 일박의 병간호를 마치고 피곤에 절은 몸으로 돌아와서 몸은 고달픈데 정신은 멀쩡한 피곤한 밤을 보내다 늦게 잠이 들었다. 이른 오전에 잠깐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그때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그런데 뭐랄까 그 꿈이..
나는 실제 하지 않을 것 같은 커다랗고 울창한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그 거대함에 넋을 놓다가 천천히 나무를 향해 걸었는데, 걸어도 걸어도 도무지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다.
커다란 나무의 전체가 다 보이는 사이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그곳의 배경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수호목 같았던 나무만 생각이 난다.
기분 좋은 상상, 악몽 혹은 경험의 반복이 아닌 이런 꿈은 무엇일까?
걷지 않으면 나는 결국 나무와 멀어졌을까?
오늘 이따금 의문도 들고, 생각도 난다.
기분도 감정도 모른 채 여운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