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남은 안녕

빛은 언제나 슬픔의 반대편에서 온다는 것을

by 여백의 밤


시린 공기가

안개처럼 자욱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검은 터널은

너무나도 춥다


얼어붙은 몸을 녹여보려

애쓰는 너와 나



온기 하나 없는 차가운 길을

끝내 걸어가야 해

되돌아갈 순 없어



손을 꼭 붙잡은 너와 난

안쓰러운 눈물을 흘렸지


마지막 희망을 꿈꿨지만

그것 또한 욕심이었을까



끝내 피할 수 없는

무심하고도 슬픈 결말이

기어코 다가올 것을 알았기에



그러나

온몸에 더 이상

남아있는 힘이 없을지라도

서로를 향한 눈빛만은 강인해


그 누구도

감히 대신할 수 없었지



서로를 끝까지 믿고

영원히 지켜주겠다 말하는

찬란한 사랑이 깃든 눈빛



끝이 안 보여



서늘하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두 눈을 아무리 크게 떠봐도


간절함에 기꺼이 정신을 팔고

전속력으로 달려봐도



이럴 수는 없는데

끝도 없는 것 같아



그런데

어리석은 내가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은



고단한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너는 나를 위해

찬란한 눈빛으로 어두운 길을

밝게 비춰주고 있었다는 것



나의 힘듦 탓에

마지막까지 보지 못했던

너의 눈부신 사랑



이제 보여


그 길이

너무나도 선명히

달빛처럼 환히



결국 너의 희생으로

나 혼자 길고 긴 터널을

걸어 나왔지만



못내

너가 사무치게 그리운 마음에

눈물만 흘리는 형편없는 나지만



다시 만나는 그날에는

너와 난 따스한 축복 속에서

끝없는 이야기를 나눌까



고생했다고 안아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릴까



기쁜 마음으로 서로를 다독여주며


눈만 마주쳐도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웃음을 지어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