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온 길 끝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한번 뒤 돌아볼까
아니야 아직은 안돼
조금만 더
조금 더 달려야 하지 않을까
아니야
달라진 바람과 계절이
멈춰 서서 뒤를 보라고
등을 떠미는 듯해
그래
이제는 괜찮을지도 몰라
얼마나 달려왔는지
살짝 돌아봐도
아
생각보다 많이 달려왔구나
시작점이 안 보인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이야
거칠게 부서지던
나의 발걸음이
열심히 달렸다고 말해주니
이젠 잠시 걸어도 되겠는걸
참 신기하지
출발할 때 바라본 풍경은
빛조차 스미지 않는
무채색 하늘에
생기라곤 하나 없는
거칠고 암담한 사막이었는데
지금 주위를 둘러보니
파란 호수도 있고
오색빛 꽃 들도 있고
초록빛 풍성한 나무들은
선선한 그늘을 만들어
나를 맞아주는 듯해
멈춰 선 순간에야
비로소
보이는 노력의 흔적들
숨을 고르면
푸른 하늘 아래
쌓이고 쌓인 나의 시간이
잔잔히 가슴에 내려앉아
이제야 알 것 같아
저기 반짝이는 파란 호수도
저마다의 색으로 물든 꽃들도
짙은 초록을 견디는
풍성한 나무들도
그저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끝나는 것들이 아니라는 걸
파란 호수는
뜨겁던 눈물이 모여
빛을 머금게 된 것이고
오색빛 꽃들은
작게 이룬 날들이
꽃잎처럼 겹겹이 포개져
피어난 것이고
초록빛 나무는
넘어지고 일어날 때마다
얻게 되었던 넓어진 견문이
탄탄한 뿌리를 내려 자라난 것이니
자칫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저 아름답다고 표현하며
쉽게 스쳐 지나칠지 몰라도
나와 같이
성실히 달려온 이들은 알 거야
이 세상에서 어느 하나
쉽게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아름다운 풍경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 스며들어
영원한 풍경으로 남아
앞으로 가야 할 길을
환히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