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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Aug 14. 2024

말과 글에는 당신이 묻어나기에


언어를 예쁘게 쓰는 사람이 좋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언어 습관이라는 건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서, 삶이 차곡차곡 쌓여 빚어진 그것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언젠가 보러 갔던 공연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왔다. 공연을 본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좋은 글을 보면 문득 이 노래들이 떠오른다.


작가의 영혼은 문장 넘어 숨 쉬며
그녀의 인생은 이야기로 남게 되지

/ 뮤지컬 <브론테> 中

 

알잖아 내가 꿈꾸는 내 모습
모든 순간을 느끼며
뜨겁게 사랑하는 매일매일

내 영혼을 가득 담은 글
그 안에 살아 있는 나

/ 뮤지컬 <명동로망스> 中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형태로는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모두 담기지 않아서 본인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저마다의 이유를 들며 누군가는 사진으로, 누군가는 그림으로, 누군가는 음악으로, 또 누군가는 내가 떠올리지 못한 다른 방법과 형태로 자신을 외친다.


하지만 나는 글에 영혼이 담길 수 있는 말에 공감한다.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글을 써본 적은 없지만, 만약 내가 어딘가에 내 영혼을 담아낼 수 있다면 분명 문자의 형태이지 않을까, 싶어서.



글이든, 말이든 언어의 형태로 드러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다.


새로운 사람과 친해질 때 여럿보다는 둘이 만나 대화를 주고 받는 걸 선호하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테다. 일대일의 상황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솔직한 말을 들어볼 수 있다.


그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것을 어떤 단어로 표현하는지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상대방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게 되는 기분이 든다.


사람마다 즐겨 쓰는 단어가 있고, 자주 쓰는 문장 구조가 있다. 이 모든 요소에서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 시원시원하고 뒤끝이 없는 성격,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성향도 모두 말이다.


대화나 글을 이끌어가는 방식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짧고 간결한 대화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한 가지 주제를 깊게 파고 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SNS에 일상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아도 누군가는 무엇이 일어났는지보다는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글을 쓰고 누군가는 자신의 일상을 깔끔하게 요약해 준다.


앞서 언급했던, 인터넷에서 어느 글의 내용처럼 사람들의 언어에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재미있는 건, 주제도 방식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공통점이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말 하나하나에 다정함을 담아 대화하는 사람들. 왠지 모를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


그래서일까, 상냥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어김없이 그들을 사랑하게 된다.



2023. 03. 12.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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