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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 Aug 15. 2020

전 멋지고 특별하게 성장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제 인생에서 변화를 겪은 일 중 가장 커다란 부분은 아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한 시점입니다.

나이 서른이 넘어 큰 아이를 낳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을 당시 제정신 연령은 사춘기 연령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유복하게 자라진 않았지만 결혼 전까지 큰 기복이 없었어요. 이렇다 한 큰 어려움 없이 자랐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시댁이란 커다란 산이 있었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저도 일을 했고 시댁과 부딪히는 일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신혼이라 어머니가 어려워 쩔쩔맸어요.)


처음 아이를 낳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잠과의 전쟁이었어요.

특히 신생아 때는 밤에 잠투정도 심한 시기여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일이 다반사였지요.

브런치에 아기 엄마, 아빠들이 아이를 낳고 육아하는 글들을 읽을 때면 저도 그때가 떠올라집니다.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늘 힘내시라 응원도 보냅니다.


전 왜 그렇게 잠이 쏟아졌는지...

아이는 열도 낳겠는데 수유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아이는 그만 낳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잠과의 사투도 힘들었어요.

자다 일어나야 하고 젖을 먹이다가 잠이 들어 쓰어져 잤다가 아이는 바닥에서 너부러져 잠이 들었던 적도 있고 잠이 들었는데 이불에 젖 물이 흘러 옷이며 이불 빨래하는 것이 예사였어요.


그때까지는 아이를 낳아서 수유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수유만 끝나면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가고 유치원에 가고 하니 육아가 좀 덜 힘들 거란 야무진 생각을 했네요. 하하하

그건 제 야무진 꿈에 불과했고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수유할 때가 편했던 것 같습니다.


분리불안이 심한 아이여서 집안에서도 엄마와 떨어지면 많이 울었어요.

집안일을 하기 힘들 만큼 늘 옆에만 있어야 했어요. 밖에 데리고 나가면 기분이 좋아질까 싶어 나가도 마찬가지 였고요. 유모차를 태워도 울고 아기띠를 해도 많이 울었어요. 제가 팔로 안아야만 울음이 그쳤어요, 5살 초반까지는 늘 안고 다녔습니다. 

분리불안 때문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꿈도 못 꾸었고 7살에 잠깐 유치원에 다녔어요.




제가 아이를 키우며 꿈꾸던 상상은 늘 물거품이었어요.

일상은 너무나 반대 방식으로 흘러갔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버릴 때가 많았습니다.

남편이라도 제 편이 되어 주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남편은 아이 어릴 때는 늘 술 약속이 끊이지 않았어요.

술자리도 일의 연장이라나요.

지금 같으면 그냥 나가 살라고 내쫓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이가 어릴 적 아이가 잠을 자지 않을 때. 분리분안이 심할 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지 않을 때마다 이 순간이 지나가면 나에게도 육아의 봄날이 오리라 늘 꿈꾸었습니다.

매 순간 위기를 넘길 때마다 이 일만 지나가면 좋아지리라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더 큰 위기들이 많았어요.

마음이 너덜너덜 해지는 순간도 많았고 헤집어진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뭐 그런 순간에도 아이들 때문에 기쁨이나 행복을 느낄 때도 많기도 했지만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내 마음같이 되지 않을 때, 하기 싫지만 해야 할 때가 부지기 수입니다.

지금은 요리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아이 어릴 때는 아이들 음식 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요.

15년 동안 하다 보니 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익숙한 일상이 된 것이 많아요. 집안 일도 그런 일중에 한 부분입니다.

엘리트처럼 커가는 아이가 아니라 개구리처럼 여기저기 튀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속 좁은 제 아량도 참 많이 넓어졌네요. 

요즘은 마음을 달리 고쳐먹었습니다.

제가 참 멋지고 특별하게 성장할 아이를 키운다고 말이에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 블로그에도 글을 썼어요,

이런 장문의 글은 아니고 아이들과 잊지 못할 일들을 간단히 메모 정도 하는 일이었죠.

제 글을 쓰기 보다는 육아 고수라고 하는 분들을 다 이웃 신청해놓고 그분들이 하는 육아법들을 많이 봤어요.

육아에 관한 책도 많이 사보기도 하고요.

아이 어릴 땐 내 아이도 꼭 이렇게 클 거야 하며 열심히 봤어요.


어느 순간 책에 나오는 아이들과 내 아이의 갭이 너무 크고 따라 키운다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어요.

지금 다시 되짚어보면 자괴감이 오는 건 너무나 당연했어요.

책에는 그리고 블러그에는 그 아이들의 평소 지질한 모습은 나오지 않으니까 말이죠.

요즘 다시 육아서를 읽으면 제가 책을 참 잘못 읽었고 책을 읽어도 힘들 수밖에 없었구나 느껴집니다.

언젠가부터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고민해보고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사자와 여우의 두 얼굴이 되는 것을 일상에서 찾아보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육아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아이가 먹을거리를 찾다가 직접 만들어 먹네요.


껍질이 있는 통마늘을 까길래 뭘 하려나 했더니 마늘빵을 만들어 먹어요.

이가 없으면 잇몸, 바게트가 없으니 식빵에 구워 먹습니다.

마늘, 마요네즈, 꿀, 버터로 만든 소스를 식빵에 바르고 마지막에 파슬리 가루를 뿌렸어요.(어미를 닮아서 정량이 없네요. 대충 눈대중이고 마늘을 좋아해 시중 파는 것보다 마늘만 좀 더 넣었어요. 마늘을 전자레인지에 1분정도 돌려주시면 좋아요. 전 살짝 덜익은 마늘이 더 좋긴한데 먹은 후 마늘 냄새가 가시질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마늘을 듬뿍 넣어서 시중에 사 먹는 마늘빵보다 향이 더 좋았습니다. 마늘향이 그대로 났고 씹히는 맛도 그렇고요. 진한 커피와 먹으니 특별히 더 맛있었어요.


아이가 크든 작든 발달과정마다 힘든 부분들이 있지만 이런 일상이 아이를 키우는 행복인 것 같아요.

짐짐한 일상안에서 사이다처럼 톡톡 터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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