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 Jul 18. 2024

줄넘기와 글쓰기

운동과 글쓰기의 상관관계


운동과 글쓰기, 어떤 걸 먼저 시작했더라?

아마 거의 동시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전혀 다른 분야처럼 인식되는

글쓰기와 운동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곤 한다.  



줄넘기와 글쓰기

시작은 줄넘기였다.
일 년 365일 틈만 나면 나가서 줄넘기를 했다.
나와의 약속을 어기기 싫어
태풍이 부는 날에도 바깥으로 나가 미친 사람처럼 뛰었다.
십 년을 뛰면서도 기술을 연마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저 꾸준히, 계속해서 뛰었을 뿐이다.
오롯한 나로 존재하는 순간을 누렸을 뿐이다.
꾸준히 뛰다 보면 줄넘기가 닳아서 끊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에 느껴지는 자긍심과 희열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일 년 365일 틈만 나면 글을 썼다.  
어떤 일을 겪더라도 매일 꾸준히 글을 썼다.
글쓰기에 미친 사람처럼 필사하고 메모했다.
십 년을 쓰면서도 기술을 연마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저 꾸준히, 계속해서 썼을 뿐이다.
오롯한 나로 존재하는 순간을 누렸을 뿐이다.
꾸준히 쓰다 보면 펜이 닳아서 나오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에 느껴지는 자긍심과 희열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재능은 꾸준함을 이길 수 없다.
줄을 돌리고 넘는 단순한 행위처럼
간결한 문장을 이어 이야기를 쌓아가는 거다.  



턱걸이와 글쓰기

턱걸이를 해본 사람은 안다.
제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처음엔 한두 개 하기도 벅차지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한계’ 개수를 거듭하다 보면
개수는 늘어나기 시작한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고 다시 물집이 잡히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굳은살이 자리 잡는다.
철봉을 당기면서 내 몸을 감당할 근육을 키웠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글들을 거듭해서 쓰다 보면
문장은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좌절하고, 실망하고, 흔들리면서도
글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결국 필력이 붙기 시작한다.   
‘언젠가 멋진 글’을 쓰겠다는 바람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 개수’를 반복하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글쓰기를 거듭하면서 나는 내 마음을 감당할 힘을 얻었고
새로운 삶을 끌어당기는 법을 배웠다.  



자전거와 글쓰기

자전거를 배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순간은
두 발을 뗄 수 있는 용기를 내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일단 두 발을 떼고 난 후에는
오른발과 왼발을 부지런히 놀리는 거다.
페달만 밟아도 자전거는 내 몸을 싣고 앞으로 나아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를, 내 삶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먼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로 써내려 가면 된다.
일단 용기를 내고 난 후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지런히 써나가는 거다.
일상을 기록하고, 어제의 아픔을 쓰고,

내일을 향한 다짐을 쓰는 거다.

왼발 다음에 오른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단 하나의 방법이지만
세상 모든 곳으로 이어져 있는 길이다.
글쓰기에 필요한 재능은 용기와 끈기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고질라와 헤엄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