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줄넘기였다. 일 년 365일 틈만 나면 나가서 줄넘기를 했다. 나와의 약속을 어기기 싫어 태풍이 부는 날에도 바깥으로 나가 미친 사람처럼 뛰었다. 십 년을 뛰면서도 기술을 연마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저 꾸준히, 계속해서 뛰었을 뿐이다. 오롯한 나로 존재하는 순간을 누렸을 뿐이다. 꾸준히 뛰다 보면 줄넘기가 닳아서 끊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에 느껴지는 자긍심과 희열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일 년 365일 틈만 나면 글을 썼다. 어떤 일을 겪더라도 매일 꾸준히 글을 썼다. 글쓰기에 미친 사람처럼 필사하고 메모했다. 십 년을 쓰면서도 기술을 연마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저 꾸준히, 계속해서 썼을 뿐이다. 오롯한 나로 존재하는 순간을 누렸을 뿐이다. 꾸준히 쓰다 보면 펜이 닳아서 나오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에 느껴지는 자긍심과 희열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재능은 꾸준함을 이길 수 없다. 줄을 돌리고 넘는 단순한 행위처럼 간결한 문장을 이어 이야기를 쌓아가는 거다.
턱걸이와 글쓰기
턱걸이를 해본 사람은 안다. 제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처음엔 한두 개 하기도 벅차지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한계’ 개수를 거듭하다 보면 개수는 늘어나기 시작한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고 다시 물집이 잡히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굳은살이 자리 잡는다. 철봉을 당기면서 내 몸을 감당할 근육을 키웠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글들을 거듭해서 쓰다 보면 문장은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좌절하고, 실망하고, 흔들리면서도 글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결국 필력이 붙기 시작한다. ‘언젠가 멋진 글’을 쓰겠다는 바람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 개수’를 반복하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글쓰기를 거듭하면서 나는 내 마음을 감당할 힘을 얻었고 새로운 삶을 끌어당기는 법을 배웠다.
자전거와 글쓰기
자전거를 배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순간은 두 발을 뗄 수 있는 용기를 내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일단 두 발을 떼고 난 후에는 오른발과 왼발을 부지런히 놀리는 거다. 페달만 밟아도 자전거는 내 몸을 싣고 앞으로 나아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를, 내 삶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먼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로 써내려 가면 된다. 일단 용기를 내고 난 후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지런히 써나가는 거다. 일상을 기록하고, 어제의 아픔을 쓰고,
내일을 향한 다짐을 쓰는 거다.
왼발 다음에 오른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단 하나의 방법이지만 세상 모든 곳으로 이어져 있는 길이다. 글쓰기에 필요한 재능은 용기와 끈기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