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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타는 여자

16th March 극기의 계절

by Space station



기다리던 그리고 기다리지 않던 봄이 왔다.

분리해 놨던 오토바이 배터리를 조립할 계절이 왔다는 소리고 벌써 타기 싫고 무섭다. 오늘 조립하려 했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핑계) 조만간 조립할 예정이다.

피아노 선생님에게 오토바이보다 피아노를 칠 때 패닉이 더 심하다고 했었는데 오랜만에 오토바이를 탈 생각을 하니 피아노가 술술 쳐질 것만 같다.

오토바이는 23년 11월 나의 생일에 내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 내가 가장 하지 못 할, 나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선물을 고민하다 예쁜 매뉴얼 오토바이를 샀다.

면허는 있지만 자동차 운전도 불안하고 무서워 잘하지 못하는 내가 23-4년도에 오토바이를 타며 재밌는(?) 극기의 추억이 생겨있다.

Gps설정을 이륜차 모드로 하지 않아 올림픽대로를 타고 출근을 했다던지(자동차 전용도로), 정차 후 재출발할 때 조작 미숙으로 시동을 꺼트렸는데 위태로워 보였는지 빵빵대지 않고 기다려준 뒷차들 이라던지, 난폭한 택시가 돌진하며 추월해 너무 놀라 몸이 벌벌 떨렸다던지, 길에서 매뉴얼 바이크 라이더를 만나면 손짓이나 고개로 인사를 하는 라이더 문화를 접한다던지, 뙤약볕 아래서 100km를 라이딩을 한다던지... 생각해 보니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내 성격에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그리고 위험한 취미를 가족들에게 바밍아웃 하지 않고 지냈었다. 그렇다고 숨기거나 하지도 않았지만 설마 내가 바이크를 탈까 여겼던 것 같다.

작년 10월 이사 다음 날 퇴근 후 집에 오니 깨끗하게 정리된 화장대 위에 엄마가 이륜차 등록증을 올려놓고 떠난 걸 보고도 한 번도 엄마에게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명절에 만난 엄마가 아무렇지 않게 겨울인데 오토바이는 어디에 뒀냐 물어봤었다. 심히 당황했지만 덮개를 씌워 뒷골목에 뒀다고 덤덤한 척 답하니 아무리 그래도 오토바이는 너무 위험해서 좀...말 끝을 흐렸고 나는 조용히 자리를 피해 도망갔었다.

어른이 된 나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하는 악동이 되어있다. 심지어 오토바이는 타고 싶지도 않아 하며 말이다. 언젠가 대수롭지 않게 오토바이를 탈 수 있게 되었을 때 필요한 누군가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죽고 싶다가도 진짜 죽을 뻔했네 하며 삶에 애착이 생기게 하는 놀라운 이동수단이다.

그리고 예쁘다.








(혹시 누군가 오토바이를 살 생각이라면 사진 속 오토바이를 적극 비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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