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ㄷㅏㄹ Dec 13. 2022

때로는 시험이 필요해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

시험.. 시험.. 시험..!!


잠이 오지 않는 밤.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그 시절을 온전히 그리워하다가도,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시험'의 존재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아니었음에도 내게 시험은 늘 피하고 싶어지는 존재였다. 국민학생에서 초등학생이 되었던 초등학교 때는 간혹 찾아오는 시험이 반갑기까지 했었다. 이유는 당연하다. 학급 내에서는 나름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학생 중 한 명이었기 때문. 그러나 진짜 시험다운 시험은 모두가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이 우스꽝스러운 스포츠머리를 하고 앉아 있는 그 순간부터 시작이었다.


그동안 내가 해온 것은 공부도, 시험도 아니었구나..!!


중학생이 되었다. 반에서 키가 가장 편에 속했던 나는 바지 밑단은 신발을 덮고 있었고 교복 마이의 소매는 주먹 절반을 뒤덮고 있었다. 나름 초등학교 때는 옷 잘 입기로 소문났던 내가 이렇게 바보 같은 모습으로 중학생이 될 줄이야.. 입학 때부터 그냥 모든 것이 싫었다. 하지만 중학교를 입학할 때 나름 공부에 대한 열의를 가지게 되었다. 한 사람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성을 잡을 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주변 환경'인 것 같다. 당시 내 주변에는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이 형성되었고 그들의 발걸음 쫓아 난생처음으로 도서관에 방문하게 되었다.


등교 -> 하교 -> 학원 -> 도서관


학교에서 5-6시간 정도 수업을 듣고 뒤이어 학원에서도 2-3시간 정도 수업을 들었다. 이게 보통 학생들의 일상이며, 시험 기간에는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하는 것은 비일비재였다. 나는 일반 보통 학생에 진하지 않았지만 앞서 말했듯 주변 친구들의 영향에 의해 도서관에 찾아가 한 달 전부터 중간고사 준비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나 자신이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중학생의 시작이 나쁘지 않구나. 시작이 반이라고 이미 엘리트가 되어가는 기분을 만끽하기 바빴다.


부족했던 것은 노력이었을까 능력이었을까?


나름 열심히 시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인생 첫 중간고사의 성적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학급 내에서는 중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내가 투자 한 노력 대비 이 정도 성적은 너무나도 아쉬운 결과였던 것이다. 다음 기말고사는 이번의 부진을 말끔하게 만회해보자!라는 생각을 그때는 왜 못 했을까?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해 이미 나의 의지는 너무 쉽게 부러져버렸고 기말고사부터는 도서관 방문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말았다. 그렇게 내 성적은 큰 상승, 하락의 폭 없이 늘 비슷한 수준을 웃돌뿐이었다.


나같이 나태한 놈에게는 가끔 시험이 필요해!!


그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되기까지. 이미 수많은 시험을 치러왔고 갈수록 나의 노력은 흐지부지 되어가고 있었다. 뇌가 굳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화상을 피하기 위해 불을 피하는 척할 뿐이었지 늘 내 발등에는 화상 자국이 그득할 뿐이었다. 이번 시험을 어떻게 하면 잘 볼 수 있을까에서 어떻게 하면 커닝을 안 걸리게 할 수 있을까 와 같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소심한 성격 탓에 부정행위를 할 배짱도 없었기에 시험 기간에는 공부하는 시늉을 했다.


그나마.. 시험 기간에는 나 같은 놈도 공부를 하긴 하는구나.. 지금이야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함이 아니고서는 나에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시험은 없다. 조금 위험한 발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벼락치기라도 좋으니 가끔은 아주 가끔은 시험이 필요한 것 같다. 나처럼 게으르고 말로만 계획하는 사람에게는 특히나.


작가의 이전글 별똥별을 보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