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대가 최고야
전기장판. 나는 겨울이 좋다. 사계절 중 3등으로 좋다.
그 겨울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단연 겨울철 군것질 거리가 될 것이며, 그다음은 나의 사지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침대 위 전기장판 되시겠다. 우리 집은 제법 낡았다. 얼마 전에는 동파 상태가 아님에도 수도관이 펑! 하고 터져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우리 집 거실은 물 바다가 되었고, 수도관을 전부 교체하면서 장판과 도배까지 새로 하게 되었다.(내 돈!!!!) 낡은 집에서 살면 좋지 않다. 그중 겨울에 가장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외풍'이다.
'윤스테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한옥 콘셉트의 게스트 하우스를 빌려 외국인 손님을 모시는 포맷.
그곳에서 온돌방을 표현하기를 방은 들끓는 온도이나 외풍이 있어 얼굴은 차가울 것이다. 고로.. 피부에 좋다고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우리 집이 그런 격이다. 나는 피부가 나쁘지 않은 편인데.. 이 덕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ㅋㅋㅋ) 외풍으로 가끔 정수리가 시릴 때도 있지만 전기장판 덕분에 춥다는 감정을 느끼지는 못 한다.
한 겨울.. 그러니까 실외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은 전기장판을 풀가동하는 밤이 된다.
평소에는 30도에서 높아봐야 35도 정도로 맞추고 단잠을 청하는 편이지만, 한파에는 40도에 이르게 전기장판을 떼고는 한다. 덕분에 나는 추위와 당당하게 맞서며, 지금이 겨울인지 가을인지 봄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컨디션으로 단잠에 빠지곤 한다.
전기장판 덕분이겠지? 겨울 아침은 정말 일어나기가 힘들다. 너무 고되다.
인간이 해서는 안될 짓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특히 전기장판이 있다면 상황은 더더욱 악화될 것이다. 전기장판은 마치 쥐를 잡기 위해 펼쳐놓은 끈끈이처럼, 나의 사지 육신을 끌어당겨 당최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어찌 보면.. 육체보다는 이미 정신이 지배되어 나 자신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날 의지가 없는 것 같기도... 이토록 전기장판은 심신에 해롭다(ㅋㅋ)
하지만 전기장판 없이는 한 겨울에 잠 들 수가 없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은 맛이 있다고 하지. 마치 불량식품처럼. 내게 전기장판은 겨울 아침 모든 의지를 앗아가는 불량식품이면서도, 좋은 꿈을 선사해주는 수면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