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시골 어느 폐교에서
나는 별똥별을 보았다
농촌 체험 학습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짜릿한 도시 탈출
허나 들뜬 내 심장의 나침반은
농촌이 아닌 너에게로
12살 풋내기 마음 첫사랑의 씨앗이
꽃을 만개하다
준비 되지 않은 이 마음
누구에게 들킬까 꽁꽁 싸맨다
하지만 너만은 알아줄까 싶어
너의 옆자리를 사수해
혹여 내 마음 들킬까 눈 마주치면
시선 거두기 바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주어진 이틀은 너무나도 짧다
소득 없이 흘러간 야속한 시간이여!
아니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한 미련한 인간이여!
지난밤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말 한마디 붙여보기 어려워
그렇게 한숨 쉬며 고개를 든 순간
나는 별똥별을 보았다
누구에게든 자랑하고 싶어
떨구어진 내 시야의 초점은
자연스레 너의 매력적인
콧잔등 점 위에 안착한다
시선이 마주한 순간 청량한 미소를 띠며
내게 말을 건네
너 방금 하늘에서 별똥별 보았니?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의 눈동자 위로 별똥별이 떨어지던 순간
나는 별똥별과 함께 너를 내 가슴 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