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인터뷰 20: 염해람 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속담이 있지만, 취업 시장의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표지에 해당하는 이력서에 나를 제대로 담아내고자 지원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한다. 스웨덴 노동시장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다만 이력서라는 틀의 모습과 틀에 담을 재료를 고르는 기준이 조금 생소할 수 있을 뿐.
이번 인터뷰 전까지 필자는 한국에서의 직장 경력이 유학생에게 무조건 긍정적 요소로만 작용한다고 어림짐작했다. 하지만 그 구슬들을 어떻게 잘 꿰어서 빛나게 할지 고민하는 과정의 어려움마저 숙고하진 못했다. 학교에서 그다음 학교로 나아간 필자가 하지 않았던 고민을 되돌아보며, 나를 남에게 보여주는 일이 얼마나 ‘전략적’인지 깨달았다.
룬드대학교에서 2019년부터 2년 동안 전략 커뮤니케이션 석사과정을 (MSc in Strategic Communication) 공부한 염해람 이다. 21년 봄학기에 코스워크를 마치고 졸업 논문과 취업을 동시에 준비하다가 스톡홀름에 있는 한국 회사에 입사했다. 예정보다 빨리 직장 생활을 시작하느라 졸업 논문 제출을 미뤘지만, 가까운 미래에 논문 작업을 마무리하고 학위를 받을 계획도 있다.
2012년 가을학기에 린셰핑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서 스웨덴에 다시 오고 싶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로부터 스웨덴 직장 생활이 한국과 사뭇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직장생활도 했는데, 특히 워라벨 측면에서 힘든 점이 있었기에 석사 유학 후 스웨덴 취업을 목표로 정하고 석사 전공을 알아봤다.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전공으로 선택지를 좁힌 건 학부 전공과 연관된다. 학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등의 수업을 흥미롭게 들었기에, 학부 전공을 살리면서도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실용성을 갖춘 전공을 원했다. 그리고 알아본 결과 룬드대학교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이런 기대에 부합할 것으로 생각해 지원했다.
모난 것 없이 둥글둥글한 사람이었다.
2020년 가을학기에 룬드대학교 공식 인스타그램 앰버서더 활동을 했던 경험을 꼽고 싶다. 일주일 동안 룬드대학교 학생으로서 나의 경험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인스타그램 포스팅과 스토리 기능으로 홍보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알아간 사람들이 나중에 취업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고, 여러 사람에게 나를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로서 SNS에 학교를 홍보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 경험이 취업 과정에서 좋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이력서에도 이 내용을 넣었고, 면접에서 관련 질문을 받기도 했었다.
돌이켜보니 이력서 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공을 들였다. 우선, 한국과 스웨덴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력서 형식이 다르고, 회사마다 차이도 있기에, 이 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혼자 조사도 해보고, 다른 지원자의 이력서를 검색하거나 스웨덴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나아가 스웨덴에서 취직하고자 하는 ‘외국인 유학생’인 내 모습을 어떻게 어필할지 많이 고민했다. 한국에서의 직장 경력도 있고, 스웨덴에서 공부하며 배운 전공 지식과 각종 활동 경험도 있지만, 결국은 상대적으로 더 짧은 시간을 보낸 스웨덴에서의 경험이 더 밀도 있게 담겼다. 스웨덴 회사 취업을 준비하니 이곳에서의 경험이 높게 평가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처럼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해본 분들에게는 다소 쓰라린 현실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나처럼 외국인 유학생으로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이 귀 기울였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끼리 더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첫 학기에 다양한 친구를 사귀고자 두려움 없이 다가갔고, 지금 와서도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친구들과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지느라 바쁠 것 같다.
유학, 그리고 유학 이후의 현실을 최대한 많이 파악하고 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유학 설명회나 대학별 세미나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정보를 얻는다면 유학 시작 후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올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2년 석사 과정이 길다면 꽤 긴 시간이고, 해외 체류 경험이 적은 분들은 생각지 못한 고비가 올 수도 있다. 얼마나 알고 왔으며,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가 이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예컨대, 룬드대학교에서는 ‘유니버디 (Unibuddy)’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재학생에게 직접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아쉽게도 내가 석사 진학을 준비할 때는 없었지만, 나중에 올라오는 질문을 보니 현실적인 질문도 많았고, 재학생들도 최대한 사실적인 답변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스웨덴은 바나나 맛 감초 사탕이다. 스웨덴에서 감초(liquorice)가 인기가 많아서 이런 디저트도 판다. 스웨덴 생활을 되돌아볼 때 느끼는 감정이 이 사탕을 먹을 때 감정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가, 나중에는 어딘가는 좋고, 어딘가는 좋지 않은 것이 섞인 맛이었다.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여기서 계속 지내게 하는 매력도 존재한다. 묘한 중독성을 지닌 이 사탕처럼.
커버 이미지: 염해람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