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지원 연대기 2: 자리 알아보기

추천서가 세 장이어도 꿰어야 보배

by 김우성

좋은 성적, 추천서, 공들여서 작성한 CV와 학업 계획서, 그리고 괜찮은 연구 계획서까지. 모두 지원할 자리가 없다면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만큼 지원할 자리를 알아보는 일은 중요합니다. 석사 공부를 한 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그대로 밟을 수 있는 경우라면 이 과정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다른 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고 싶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치밀하게 자리 물색을 해야 합니다.


저도 12월 초부터 노트를 만들어가면서 정말 열심히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박사 공고를 알아봤습니다. 사실은 아직도 새로 나오는 공고가 많아서 원서를 넣고, 인터뷰를 보면서도 새로 들어오는 공고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중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지만 처음에는 꽤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유럽 위주로 박사 공고를 알아보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터득한 팁을 몇 가지 공유하는 내용으로 준비했습니다.


1) 학교별로 찾아보기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싶은 학교가 정해져 있다면, 해당 학교의 박사 과정 공고가 올라오는 링크를 즐겨찾기로 모아 놓은 다음에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분야를 좁게 정의하자면, 정말 연관성이 큰 공고가 올라올 수 있는 대학은 스웨덴에서 세 군데뿐입니다. 이런 경우 어떤 검색 엔진을 이용하거나, 박사 과정 관련된 정보를 모아 놓는 웹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것보다, 해당 학교 포스팅만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길입니다. 실제로는 저도 관심 분야를 조금 더 넓히고 경제학(economics)이나 사회 역학(social epidemiology) 쪽의 공고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즐겨찾기 목록에 들어간 스웨덴 학교가 3개보다는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5-6개 수준이기 때문에 학교별로 찾는 방법이 유효합니다. 대부분의 노르딕 국가에서 제가 관심을 가질만한 대학은 나라별로 한 두 개뿐이었습니다. 때문에 역시 해당 대학의 박사 공고가 올라오는 링크를 즐겨찾기에 저장해놓고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룬드대학교의 아카데믹 포지션 오프닝이 올라오는 링크입니다. 박사과정은 물론 박사 후 과정이나 교직원 채용 공고도 여기에 올라옵니다.

박사 과정 연대기 3.PNG 링크에 들어가면 이런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관심 있는 포지션의 유형을 날짜별, 기관별, 마감기한 별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공고가 영어로 올라올 수도 있고, 영어와 스웨덴어 두 가지로 올라올 때도 있으며, 스웨덴어로만 올라오는 공고도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어로 석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유학생이 높은 수준의 스웨덴어 능력을 요구하는 박사과정에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 것 같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분야는 스웨덴어로 공고가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고, 개인적으로 아는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인터뷰에서 스웨덴어 능력에 대해 단 한 마디로 물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른 직업 구하는 과정처럼, 특히 스웨덴에서, 박사 과정 공고를 두고도 이른바 "내정자"가 정해져 있고, 공고는 그냥 형식적으로만 올리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물론 매년 해당 학교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 중에서 자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겠습니다만 그러 사람을 모두 내정자라고 생각한다면, 내정자가 없는 박사 공고가 없습니다. 경제학 박사과정의 경우 한 번에 여러 명의 학생을 뽑는데, 이 경우 해당 학생이 모두 내정자 일리도 없습니다.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관심 있는 포지션에는 일단 지원해보는 것이 게임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우월 전략"이 되겠습니다.


물론 연구 제안서를 받는 공고의 경우에는 지원 전에 해당 학과/기관의 연구자와 상의해보는 것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제 의견이 아니라 제가 연락했던 대부분의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부분입니다. 다만, 일부 학교는 명시적으로 연구 제안서와 관련된 사전 연락을 삼가 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학교의 지원 절차를 준수해야 하겠습니다.


2) 특정 분야와 관련된 공고 모음 사이트

유럽에서 열리는 인구학 관련 분야 박사 과정 공고는 대부분 Population Euorpe이라는 홈페이지에 올라옵니다. 때문에 유럽 모든 나라의 인구학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는 학교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가지 않더라도, 새로 올라온 포지션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웹사이트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Population Euorpe 링크

박사 과정 연대기 3-2.PNG 이렇게 공고가 올라옵니다. 국가와 상관없이 영어로 올라오며, 가끔 독일어로만 올라오는 공고가 있습니다.


3) 일반적인 검색 포털

어느 학교부터 찾아보아야 할지 막막하거나, 조금 더 넓게 살펴본 후 검색 범위를 좁히고 싶다면 박사 과정과 박사 후 과정 포스팅을 모아 놓은 웹사이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수 천 개의 포스팅이 올라오기 때문에 관심 분야나 나라를 잘 좁히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제가 자주 들여다봤던 곳을 몇 군데 소개해드립니다. 검색 알고리즘이 같지 않고, 올라오는 포스팅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검색 초기에는 여러 곳을 시도해보시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박사과정의 경우 self-funding 여부와 국적에 따라서 지원 자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https://www.jobs.ac.uk/phd

https://euraxess.ec.europa.eu/

https://academicpositions.com/

https://www.findaphd.com/

https://www.phdportal.com/

경험상 주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관심 있는 내용은 꼭 해당 기관/대학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셔서 펀딩 여부, 지원 자격, 지원 시기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세부 내용이 다르게 올라오거나, 예전 내용이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비슷한 내용의 포지션 오프닝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 하나만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원하는 자리가 너무 눈에 띄지 않는다면 검색어를 조금씩 바꾸어보면서 오프닝을 확인해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예를 들어서 'demography'로만 검색하기보다는 'migration study', 'social inequality', 'population study' 등의 연관검색어를 시도해보는 것이 대개 더 좋은 검색 결과를 제공해줍니다.


4) 교직원

여러분의 지도교수,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혹은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추천서를 부탁해볼 만한 수준으로 알고 지내는 연구자에게서 얻는 정보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의 추천서 포스팅에서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때로는 이런 분들이 여러분이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을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학과/연구소에서 자리가 나올 것인지 가능성을 점쳐보는 데에는 이 네트워크보다 더 효과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이 4가지를 모두 이용하면서 그동안 꾸준히 제가 '누울 자리'를 찾아보았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유럽보다 대부분 박사 과정 전형을 마감하고, 작년 12월까지는 제가 코스워크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이쪽은 잘 챙기지 못했지만, 크리스마스 휴일부터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공고가 활발히 나오는 시즌은 제대로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2월 중순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새로운 오프닝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장 마지막에 지원하는 자리가 가장 가고 싶은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제 분야가 유별난 것 같지는 않고, 유럽 여러 나라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박사 과정 지원 자체가 마라톤처럼 장기전인 것 같습니다. 요즘, 혹은 앞으로 이 마라톤을 완주하고자 노력하시는 독자분이 있다면 완주 끝에 꼭 좋은 결과 거두시기를 응원하면서 이번 포스팅은 마치겠습니다. 혹시 제가 공부하는 분야와 관련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 메일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박사 과정 연대기는 제가 어떻게 마지막 학기를 보냈는지 스스로에게 남기는 기록임과 동시에,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영어권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소한 유럽 여러 대학/연구소로 박사 과정을 지원하는 예상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드리고자 시작했습니다. 모든 내용이 반드시 시간 순서를 따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되돌아보면 먼저 신경 쓰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남는 것들이 있고, 그런 내용들을 먼저 논의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여정에서 다시 한번 느낀 바이지만, 유럽에서 박사 과정 이상을 공부하시는 한국인의 수는 석사 과정 학생보다 훨씬 적습니다. 때문에, 일반화시키는 데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할지라도, 제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분이 할 일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진: 코펜하겐 "블랙 다이아몬드(덴마크 왕립 도서관)"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 코펜하겐에도 나오기를 기다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과연 나올까요? 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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