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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Oct 04. 2020

AC 인터뷰

유학을 고민하는 내가 꼭 듣고 싶은 이야기

역할 모델? 

한길을 가는 사람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한 뼘 더 멀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 유학생의 진로는 긴 여정을 시작할 때 각자 품었던 꿈처럼 다양하다. 꿈이 큰 사람이라도 여정의 초입에서는 어떤 길이 가야 할 길인지 알기 어렵다. 역할 모델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보는 것이 달라진다는 말처럼, 둘러싼 배경이 다르면 역할 모델이 필요한 이유도, 그 대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래된 질문 

석사 과정을 시작하기 전부터 “졸업하면 뭐 하지?”라는 질문은 나를 무겁게 따라다녔다.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무임승차해서 2년 동안 내 기숙사 방에 더부살이하며 나를 괴롭혔다. 내가 꾸었던 수많은 악몽 중 몇 개는 오래된 질문이 머리맡에서 나를 괴롭혔기 때문일지도. 답을 찾기 위해 학교에서 권하는 여러 진로 관련 행사에 참여했고, 도움 되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열심히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낯설어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왠지 ‘결정적으로’ 내 이야기가 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내 미래를 볼 수는 없더라도, 나와 비슷한 조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의 이야기에 목이 말랐지만 찾기 어려웠다. 정말 운이 좋게도, 가족 얼굴을 볼 기회를 반납했던 지난 겨울방학에 나만의 답을 찾고, 내 꿈에 귀 기울여줄 학교를 찾아 졸업 후 바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졸업 후에도 목마름을 잊지 않았고, 언젠가 나처럼 유학생 경험을 하고 자기 계획대로 자리 잡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바랐다.     


뜻밖의 기회, AC 인터뷰

오랜만에 주한스웨덴 대사관에서 기획한 <스웨덴유학 그리고 삶> 브런치 매거진에 참여하면서, 깊이 담아두었던 생각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석사 재학 시절의 내가 꼭 듣고 싶었을 이야기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신중하게 질문을 만들었고, 소중한 경험을 공유할 졸업생을 만나는 중이다. 값진 이야기가 빛을 보도록, 인터뷰 기획 제목도 만들었다. 졸업과 동시에 시작을 의미하는 ‘commencement’라는 단어를 이용해 “After Commencement (AC)” 인터뷰라는 이름을 지었다. AC 인터뷰는 누군가가 딛고 설 거인의 어깨를 찾는 기획은 아니다. 졸업 이후의 인생을 소신껏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보석 같은 이야기를 담으러

아직 많은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졸업을 준비하고, 진로를 개척한 개인의 ‘결정적 순간’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빛을 뿜는 작은 보석임을 깨닫는다. 전문 연구자가 되기 위한 마라톤을 뛰면서 스웨덴 숲에서 버섯을 따듯 보석을 모아보겠다. 


언젠가 나는 한 손에는 학위 논문을, 한 손에는 보석함을 쥘 수 있을까? 


*커버 이미지: Jukan Tateis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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