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성 Sep 15. 2021

AC 인터뷰 15: 임현명 님

나에게 스웨덴은 신선한 충격이다

언젠가 나에게 오랜 해외 살이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만났던 사람들, 그들과 보냈던 시간을 꼽을 것 같다. 같이 부대끼며 사는 사람들과 서로 주고받는 영향은 엄청나다. 대부분의 시간을 전공 공부에 쏟고, 졸업을 앞두고 진로 고민을 하는 일반적인 유학생활의 틀 속에서도 색다름을 찾는다면, 역시 누구와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어울리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졸업  알맞은 진로를 찾는 목표와 스웨덴에서의 경험을 더욱더 특별한 것으로 만든다는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노력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현명 님이 직접 보내주신 사진을 많이 사용했다. 어느 때보다 읽는 재미만큼 보는 재미도 가득한 인터뷰였다.


1. <스웨덴유학 그리고 삶>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샬머스 공과대학에서 Sound and Vibration을 전공한 임현명이다. 현재는 한국에 있는 글로벌 제조업 회사에서 오디오 솔루션 분야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2. 스웨덴 석사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스웨덴 유학 전에 미국에서 학사를 마치고, 취업하면서 10년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저의 아카데믹 역량을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겨 부분을 발전시키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다. 음향 공학 분야로 학교를 찾아보던 중 샬머스의 해당 프로그램에 눈에 들어왔다.


스웨덴을 선택한 이유는 북유럽의 복지, 사회 제도와 더불어 북유럽 디자인을 가까이에서 체험하며 배우는 것에 관심이 있었고, 첫 유럽 여행도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나라들을 방문한 일정이었기에 언젠가 거기서 살아보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스터디인스웨덴코리아에서 준비한 유학 설명회에서도 샬머스 공과대학교가 실용성을 추구하고 취업 연계를 강조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 확신했다.


3. 스웨덴에 오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스웨덴의 오기 전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다양한 곳을 여행하고 다방면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외향적 면과, 혼자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가거나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산책하기를 즐기는 내향적 면을 모두 가진 사람이었다.


4. 석사 유학 과정에서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활동 한 가지만 골라본다면?


같은 전공을 공부하고 취업한 선배들과 만나는 다양한 소셜 이벤트를 우선 꼽고 싶다. 대기업부터 신생 기업까지 다양한 회사의 선배들이 찾아와 세미나도 하고, 회사에 초대하거나 장소를 마련해 저녁 식사를 하거나 한잔하는 (Pub night) 행사를 마련해주었다.


이런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회사 취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거나 졸업 논문 주제는 무엇이 좋을지 등의 구체적인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이 행사에서 한 컨설팅 회사와 인연이 닿아 5개월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할 기회도 생겼다.


회사를 방문은 외국인 학생이 알기 어려운 스웨덴 오피스의 실제 모습과 근무 환경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좋은 기회였으며,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프로페셔널 카메라로 유명한 Hasselblad의 예테보리 본사에서 주최한 세미나 중 한 컷


5. 취업을 위해 본인만의 노력이 가장 필요했던 분야는?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음향 공학이라는 분야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전공 프로그램이다 보니 수학과 물리 관련 기초가 생각보다 중요해 이 부분을 다지는 데 시간을 기울였다. 추후 회사의 기술 면접에서 이런 내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투자였다. 달리 말하면, 전공 분야의 기초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머릿속에 담고 있으려고 노력했다.


둘째로, 지원 회사가 나의 전공 프로그램으로부터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고민을 많이 해봤다. 잡 디스크립션에 특히 주목했고, 수업에서 했던 실험, 제출했던 과제와 논문 등과 연관성을 지어 예상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좋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셋째로, 졸업 논문 작성 시 볼보나 스카니아 같은 대기업에서 작업할 수도 있었지만, RISE에서 작업하면서 스웨덴어로 업무를 보고 피카도 하는 작업환경 속에서 일했고, 해당 기업이 공기업이다 보니 일하며 스웨덴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어떤 분야 투자에 관심이 많은지 살펴볼 기회도 있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연구 동향을 파악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6. 다시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첫 학기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은?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예테보리라는 도시 내에서 참여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행사와 모임 등에 많이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다. 또, 다시 한국에 와서 보니 고틀란드(Gotland)나 노를란드(Norrland)처럼 스웨덴의 전통이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많이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7. 예비 유학생이나 유학생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공에 관련된 내용은 주변 유학생분들을 보니 다들 알아서 잘하시고, 또 각자 분야가 너무 달라서 드릴 말씀이 없지만, 스웨덴어 공부를 강력히 추천한다. 꼭 취업 때문이라기보다는 스웨덴 사회를 더 풍부하게 경험할 기회를 열어준다. 나는 무료 프로그램이 아닌 Folkuniversitetet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소정의 수업료를 내고 들었고, 그 후 다양한 교재,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등으로 실력을 쌓아나가며 스웨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간접 체험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덕분에 스웨덴의 ‘센트럴 파티(스웨덴의 원내 정당 중 하나)’ 대표를 만나서 대화를 나눌 기회도 있었고, 스톡홀름의 지하철에서 만난 남자 배우 대화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런 경험들은 돈 주고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고, 스웨덴어를 공부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하기 어려웠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스웨덴어를 하면 유학 생활 도중 특별한 경험, 길게 보면 삶에 신선한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왼쪽: 스웨덴 인기 드라마 <Vår tid är nu>의 주연배우Charlie Gustafsson. 오른쪽 스웨덴 중앙당 대표 Annie Lööf.


8. 마지막으로, "나에게 스웨덴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본다면?


나에게 스웨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스웨덴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다. 해당 어젠다가 정치적인 토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시민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정치인들이 가지는 스탠스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꼈다. 오랜 시간을 보냈던 미국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고, 내가 살 당시의 미국은 오히려 그 반대 지점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실용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태도가 친환경적인 삶을 위한 노력과 연결되는 지점들, 예컨대 중고 물품 소비가 활발하고,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 소비 줄이기를 위해 노력하는 점 등도 인상 깊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환경 문제 관련해서 스웨덴에서 터득했던 것들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웨덴 유학 이전에는 가치관 우선순위의 뒤에 있던 것들인데 이제는 추구하는 가치관의 일부분이 되었다.


* 커버 이미지와 본문 사진 출처: 임현명 님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 인사 담당자에서 다시 학생이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