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하는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에서부터 접종 후기까지
약 3개월 간의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스웨덴으로 돌아왔다. 다시 새롭게 적응해 나가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하나씩 해 나가기로 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코로나 백신 접종이었다. 스웨덴의 공중보건기관 Folkhälsomyndigheten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현재 글 작성일(9월 23일)을 기준으로, 만 16세 이상 국민의 83.3%가 1차 접종을, 75.5%가 2차 접종을 완료하였다 (출처: https://www.folkhalsomyndigheten.se/folkhalsorapportering-statistik/statistikdatabaser-och-visualisering/vaccinationsstatistik/statistik-for-vaccination-mot-covid-19/).
꽤나 높은 수치이다. 작년 스웨덴의 팬데믹 상황이 심각했던 만큼, 백신 접종에 민감하게 대응한 것 같다. 필자는 한국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아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고 스웨덴으로 돌아왔다. 출국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 예약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운이 좋아 빨리 접종일을 잡더라도 1차 접종까지만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1차 접종을 받고, 스웨덴에 와서 2차 접종을 받는 방법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 복잡해질 것 같아 스웨덴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스웨덴에서는 백신 접종 예약 방법이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첫째는 이제 막 스웨덴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유학생들처럼 PN(Personal Number)이 없는 경우, 둘째는 PN이 있는 경우이다. 첫 번째의 경우, PN이 없어도 접종 가능한 센터에 전화나 방문을 통해 예약을 할 수 있고, 해당되는 접종 센터는 1177(https://1177.se/)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룬드대학교 학생과 교직원이라면 따로 예약을 하지 않고도 캠퍼스에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드롭인 접종이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매일 운영되는 것은 아니고,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되는 날짜, 시간, 장소에 맞추어 방문하면 된다.
룬드대학교 드롭인 백신 안내는 아래 링크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 Coronavirus (Covid-19) information for students (Drop-in vaccination on campus in Lund, Malmö and Helsingborg in October and other vaccination opportunities): https://www.lunduniversity.lu.se/coronavirus-covid-19-information-students#Vaccination
두 번째인 PN이 있는 경우, 동일하게 1177 사이트에서 예약 가능한 접종 센터를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할 수 있다. 필자는 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접종 예약을 진행했다.
룬드가 위치한 스코네 지역의 코로나 백신 접종 관련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Vaccination against COVID-19: https://www.1177.se/en/Skane/other-languages/other-languages/covid-19/vaccin-engelska/
- Make an appointment for vaccination against covid-19 in Skåne: https://www.1177.se/en/Skane/other-languages/other-languages/covid-19/boka-tid-for-vaccination-mot-covid-19-i-skane
- 1177 Vårdguiden이란?
스웨덴의 국가 의료서비스 통합 허브로, 의료 상담, 정보 제공, 의료 서비스 예약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인터넷 사이트(1177.se)와 통화(1177번)로 운영되고 있다. 통합 허브이나,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홈페이지 상단에서 거주지별(예:Stockholms län, Skåne 등)로 세부 지역을 설정해서 이용해야 한다.
룬드에서 PN으로 인터넷 접수가 가능한 센터는 총 세 곳이 있었다. 세 곳 다 센트럴에 있어서 거리는 상관이 없었고, 그중에서 센터가 가장 커 보이는 Kry Lund로 가기로 했다. 그러면 1177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이고, 이제 선택한 접종 센터의 사이트를 통해서 예약을 진행하면 된다.
- Kry 접종 센터 코로나 백신 예약 링크: https://www.kry.se/en/vaccination/covid-19-vaccine/
PN을 입력하고 Bank ID 인증을 받으면,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한 자가 진단과 복용하고 있는 약, 알러지 등에 대해 답해야 한다. 모든 질문에 다 대답했으면, 날짜와 시간 별로 예약을 할 수 있는 타임 슬롯들이 뜨는데, 타임 슬롯은 5분 간격이었다. 예약 단계에서는 내가 어떤 종류의 백신을 맞게 될지 미리 알 수 없었다. 스코네 주에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필자보다 먼저 룬드에서 접종을 받았던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모더나 백신을 맞게 될 확률이 높을 것 같다고 짐작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접종 시기보다는 접종 센터마다 주로 가지고 있는 백신 종류가 다른 것 같았다. 같은 시기에 다른 센터에서 접종을 받은 친구들은 화이자를 많이 맞았다.
예약 시간은 14시 35분이었지만, 14시 20분 정도에 미리 접종 센터 앞에 도착했다. 항상 이 접종 센터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예약을 해도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되나 보다 생각하고 일부러 일찍 도착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딱 내 예약 시간에 맞춰서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예약 시간보다 아주 조금 전에만 도착하더라도 밖에서 대기하다가 들어가야 했던 것이었다. 이를 몰랐던 필자는 덕분에 15분을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예약 시간이 되면 직원 한 명이 입구로 나와 예약 시간을 부른다. 스웨덴어로만 말해주기 때문에 아주 잘 경청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딱 정시에 부르기 때문에 본인의 예약 시간인지만 시계로 확인하고 들어가면 된다.
입구로 들어가면, 먼저 파란 마스크를 나누어 준다. 접종 센터 안에서는 계속 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더 안 쪽으로 들어가면 접수창구가 있다. 이곳에서 ID 카드를 보여주면, 직원이 예약 정보와 신원을 정확히 확인한다. 직원이 1차 접종이 맞는지 다시 확인했고, 접종 후 흔히 겪을 수 있는 부작용과 주의해야 하는 점(너무 무리해서 활동하지 않을 것, 당일 샤워는 하지 말 것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후, 2차 접종 날짜 예약도 도와주었다. 한국은 백신 접종 예약을 하면 1차 접종일에 맞춰 자동으로 접종 간격이 계산되어 2차 접종 예약도 함께 잡히는데, 스웨덴은 따로 2차 접종일을 예약해야 한다는 점이 한국과 달랐다.
현재 스코네 주의 모더나 백신 접종 간격은 6주로 권고되고 있는데, 정확하게 6주가 되는 날이 아니라 6주 차 그 언저리에 맞아도 된다고 한다. 따라서 센터에서 잡아준 2차 접종 스케줄을 취소하고 일정을 그즈음 다른 날, 다른 시간대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1차 예약 때처럼 인터넷을 통해서 하면 된다.
2차 접종 날짜까지 예약을 마쳤다면, 직원이 백신 접종 카드를 준다. 이름, 1차 접종 날짜, 2차 접종 예정일, 2차 접종 요일과 시간이 적혀있다. 그리고 이 카드를 통해서 맞게 될 백신 종류가 모더나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다음, 접종 테이블 번호를 안내받았는데, 7번, 럭키 세븐이어서 뭔가 기분이 좋았다. 따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접종 테이블로 가서 담당 간호사 선생님께 다시 건강 상태 질문을 받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평소에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라, 주사는 그냥 별생각 없이 맞았다. 주사를 맞고 나서 간호사 선생님께 혹시 부작용 같은 거 겪으셨냐고 여쭤봤는데, 부작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자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친절한 응원도 덧붙여 주셨다.
접종을 마쳤다면, 위 사진과 같은 공간에서 원하는 곳에 앉아 15분 동안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체크하며 대기하면 된다. 가장 뒤 쪽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핸드폰 하다가 고개를 들어서 앞을 보니, 대기하는 다른 사람들도 정말 똑같이 핸드폰만 하고 있어서 뭔가 웃겼다. 참고로 직원들이 대기 시간을 체크하지 않기 때문에, 15분이 지났는데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으면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집으로 돌아와 혹시 부작용이 나타나진 않는지, 스스로 경과를 잘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열이 나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해서, 접종을 받으러 가기 전에 아주 간단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체온계, 타이레놀, 얼음(냉찜질용), 물과 이온음료(수분 보충용))을 구비해 두었다. 혹시 몰라, 타이레놀을 한국에서 가져왔지만 스웨덴에서도 같은 해열진통제 기능을 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스웨덴 현지에서 해열진통제로 가장 많이 찾는 것은 Alvedon이라는 약이다.
- Alvedon 구매 링크: https://www.apotekhjartat.se/produkt/alvedon-filmdragerad-tablett-1/
총 3일 동안의 경과를 스스로 지켜보기로 했다. 아침, 저녁으로 체온을 재며 변화가 있는지를 유심히 체크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1차 접종으로 인한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접종 전후를 비교했을 때, 체온도 크게 변화가 없었으며 많이들 겪는다는 피로감, 두통 등의 증상도 없었다. 접종 부위에 살짝 근육통이 있었으나, 그것도 딱 접종 부위만 살짝 당기는 느낌이었다. 근육통이 심한 경우는 접종받은 팔 전체적으로 통증이 있다는데, 필자의 경우,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나름의 부작용 같다고 생각되었던 건, 접종 당일에 잠이 들고 나서 뭔가 춥고 덥고를 반복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살짝 열이 난 줄 알았는데 체온을 재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3일의 관찰은 끝냈는데, 그러고 나서 일주일 뒤, 수업 관련해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평소보다 조금 무리를 한 것인지 몸이 피로하다 싶더니 접종 부위에 열이 느껴지며 접종 부위가 동그랗게 살짝 붉어졌다. 약간 부었던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반응이 느려서 이제야 면역 반응이 나오는 건가, 신기하기도 했다. 이것도 이틀 정도 지나니 완전히 괜찮아졌다. 그리고 글을 작성하는 지금까지 매우 멀쩡하다.
솔직히 백신 접종을 받기 전 겁이 조금 났었다. 그런데 1차 접종 때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스스로에게 조금 민망했다. 면역 반응 때문에 원래 2차 접종 때, 발열이나 근육통 등의 부작용 사례들이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하지만, 나는 예외이고 싶다. 누구는 2차 접종받으면 초사이언이 된다던데.
룬드 대학교뿐만 아니라, 스웨덴 대학들 중 다시 오프라인 수업과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곳이 많아졌다. 캠퍼스에 가면 빈 강의실이 많지 않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위드 코로나 시대를 꿈꾸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약간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앞으로 다가올 그 시간에 적응하는 데, 지금 이렇게 백신 접종을 받은 것이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스웨덴에서 외국인의 신분으로 접종을 받고 경과를 지켜보는 이 상황 자체가 조금 긴장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1차 접종 때처럼 2차도 잘 지나가길 바란다!
커버 이미지 Cover Image (Photo: Jann Lipka/imagebank.swed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