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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재미 Sep 24. 2021

스웨덴에서 만나는 노벨의 계절

나에겐 노벨상과 함께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스물셋 여름, 친한 친구와 북유럽 여행을 떠났을 때다. 스웨덴의 노벨 박물관에 방문했는데, 내부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그 해 노벨상 시상식에서 서빙되었던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다. 우리는 카페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친구는 자신이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하고 오겠다며 테이블을 떠났다. 잠시 후 그녀는 케이크에 촛불을 꽃은 상태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등장했다. 놀라고 고마운 마음에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노벨 박물관에서 행복한 생일을 맞이했던 기억이다.

 

노벨 박물관에서 스물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다 (출처: 본인)


노벨상(Nobel Prize)은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모은 재산을 헌납하고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매년 상을 수여해달라는 유언에서 시작되었다. 수상자에게는 900만 크로나(약 13억 원)의 상금과 금메달, 상장이 주어진다. 5개 부문(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 또는 의학, 평화)을 대상으로 한다. 물리ㆍ화학ㆍ경제는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 의학은 스웨덴 카롤린의학연구소, 문학은 스웨덴·프랑스·에스파냐의 세 아카데미가선정한다. 예외적으로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 위원회가 맡는다. 노르웨이에서 평화상을 선정하는 이유는 노벨재단이 설립될 당시,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한 나라로 합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10월이지만,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12월 10일에 열린다. 수상자는 6개월 내에 수상 업적에 대한 강연을 할 의무가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스웨덴 국왕이 시상을 하고 추천사가 스웨덴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년 열리는 노벨상 행사는 스웨덴인들에게 분명한 자랑거리다.


2016년에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수상자의 스펙트럼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기도 했다. 2020년에는 아래와 같이 수상자가 선정된 바 있다.


2020년 노벨상 수상자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10월 4~11일 사이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10월 4일 - 생리의학상 (PHYSIOLOGY OR MEDICINE) http://www.nobelprizemedicine.org

10월 5일 - 물리학상 (PHYSICS) www.kva.se/pressroom

10월 6일 - 화학상 (CHEMISTRY) www.kva.se/pressroom

10월 7일 - 문학상 (LITERATURE) http://www.svenskaakademien.se/en

10월 8일 - 평화상 (PEACE) https://www.nobelpeaceprize.org

10월 11일 - 경제학상 (ECONOMIC SCIENCES) www.kva.se/pressroom


노벨 재단에 따르면 12월 시상식은 코로나로 인해 소규모 시상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시상식은 전 세계에 유선과 무선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유일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4명의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했기에, 노벨상 시즌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자를 위한 연구 환경을 비판하는 쓴소리가 나온다. 올해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청년 과학기술인과의 대화'에서는 청년 연구자들의 인건비 보장을 통해 경제적 안정이 이루어져야만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야만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노벨상 수상으로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구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는 손을 들어주고 싶다.


채용 포털 글라스 도어(Glassdoor) 따르면 스웨덴 박사 과정생의 평균  급여는 세전 3 크로나 (한화  400 ) 정도다. 세후 금액은  70% 정도다. 물론 학교와 학과마다 차이가 있을  있다. 스웨덴에서 박사 과정생은 학교 측에 고용되는 일종의 '직장인'으로 여겨진다. ‘청년 과학기술인과의 대화'에서 발언된 내용 따르면, 국내의 박사 과정생은  달에 250만원이 인건비 하한선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 금액에 과제 참여율이 적용되어 해당 비율 만큼의 임금만을 받는다. 한국에서 박사 과정생은 ‘직장인'이라기보다 '학생' 신분으로 인식된다.  나라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으로 다르기에 어떤 것이 맞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스웨덴의 박사과정생들은 직장인의 대우를 받으며 생활비 걱정 없이 연구에 집중할  있다.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관 클래리 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유력 후보로 이호왕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명예교수를 선정했다. 1976년 설치류를 숙주로 삼는 ‘한타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연구자다. 이후 유행성출혈열 백신인 ‘한타박스’와 진단키트 ‘한타디아’를 개발하고,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서울 바이러스’를 발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스웨덴 노벨 재단과 연계된 과학기술지 노벨사이언스(http://www.nobelscience.net)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굴위원회'를 운영한다. 수상 후보자를 양성하기 위해 이들을 위한 재정과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과학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만나볼 수 있기 바란다. 그 밑바탕은 학술 연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벨의 나라 스웨덴에서 공부를 시작한 나부터 관심을 가지고 올해 노벨상 소식을 챙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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