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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완 Nov 23. 2020

28년 만의 이사하는 날

28년  만의 이사하는 날

이사하기 전날 밤 남편은 쉽게 잠을 들지 못하고 오래 살던 집에서 이사하려니 마음이 허전하단다. 현재까지 살았던 집은 결혼 후 집 문제로 큰 시아주버님과 갈등을 할 뿐 아니라 짧은 시간에 여러 번의 이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마련한 남편 명의의 집이었다.


  시아버님과 같은 일은 하는 남편이 결혼 전 단독주택을 구입해서 리모델링이 끝나면 부모님은 1층, 우리 부부는 2층에서 살기로 하고 집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공사가 끝나지 않아 4개월을 작은 시아주버님 댁 방을 한 칸 빌려 신혼 짐을 쌓아 놓고 걸어서 20여분 정도 소요되는 시댁을 오가며 아침식사부터 낮에는 집안일을 하고 남편이 퇴근하면 저녁을 먹고 작은 시아주버님 댁에 돌아와 잠을 잤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 이사하게 된 당일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이삿짐을 싸서 리모델링 한 주택에 도착했을 때 다른 이삿짐이 먼저 도착해 이삿짐을 내리고 있어 당황했는데 큰 시아주버님이었다.  

  사전에 시댁 2층으로 본인이 이사하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한 큰 시아주버님의 행동을 보며 큰 아들로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자 하는 생각은 이해가 되지만 우리가 이사하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으며 상의뿐 아니라 통보조차 한마디 말이 없었던 것에 기가 막혔다.  


  시부모님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큰 시아주버님 혼자 결정하고 한 행동에 가족 모두가 어이가 없었지만 거의 다 올려버린 이삿짐을 내리라고 소란을 피울 수 없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 시아버님께서 우리를 달래시며 큰 시아주버님 아파트가 비어 있으니 우선 그곳으로 이삿짐을 옮기라고 부탁하셨다. 시아버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에 시아버님의 말씀대로 큰 시아주버님 아파트로 우리 이삿짐을 옮겼다.


  그 후 몇 개월 동안 큰 시아주버님의 행동으로 한 집에 살게 된 시어머님과 큰 형님이 잘 지내지 못하고 고부갈등이 심했다. 자신들이 선택할 수 없이 함께 살게 된 시어머님과 형님도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두 분이 갈등을 할 때마다 형님은 전화해서


 ‘동서야! 우리 집이다, 짐 싸’


 라는 말을 새벽이던지 한 밤중이던지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새벽같이 집으로 찾아와서 짐을 싸라고 강요를 해 남편과 나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큰 시아주버님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형님도 힘들도 우리 부부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결국 큰 형님의 반대로 큰 시아주버님이 시부모님과 살 수 없게 되면서 우리가 시부모님이 살고 계신 2층으로 다시 이사를 했다.


  신혼 초에 돈이 없어 작은 시아주버님 댁에 짐만 맡겨 놓기도 하고 이곳저곳으로 여러 번의 이사를 다니는 것도 힘들었지만 특히, 큰 시아주버님의 이기적인 행동과 큰 형님에게 배려받지 못한 서러움으로 인해 가족을 고생시킨다고 생각한 남편은 대출을 받아 자신 명의로 된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날 이삿짐을 풀면서 많이도 울었었다.



  그렇게 장만한 집에서 28년을 살고 오래된 짐도 정리하고 경치가 좋은 곳으로 이사하기로 결정을 했지만 막상 이사를 하려니 남편에게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남편뿐 아니라 누구라도 집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한 사람이라면 당신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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