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은 다음 주 안도걸 의원이 민병덕 의원 발의안을 기초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종합안으로 발의되는 분위기라고 언론에서 전합니다. 23일 자본시장연구원 세미나(첨부) 황세운 박사님 발표자료에 의하면 우선, 발행인은 등록이 아닌 인가로 하고, 자본금은 전자화폐업 50억, 지방은행 250억 등을 참고해서 자본금 요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합니다. 세미나 취재 기사에 따르면 최소 50억 이상으로 언급되었다고 하네요. 1:1 담보 의무화를 위해 신뢰성 있는 신탁기관에게 준비자산을 맡기고, 유사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고유동성 자산만으로 담보를 한정시키자고 합니다.
핫코너인 해외발행 스테이블코인 국내유통은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국내에 등록된 디지털자산사업자를 통해 국내에서 매매, 교환, 상환 등의 서비스 제공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해외 스테이블코인 사업자가 직접 국내에서 사업 운영하기는 어려운 구조로 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비관세장벽 이슈가 있겠지만요). 감독, 검사는 금융당국에 맡기고, 한국은행에 자료제출요구권을 줍니다. 통상적인 금융감독검사와 유사한 체계입니다. 외환거래 관련 규정도 손질해야 한다고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이전이 외환거래이기 때문에 외환관리법 등 외환당국에서 관리할 수 있는 요건을 마련하자는 것이지요.
이렇게 입법안이 나오면, 공청회나 전문가 의견수렴등을 거쳐서 법안소위, 본회의 통과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후 무엇을 하게 될까요? 이제 시장참여자들은 PoC(Proof of Concept)라는 개념증명하게 됩니다. 스테이블코인 기술을 실제 환경에 적용하기 전에 기술적·운영적·규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파일럿 프로젝트 혹은 소규모 실험 모델입니다. 미국 서클 USDC 상용화 전까지 진행했던 PoC과정을 복기해 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당시 기사, GPT, 각종보고서 보면서 정리해 봤습니다. 2018년 상용화에 앞서 서클 CENTRE 컨소시엄에 의해 기획·실행되었습니다.(혹시 잘못된 내용이나 추가적인 보완사항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USDC PoC의 시작
2017년 당시 Tether(USDT)에 대한 준비금 투명성논란이 커지면서, 미국 규제 당국이 개입합니다. 투명한 준비금 관리 모델을 갖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집니다. 서클은 NYDFS(뉴욕 금융감독청) 등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 규제 친화적 USDC 모델 설계를 목표로 PoC를 시작합니다.
2. 서클 CENTRE 컨소시엄 출범
2017년 하반기부터 서클은 CENTRE 컨소시엄을 조직합니다. 발행사는 서클로 하고, 거래소 및 밸류체인상 협력업체 모아서 CENTRE라는 기술·거버넌스 관리 기관을 만듭니다. 규제기관과 PoC 사전 협의도 합니다. 미국 재무부 FinCEN, 뉴욕 DFS(주 금융감독기관), 매사추세츠 주 금융당국이 여기에 참여합니다.
미 재무부 FinCEN(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은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 추적, 금융범죄 단속하는 곳입니다. 한국의 FIU와 유사한 조직입니다. 이런 무서운 기관과 자발적이 고선제적인 규제 협업을 합니다. 테더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따릅니다.
미국은 BSA(Bank Secrecy Act, 은행비밀법)으로 자금세탁방지(AML) 및 금융범죄를 차단합니다. 또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FinCEN에 MSB(Money Services Business)로 등록해야 합니다. 당시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이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일반적으로 FinCEN 등록 + 뉴욕 등 주요 주의 라이선스 이중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USDC 출발은 이렇게 시장의 혼란을 규제하기 위한 명분을 당국에 제공하면서, 사업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3. 법률 정합성 검토 이후 기술 구현
처음 단계에서 송금법(Money Transmission Laws), 자금세탁방지법(AML), 고객확인(KYC), 미등록 증권 여부 판단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기술 구현 및 내부 테스트에 들어갑니다. 이 과정은 2018년 상반기에 진행했습니다.
일단 핵심인 스마트 컨트랙트 만듭니다. ERC(Ethereum Request for Comments)-20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이더리움(Ethereum) 블록체인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준 토큰 인터페이스입니다.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도 이 ERC-20 기반으로 발행됩니다.
USDC은 ERC-20을 확장하면서 별도로 구현한 함수 두 개를 만듭니다. 일단 mint인데요. 스마트 컨트랙트 상에서 새로운 토큰을 생성(발행)해서 지정된 주소로 전송하는 함수입니다. 사용자가 서클에 달러를 입금하면, mint를 호출해 동일 수량의 USDC를 발행합니다. burn은 반대 함수입니다. 지정된 주소의 토큰을 소각(파괴)해서 총공급량에서 제거하는 함수입니다. 사용자가 USDC 환급 요청하면, burn호출해서 토큰 소각 후, 실물 달러 반환합니다.
이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실명인증 절차로 갑니다. 이후 은행계좌에 예치된 달러와 발행된 USDC 수량을 실시간 매칭해서 문제가 없는지 봅니다. 회계법인 등과 실시간 준비금 검증 테스트도 합니다.
4. 유통 테스트
이 모든 작업들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파일럿 유통 테스트를 합니다. 달러 예치 후 USDC 1:1 발행하고 USDC 전송할 때 수수료 및 속도 측정, USDC 소각 요청하면 서클이 달러 반환 제대로 되는지 확인했습니다. USDC-달러 환전 시 실제 은행 계좌 입출금 동작 확인하고, 거래소 상장 전 사전 통합 테스트, 스마트 컨트랙트 상 주소 안전성 검증, 사용자 지갑과 호환성을 검증하게 됩니다.
5. 2018년 9월 26일 USDC 런칭
이제 1년 넘는 PoC 작업을 거쳐 2018년 9월 26일 USDC가 선보입니다. 당시 포브스는 USDC 런칭기사에서 'Bitcoins on top of US dollars라는 표현을 씁니다. 당시만 해도, 암호화폐 개념이 혼재되어 있어서 구분이 제대로 안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런칭을 위해 2018년 5월, 서클은 시리즈 E 라운드로 1억 1천만 달러를 유치, 중국 채굴업체 비트메인(Bitmain)이 리드 투자자로 참여합니다. 기존 Goldman Sachs, IDG Capital 등도 지속 투자합니다.
당시 경쟁 스테이블코인들도 시장에 많이 선보였습니다. 비숫한 시기에 제미니(Gemini Dollar)와 팍소스(Paxos Standard) 같은 스테이블 코인들이 뉴욕감독당국(NYDFS) 승인을 받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장을 주도하지는 못했습니다. 초기 유통 파트너가 제한적이었고, 디파이(DeFi)나 거래소에서 적극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Circle+Coinbase 연합(CENTRE)이 USDC를 더 넓은 생태계에 빠르게 확산시키면서, 경쟁력이 떨어졌고, 무엇보다 KYC/계정 등록 등 진입장벽이 높았고, 발행·환매 절차도 비교적 폐쇄적이었다는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보입니다.
6. 시사점
USDC가 오늘까지 오게 된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법적 제도적 요건이 미비한 한국에서 개념증명 절차를 USDC처럼 1년 안에 완전하게 완성하기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법이 완성되면, 바로 인가절차에 들어가는 것보다 컨소시엄 몇 개 운용하면서, 규제 샌드박스 영역에서 검증하면서 후속 시행령 정교하게 완성하고, 최소한 소비자 보호 장치가 마련이 되어야 시장에서 유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USDC가 여기까지 오는데 이제 7-8년이 걸렸습니다. 그 과정 역시 아슬아슬하고, 험난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규제 당국 소통과 법률적인 장치들이 기본 선행조건입니다. 이런 요건들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신규 진입 업체들은 그 밸류체인 중간중간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입증하면서, 스테이블 코인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대형 금융사들은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킹 방지이나 개인정보보호, 자금세탁 등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활용하는 쪽으로 접점을 찾는 과정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고, 발전시키느냐 싸움이겠지요. 미국 초기 시장을 감안하면, 1년 넘게 걸리는 증명과정에 투입되는 각종 경영자원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 부분을 감안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다음 업데이트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첨부. 7.23일 김현정·안도걸 의원실, 자본시장연구원 스테이블코인 세미나 자료(김갑래/황세운 박사님 좋은 자료 만들어주셨네요)
https://www.kcmi.re.kr/flexer/viewdata?fid=895&fgu=002003007&fty=004006
https://www.kcmi.re.kr/flexer/viewdata?fid=896&fgu=002003007&fty=004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