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의 통화 연방주의와 스테이블코인

by Big Picture Investor

트럼프 관세 강공 드라이브를 주도한 스티브 미란이 이번에는 미 연준 이사로 선임되었습니다. BARRON’S에서는 <The MAGA Takeover of the Fed Begins Now>라는 제목으로 그의 임명을 소개합니다.


미란은 이미 작년 4월에 <The Case for Reforming the Federal Reserve’s Governance>라는 제목으로 연준의 지배구조 개혁안을 제안했습니다. 공동저자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비서실장인 다니엘 카츠입니다. 이 두 사람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투톱으로 활약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보고서를 살펴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공유드려 봅니다.


1. 이 보고서에서는 7명으로 구성된 미 연준 이사회는 이사들의 임기를 14년으로 보장해 줍니다. 의장과 부의장만 4년 임기를 부여받습니다. 중간에 맘대로 해임 못합니다. 미란과 카츠는 보고서에서 임기를 14년에서 8년으로 단축하자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이 임기 중 해임 가능하게 하고, 임기 종료 후 4년간 행정부 진출금지입니다. 재닛 옐런이 연준 의장하다가 재무부 장관으로 옮긴 케이스를 감안한 것 같습니다.


2. 투표권도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지금 이사회 7명과 뉴욕 연준은행장만 고정투표권을 갖고, 나머지 연방준비은행장 11명 중 5명만 돌아가면서 투표합니다. 이사회 멤버는 의장하고 입장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 과반 확보가 용이합니다. 미란은 연방준비은행장 12명을 상시로 투표에 참여하자고 합니다. 의장 권한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대목이죠.


3. 무엇보다 미란 보고서의 가장 큰 어젠다는 ‘통화 연방주의’라는 브랜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통화 연방주의란 무엇인가? 그 역사를 Dan Awrey교수의 <Money and Federalism> 논문을 인용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787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서 미국 연방헌법을 만들 당시,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사이 통화 및 금융에 관한 규제 권한을 명확히 분배하지 못했던 시절부터 시작합니다.


그 이후로 19세기 미국 은행사는 연방 vs 주 관할 다툼과 통화 불안의 연속입니다. 남북전쟁 전까지 각 주들이 자체 인가한 은행들이 자신의 은행권(bank notes)을 발행하여 통화로 사용되었는데, 이는 주마다 통화 가치와 신용도가 달랐습니다. 이른바 프리뱅크 시대의 개막이죠. 이로 인해 금융 불안이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은행권에 대한 신뢰위기가 금세 번졌고, 예금주와 은행권 소지자들이 뱅크런(bank run) 사태가 자주 생겼습니다.


4. 이후 1930년대 대공항 당시시 수천 개의 은행이 도산하면 경제 파탄에 이르자, 연방정부는 대응으로 1933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설립하여 은행 예금에 대한 보험제도를 도입했고, 뱅크런이 수습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과 주의 이중 은행제도(dual banking system)는 서로의 권한 유지를 하면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5. 장황하게 이 대목을 소개한 이유는 미란의 연준 지배구조 보고서는 오랜 시간 투쟁의 역사를 거쳐온 통화권력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미란은 단순히 FOMC 의사결정 구조를 조정하는 제안이 아니라, 미국 내부의 통화권력 재분배라는 화두를 던져줍니다.


6. 일단 미란 보고서가 그대로 미 연준 지배구조 전환에 반영된다면, 현재 연준이 집중하는 물가 안정보다는 고용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통화정책 비중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주 권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양한 정치적 이벤트에서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연준의 은행규제를 별도로 분리하자는 내용도 있습니다.


7. 결국 미란의 통화 연방주의 모델은 연준의 권위가 약화되고, 주 차원에서도 실질적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금리 예측이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통화 연방주의는 디지털 자산 규제를 주정부 중심으로 이양하는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지니어스 액트에서도 100억 불 미만 발행은 주에서 인가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주정부가 독자적으로 인가한 스테이블코인을 해당 주 내 결제·세금납부에 허용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주 정부는 업체를 유치하고 세수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미 와이오밍주는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 ‘Wyoming Stable Token’ 법을 추진하고 있고, 텍사스주는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을 주세 납부에 사용하도록 허용했습니다.


8. 이른바 금융 연방주의 모델로 가게 되면 100억 불 미만 스테이블코인은 50개 주가 샌드박스가 되어 경쟁하는 구조로 전환됩니다. 연방주의라는 미국 헌정의 근간 원리가 통화 영역에서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스테이블코인이 하게 되는 셈이죠.


9. 미란의 통화 연방주의 제안은 최근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이 "미국 금융 시장이 온체인(on-chain)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기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한 대목과 베센트 장관이 암호화폐 임원진에게 "승리에 지쳤다면, 계속 노력하세요. 아직 승리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If you’re tired of winning, hang in there, because we’re not done winning yet”)라고 격려하는 장면이 함께 오버랩됩니다.


10.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에서 원자재로 확대될 수 있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패권을 더 명확하게 장악하고, 특히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브릭스에서 개별 국가의 통화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미란이 주장하는 <통화 연방주의> 제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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