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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장 박원순 Feb 27. 2018

솔스, 다방 DJ랑 어떻게 다른가요?

DJ소울스케이프에게 물었다 part.1

인터뷰에 앞서,
요즘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그건 시장님이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래서 그 ‘잘 모른다고 하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 보려고  합니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 청년 창업가의 고민을 더 가까이에서 듣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은 노력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것들도 모르고 시정을 잘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그 값진 이야기를 여러분과도 나눌까 합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의 이름은 ‘DJ소울스케이프’이다. DJ? 개인적으로는 DJ를 딱 들으면 故 김대중 대통령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솔직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럼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아재인 것이다.


그나저나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이름도 길고 어렵다. 그리고 직업이 진짜 DJ라고 한다. 그럼 또 자연스럽게 다방이 떠오른다. 우리 세대에게는 다방과 DJ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것도 아재 같아서 자꾸 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쩔 수 있나? 아재는 아재인 것을. 대신 모르면 물어볼 줄 아는 아재가 되면 되는 것 아닌가? 


우선 나처럼 DJ소울스케이프가 누군지 ‘전혀’ 몰랐던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준비했다. 


성명: DJ소울스케이프 (본명: 박민준)

직업: DJ 겸 음악 프로듀서

소속: 360사운즈 

특징: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DJ로, 2000년에 발표된 그의 데뷔 앨범 180g Beats는 당시 평론가와 대중 모두에게 한국 힙합을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8년 경향신문과 음악전문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진행한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들국화, 유재하, 조용필, 서태지와 아이들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또 2005년에는 영화 ‘태풍태양’의 음악 감독을 맡기도 했다. 현재도 DJ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동시에 음악 프로듀서나 디렉터로도 활동하며 윤종신 10집, 불량주부 OST 등 다양한 앨범에 참여하고 있다. 

          

바이닐이 뭐예요?


박원순: 처음 뵙겠습니다. 반가워요, DJ 소울즈 케이프시죠?


솔스: (당황)네? 아, 시장님 반갑습니다. 저는 ‘DJ소울스케이프’라고 합니다. 소울(soul)과 스케이프(scape)를 합친 말이에요.


박원순: 아~ 소울스케이프! 저한텐 살짝 어렵네요.


솔스: 하하. 그러실 수 있어요. 그래서 주위에선 그냥 줄여서 ‘솔스’라고 부릅니다. 그냥 솔스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박원순: 아, 소울즈


솔스: 하하. 그냥 시장님 편하신 대로 불러주세요(웃음).


줄인 이름도 잘못 말해버렸다. 머쓱해져 말을 돌려본다.


박원순: 그나저나 여기는 LP가 굉장히 많네요. 이걸 계속 모으신 거예요?


솔스: 네, 어릴 적부터 수집한 것도 있고 최근에 구입해서 팔기도 하고요.


박원순: 여기가 판매도 하는 곳이에요?


솔스: 네 여기가 제 작업실이기도 하지만 바이닐을 판매하는 곳이기도 해요.


박원순: 바이닐이 뭐예요?


오늘도 본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부터 폭풍 질문이 쏟아진다. 모르면 물어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솔스: 네, 레코드판을 바이닐(vinyl)이라고 해요. 한국에서는 보통 LP라고 많이 부르죠.


박원순: 혹시 우리가 비닐이라고 하는 그 바이닐인가요?


솔스: 오~ 맞습니다. 레코드판의 재료가 바이닐이라서 그렇게 불러요.


박원순: 그럼 LP는 뭐예요?


솔스: 롱 플레이(Long Play)의 약자예요. 레코드판 중에 비교적 긴 시간동안 재생이 된다고 LP라고 해요. 이렇게 큰 판이요.


박원순: 여기 신기한 게 참 많네~ 일단 여기 좀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내가 보니까 오늘 진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질 거 같네요. 질문 많이 해도 되죠?


솔스: 네, 제가 아는 한 얼마든지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차분해 보이면서도 신뢰감이 생기는 목소리다. DJ라는 영역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



몰라서 물어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박원순: 그럼 이제 진짜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저희 시작을 알리는 공식 질문인데요. 몰라서 물어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솔스: 모르고 오시는 게 콘셉트인 줄은 알았는데 진짜였군요. 제 이름은 박민준이고, 아티스트로 활동할 때는 DJ소울스케이프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박원순: 그리고 이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기도 하고.


솔스: 네,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음반을 모으는데요. 제가 소장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판매를 하기도 해요. 제가 가진 라이브러리가 궁금해서 오셨다가 음반을 사가지고 가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박원순: 라이브러리...?


솔스: 네, 저는 기본적으로 DJ란 직업을 정의하라고 하면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데이터를 제 기준으로 분류하고 정리해서 라이브러리를 만들어두죠. 쉽게 말해서 도서관 사서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박원순: 흥미로운 접근이네요. 그런데 데이터를 다룬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솔스: 음반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음악과 관련된 하나의 데이터라고 생각해요. 듣고 즐기는 용도의 소비재이기도 하지만, 그 시기의 특성을 담은 대중 예술이 집약되어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상했던 대화의 흐름과 단어가 전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대화라서 사실 이 시간이 즐거운 것 아니겠는가?


솔스: 음악이 어쩌면 시대상을 읽어낼 수 있는 사료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접근을 하면 공부하기도 재미있습니다.


박원순: 공부를 좋아하시나 봐요(웃음). 한 곡 또는 한 음반씩 접근하는 게 아니라 큰 흐름과 사조를 바탕에 두고 접근을 하는 거네요? 뭔가 역사학자나 문화인류학자 같아 보여요.


솔스: 하하.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다루는 데이터가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분들도 결국 각자 분야의 데이터를 다루시는 분들이니까요.


데이터라... 사실 나는 DJ 하면 다른 것들이 더 많이 떠 오른다.



솔스는 다방 DJ랑 어떻게 다른가요?


박원순: 그런데 저는 DJ하면 다른 것이 떠올라요.


솔스: 다방 DJ가 먼저 생각나시죠?


박원순: 그것도 있고, 우리 김대중 대통령이 생각이 나죠.


솔스: 그렇네요. 저는 생각까지는 못해봤네요(웃음).


박원순: 허허, 망치를 쥐면 다 못으로 보인답니다. 옛날에 다방에 가면요, 거기도 DJ가 있었거든요. 노래 신청하며 그 노래 틀어주면서 마이크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들려주고... 아무튼 그 DJ랑은 다른 거죠?


솔스: 어... 다르다고도 할 수 있지만요, 저는 그 본질은 같다고 생각을 해요. DJ가 Disc Jockey의 준말인데, 음악을 틀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박원순: 그래도 다른 게 있지 않나요?


솔스: 시장님 젊으셨을 때는 다방에서 음악을 트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은 라디오나 클럽에서 활동하는 DJ가 많은 거고, 그 차이죠.


큰 차이가 있을 것만 같았는데, 뭔가 싱겁다.


박원순: 그런데 우리 때 다방 DJ들은 음악도 틀지만 말을 많이 했거든요. 되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들로 기억해요.


솔스: 말씀하신 다방 DJ나 라디오 DJ들은 말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음악을 트는 일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방 DJ나 떡볶이 가게에 있는 DJ나 클럽 DJ나 결국 본질은 다 같은 거죠.


박원순: 우리 솔스도 말을 재미있게 잘 해요?


솔스: 하하. 저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고 주로 음악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라디오를 할 때도 그렇고요.


툭 뱉어내는 말 같지만 자신의 업에 대해 오랫동안 성찰해왔다는 게 느껴진다. 



나이 든 사람은 클럽 가면 안 되나요?


박원순: 주로 클럽에서 음악을 튼다고 했는데, 클럽이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대충은 알지만. 


‘젊은 애들 밤에 가서 춤추고 노는 데’라고 하려다가 속으로 삼킨다.


솔스: 제가 방송에서 본 건데요. 클럽이라는 말 자체가 ‘모여들다’ 혹은 ‘모여든 덩어리’를 뜻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생겨나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 에너지를 표출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채우는 공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의외의 대답이다.


박원순: 그렇군요. 그런데 저희 같은 기성세대에게 클럽은 좀 음지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에요. 딸내미가 클럽 간다고 하면 웃으면서 반길 수만은 없는 그런 느낌?


솔스: 사실 한국의 클럽 문화는 나이트클럽 중심으로 만들어져 왔거든요. 그러다가 자생적인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발상지로서의 클럽들이 생겨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나이트클럽과 그냥 클럽의 차이도 사실 잘 모르겠다.


솔스: 그러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그런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요. 다양한 클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트클럽 위주로 많이들 생각을 하시죠.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은 것은 다양한 클럽의 형태가 있고 나이트클럽이란 것은 그 형태의 일부일 뿐인데,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은 클럽하면 나이트클럽의 문화와 동일시 해버린다는 얘기인 것 같다.


박원순: 하긴 제가 아는 영국인 친구가 한 명 있거든요. 그 친구는 한국에 오면 꼭 홍대의 클럽을 가본다고 하더라고요. 나이도 꽤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들어갔냐고 물어보면, 또 나름 들어가는 방법이 다 있다고 하더라고요.


솔스: 저는 그것도 잘못된 것 같아요.


박원순: 나이 든 사람이 클럽 들어가는 거요? 물을 흐릴 수도 있으니까요?


솔스: 아뇨. ‘나이 든 사람은 클럽을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요. 제가 생각하는 클럽은 나이, 인종, 성별을 떠나서 모두가 음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해요. 


박원순: 그런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지 못할까요?


솔스: 한국에서는 사실 클럽을 간다는 것이 이성을 만나러 가는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거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로 인해 음지처럼 느끼는 건데, 그것도 하나의 선입견인 것 같아요.


박원순: 저는 지금까지 클럽은 당연히 젊은 사람들끼리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스태프: 시장님은 클럽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현장에 있던 스태프 한 명이 깜짝 질문을 한다. 분명 내가 가본 적 없을 거란 생각에 물었을 터.


박원순: 있죠. 그럼. 시장이 되기 전에 가봤죠. 그게 아마... 희망제작소 있을 때였나? 직원들이 가자고 해서 따라서 가본 적이 있어요.


스태프: 대박... 와...


솔스: (웃음)저는 그렇게 누구나 가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시장님도 동료들과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요. 



어떤 DJ가 좋은 DJ인가요?


박원순: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DJ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솔스는 굉장히 좋은 DJ 같아요. 


솔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지만 더 좋은 DJ들이 많습니다.


박원순: 그래요? 그럼 어떤 DJ가 좋은 DJ인가요?


솔스: 제가 감히 그런 질문에 답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음... 그래도 질문을 하셨으니 생각나는 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겸손한 말투 뒤에 옹골찬 생각이 엿보인다.


솔스: 우선 열린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박원순: 무엇에 대해서 열려야 하나요?


솔스: 음악은 물론이고요, 전반적인 문화예술 영역에 대해서요. 어떤 분야에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정 짓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박원순: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 저것은 내가 안 좋아하는 것, 이렇게 정한다는 말이죠?


솔스: 네. 그런데 좋아하는 것을 한정 지어버리면 새로운 것을 대할 때 기대를 하지 않게 돼요. ‘이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좀 다른 것 같아’하고 생각을 미리 해버리면 더 좋은 것,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솔스: 오픈 마인드로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야 좋은 DJ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원순: 음악을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된다는 거네요. 이게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결국 다 공부구나~



DJ소울스케이프는 왜 LP를 고집하나요?


레코드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박원순: 그런데 DJ는 꼭 이 판을 써야 해요? CD도 있고, 요즘엔 다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잖아요.


솔스: 모든 DJ가 다 레코드판을 쓰는 건 아닌데, 개인적으로 저는 레코드로 하는 걸 좋아합니다.


박원순: 취향이군요?


솔스: 네.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제가 처음 디제잉(DJing)을 시작했을 때부터 LP를 써서 그런지 LP가 제일 편한 느낌이에요. 말씀하신 대로 DJ들이 각자 좋아하는 매체를 씁니다. CD를 쓰는 사람도 있고, 스마트폰으로 하는 사람도 있어요.


박원순: 솔스처럼 레코드판을 쓰는 DJ가 요즘에도 많이 있어요?


솔스: 요즘 다시 많아지는 추세예요.


박원순: 그래요? 복고가 대세인가 보죠?


솔스: 꼭 그렇다기보다는, 요즘 친구들은 LP라는 매체 자체를 못보고 자랐잖아요. 그래서 그들에게는 LP가 과거의 매체라기보다는 새로운 매체에 가까운 것 같아요. 낯설고 신기한 것이죠.


박원순: 아~ 그러니까 옛날의 추억이 아니라 완전 새로운 거네요? 하하, 재미있네. 하긴 CD나 MP3 같은 게 익숙한 세대니까. 그럼 요즘에는 다시 이 판들이 잘 팔리겠어요.


솔스: 점점 인기를 얻는 것 같아요.


박원순: 아시다시피 제가 예전에 아름다운가게를 했잖아요. 그 때 사람들이 이사 가면서 많이 기부를 하셨는데, 그걸 모아서 LP판을 파는 공간을 따로 만들고 했거든요. 혹시 알고 있어요?


솔스: 그럼요. 저도 자주 가서 많이 사고 그랬어요. 미국도 구세군에 가면 레코드 섹션이 따로 있어서 레코드 마니아들이 많이 가서 산답니다.


많은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수다스럽다는 느낌보다 강의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DJ의 세계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고 싶어진다. 




<솔스에게 물었다 part.2>는 3월 6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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