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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장 박원순 Mar 06. 2018

솔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고 싶나요?

DJ소울스케이프에게 물었다 part.2

인터뷰에 앞서,
요즘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그건 시장님이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래서 그 ‘잘 모른다고 하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 보려고  합니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 청년 창업가의 고민을 더 가까이에서 듣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은 노력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것들도 모르고 시정을 잘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그 값진 이야기를 여러분과도 나눌까 합니다.





많은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수다스럽다는 느낌보다 강의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DJ의 세계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고 싶어진다.


어떻게 DJ가 됐나요?


박원순: 언제부터 이렇게 음악에 푹 빠지게 됐어요?


DJ소울스케이프: 음... 아무래도 부모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음악을 좋아하셔서 레코드를 많이 모으셨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부모님 따라서 어린 시절에 외국 생활을 잠깐 하기도 했는데, 음악 문화가 더 풍성한 곳에 살았던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고요.


박원순: 듣기만 했나요?


DJ소울스케이프: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세운상가에서 턴테이블을 샀어요. 그리고 집에 틀어 박혀서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나름 공부를 했어요. 


박원순: DJ가 될 준비를 한 건가요?


DJ소울스케이프: 딱히 그때부터라고 하기보다는... 음... 어릴 때부터 했던 일들, 그러니까 레코드판을 수집하고 듣고 정리하고, 그리고 턴테이블을 사서 연습을 하고... 뭐 이런 모든 것들이 결국 DJ가 되는 준비였던 것 같아요.


박원순: 일찍부터 준비를 한 거구나. 그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DJ가 된 거예요?


DJ소울스케이프: 고등학교 졸업하고서는 대학에 진학을 했습니다.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을 했는데요. 덕분에 턴테이블이나 믹서 같은 기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죠(웃음). 당시 홍대에 마스터플랜이라는 힙합클럽이 있었는데, 거기서 DJ로서 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박원순: 그때부터 DJ소울스케이프라는 이름을 그때부터 썼어요?


DJ소울스케이프: 네, 제가 사실 이렇게 이름을 지은 이유가, 평소 주로 다루는 음악이 흑인음악인데요. 이것을 흔히 ‘소울뮤직’이라고 부르거든요. 여기서 소울을 따왔고, 스케이프는 뭔가를 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음악이나 영혼 같은 걸 보이게 한다는 의미에요. 


박원순: 심오한 의미가 있었군요.


DJ소울스케이프: 왠지 멋있어 보일 것 같아 지은 이름이죠. 하하.


박원순: DJ들은 솔스처럼 다 DJ로만 일을 하나요?


질문이 터지니까 끝이 없다. 생전 처음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궁금한 게 마구 쏟아진다.  


DJ소울스케이프: 꼭 그렇지는 않고요. 일의 속성이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다 보니까 수입이 일정하지 않거든요. 저는 운이 좋아서 관련된 일을 위주로 할 수 있지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DJ로 활동하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박원순: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실력이 좋은 거겠죠~


DJ소울스케이프: 아, 아닙니다. 



DJ소울스케이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


박원순: DJ들이 굉장히 많죠? 수천 명쯤 되나요?


DJ소울스케이프: 한국만 보면 수천 명까지는 안 되는 것 같고, 한 천여 명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원순: 그 중에서 솔스처럼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오늘 여기서 비결을 공개해 주세요.


DJ소울스케이프: 아,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제가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과거의 음악들을 모으고 나름대로 분류를 하는 일이에요. 


박원순: 과거의 음악을 모으고 분류한다고요?


DJ소울스케이프: 네, 그러니까 수많은 음악들을 체계화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까 말씀드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거죠. 제 활동은 이 체계화된 음악을 나름대로 소개하는 것이고요.


박원순: 옛날 다방 DJ들은 주로 손님들 신청곡을 받아서 틀어줬는데 솔스는 먼저 소개하는 편이군요. 그렇게 이해하면 되나요?


DJ소울스케이프: 저는 라디오를 할 때도 “이번 주에는 이런 주제를 가지고 아티스트를 골라봤습니다.”라는 식으로 먼저 제안을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제가 미리 공부를 해서 알고 있는 것들을 알려드리는 거라고 할 수 있죠.


박원순: 아~ 이제 알겠네요. 솔스의 경우는 음악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고, 그 지식의 범위가 방대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은 DJ로 인정을 해주는 거 아닌가요?


DJ소울스케이프: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죠. 하하. DJ라는 직업이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말씀하신 대로 다양하고 깊은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것을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적어도 음악 어플리케이션에서 추천해주는 것보다는 깊이 있게 추천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첨단 기술로 무장한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도 이겨야 하니까요. 하하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고 싶나요? 


박원순: <몰라서 물어본다>를 하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지금도 이렇게 잘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대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솔스의 앞으로 남은 목표는 뭐예요?


DJ소울스케이프: 일단 제가 내년에 마흔이 됩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에 힘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DJ라는 영역과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친구들에게 좋은 창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박원순: 신기하네요.


DJ소울스케이프: 네? 뭐가요?


박원순: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금 솔스처럼 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자신의 성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을 챙기는 얘기요. 좋은 창구가 되기 위해서는 그럼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DJ소울스케이프: 아, 예를 들자면 음악을 틀고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있겠네요. 제가 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가 현대카드에서 운영하는 뮤직 라이브러리라는 공간이 잘 운영되도록 돕는 일인데요. 이곳은 음악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박원순: 시민들이 가서 즐기는 공간이군요.


DJ소울스케이프: 네. 그런 공간이 많은 변화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뮤직 라이브러리 때문에 DJ에 관심을 가지게 돼서 DJ가 된 친구들도 많거든요.


박원순: 요즘 말로 ‘덕질’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군요. 그러고 보니 솔스도 일종의 덕후 아녜요? (웃음)


DJ소울스케이프: 네. 맞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팔 수 있도록 해주면 알아서 성장하고 발전하거든요.


박원순: 멋진 생각이네요. 오늘 멋지다는 말을 제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솔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고 싶나요?


DJ소울스케이프: 어... 사실 저는 저를 기억해주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상 못한 답변에 들고 있던 레코드판을 떨어뜨릴 뻔 했다.


DJ소울스케이프: 대신 제가 소개해준 음악이나 아티스트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보단 제가 한 활동을 기억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박원순: 와, 정말 대단하다. 후배들이 존경할 만하네요. 별명이 뭐라 그랬죠? 뭐 대형? 그럴 만하네, 진짜.


DJ소울스케이프: 하하, 당산대형입니다. 그건 그냥 동생들이 저 놀리려고 부르는...


박원순: 맞다. 당산대형! 난 그 후배들 마음을 알 것 같은데요? 그 정도로 추앙을 받으려면 이런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구나. 


DJ소울스케이프: 사실 그런 거라기보다는 저는 저를 알아보는 게 창피하고 부담스럽거든요.


왜 후배들이 그를 여전히 따르는지 알 것 같다.



서울시가 DJ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박원순: 서울시가 DJ들이라던지 음악계를 위해 했으면 하는 일이 혹시 있어요?


DJ소울스케이프: 일단 이런 소통의 창구를 만드는 거 자체가 좋은 것 같고요. 더 나아간다면 자생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나 기반을 많이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박원순: 또 다른 것은요?


DJ소울스케이프: 재미있는 기획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까 들어오실 때 보여드린 LP가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라는 전시를 계기로 만들어진 건데요. 6-7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에 주목한 전시였어요. 연계된 공연도 있었고, 이 음반도 만들어졌고요.


박원순: 오, 서울시에서 그런 일을 했구나. 이 음반에는 어떤 곡들이 들어있어요?


DJ소울스케이프: 6-70년대 활동하셨던 사이키델릭 음악을 하던 여가수들의 음악이 들어있어요. 김추자라든지, 양미란이라든지 하는 분들의 음악이요. 이런 작업은 역사적 유산을 복원한다고도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데요. 개인이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박원순: 어디서 했는지는 모르지만 참 잘 했네요.


DJ소울스케이프: 하하, 네. 그렇습니다.



모든 인터뷰이들에게 하는 공통 질문!


박원순: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약간 예능처럼 짠 질문들이에요. 솔스에게 서울이란?


DJ소울스케이프: 제가 가끔 해외에서 초청을 받아서 음악을 틀러 갈 때가 있는데요. 저를 부르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제가 한국 음악을 많이 가지고 있고, 한국 음악으로 디제잉을 하는 몇 안 되는 DJ 중 한 명이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저는 ‘서울에서 온 서울음악을 트는 DJ’인데, 그게 가능한 이유도 지금까지 축적된 서울만의 문화유산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니까요. 참 감사한 곳이죠. 


박원순: 맞아요. 서울의 문화유산들이 정말 대단한 것들이 많죠. 그런데 음악에 대해서는 제가 좀 몰랐는데 오늘 참 많이 배웠습니다. 혹시 박원순이라는 사람 원래 알았어요? 


DJ소울스케이프: 하하하하. 그럼요. 시장님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박원순: 그럼 솔스에게 박원순이란?


DJ소울스케이프: 저는 전부터 시장님이 문화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시는 걸 봤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아, 세상이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셨어요.


박원순: 그것 참 고마운 이야기네요. 더 분발하겠습니다. 아자! 


고마우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진다. 갑자기 젊은 시절이 스치면서 초심에 대해 잠깐 떠올려본다.


박원순: 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마음껏 하셔도 됩니다. 저를 꾸짖으셔도 좋습니다.


DJ소울스케이프: 음, 저는 DJ니까 말 대신 음악으로 마무리를 하면 어떨까요? 시장님께 음악을 한 곡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박원순: 좋은데요! 바로 들어볼 수 있나요?


DJ소울스케이프: 네. 아까 보여드린 <진심을 그대에게> 레코드에 들어있는 노래인데요. 제목이 좀 의미심장한 것 같기도 하네요.


박원순: 제목이 뭐길래요?


DJ소울스케이프: 양미란과 헵 파이브라는 60년대 후반 그룹의 노래인데요. ‘달콤하고 상냥하게’라는 제목의 곡입니다.


박원순: ‘진심을 그대에게’란 앨범에서 ‘달콤하고 상냥하게’란 곡을... 참 근사하네요. 지금 바로 들어볼까요?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음악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함께 듣고 싶은 분은 클릭!




[인사이트인터뷰 며칠 뒤, DJ소울스케이프를 떠올려본다


90년대 말에 나는 성희롱 피해자를 변호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성희롱'이 범죄이고 처벌 받을 만한 일이라는 인식이 부족할 때였다. 사회적으로 문제 있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범죄까지 치부할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 사건의 피해자는 대학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었는데, 학과 교수로부터 불필요한 신체 접촉과 성적 발언을 지속적으로 당해온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접했을 때 나는 그 인식이 곧 깨져버릴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보다 인권 의식이 높은 나라들에서는 이미 '성희롱'은 엄중한 잘못으로 여겨지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인권의식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였으므로 성희롱이 범죄화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다만 그 시간을 얼마나 앞당기느냐가 중요했다.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가해자의 책임을 묻는데 성공했고, 이 판결로 인해 성희롱이 명백한 범죄임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나와 동료들이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통념에 맞추어 생각했다면 성희롱을 이유로 대학 교수를 처벌하는 일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이런 전례가 있기에 나는 스스로 통념이나 고정관념에서 나름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그런데 요즘 <몰라서 물어본다>를 하면서 꼭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가끔 하게 된다.  


인터뷰 도중에 “클럽에는 젊은 사람들만 가는 것 아니냐”고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DJ소울스케이프는 자신이 생각하는 클럽의 바람직한 모습은 그게 아니라며, 인종, 종교, 나이, 성적 정체성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큰 충격을 받았다. 클럽은 하나의 사례일 뿐,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은 생각보다 많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클럽과 DJ 문화처럼 내게 익숙하지 않은 젊은이들의 문화나 새로 태어나는 영역에 있어서는 내가 틀을 깨는 상상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젊은 생각을 많이 흡수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고.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며 DJ소울스케이프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 덕분에 참 많이 배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배움은 나의 한계를 성찰한 것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다행이도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재능 있는 친구들이 세상에 참 많다. 


그들의 오감과 마음을 빌리는 것은 물론, 선배로서 진짜 그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에까지 다다른다. 통념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재기발랄한 청년들에게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 때 우리는 원만하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달콤하고 상냥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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