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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장 박원순 Mar 13. 2018

무적핑크, 세종대왕이 그렇게 반찬투정을 했다고요?

무적핑크에게 물었다 part.1

인터뷰에 앞서,
요즘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그건 시장님이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래서 그 ‘잘 모른다고 하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 보려고  합니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 청년 창업가의 고민을 더 가까이에서 듣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은 노력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것들도 모르고 시정을 잘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그 값진 이야기를 여러분과도 나눌까 합니다.





드디어 마지막 인터뷰, 오늘의 주인공은 웹툰 작가 무적핑크라는 분이다. 최근 감기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그게 걱정이다. 대미를 장식할 인터뷰인데 혹시 나로 인해 인터뷰가 원활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다. 


특히 오늘은 더 잘하고 싶기 때문에.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특히 오늘 주인공은 역사를 소재로 한 웹툰을 그려서 유명해졌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사실 웹툰은 잘 모르지만 역사에 관한 이야기라면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나로선 오늘 인터뷰가 설렐 수밖에 없다. 특히 내가 처음 만든 시민단체가 ‘역사문제연구소’지 않은가.


목만 좀 도와주면 좋으련만. 여전히 목이 좀 칼칼하다.


우선 나처럼 무적핑크가 누군지 ‘전혀’ 몰랐던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준비했다. 


성명: 무적핑크 (본명: 변지민)

직업: 웹툰 작가

소속: 와이랩(만화콘텐츠 전문 제작사) 

특징: <조선왕조실톡>이라는 웹툰을 네이버에 연재해 큰 인기를 얻는 웹툰 작가이다. ‘네이버 최연소 연재 작가’, ‘서울대 작가’, ‘엄친딸 작가’와 같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키워드로 관심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배경을 뛰어넘고 창의적인 시선과 탄탄한 스토리로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100만 명이 넘는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웹툰계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표작: 조선왕조실톡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42598&weekday=wed

     

무적핑크 대신 송강선생이라고 불리고 싶다고요?


박원순: 안녕하세요, 무적핑크씨? 무적핑크님? 어떻게 불러 드릴까요? 


무적핑크: 시장님~ 안녕하세요! 그냥 무적핑크라도 불러주시면 돼요. 


박원순: 지코도 그렇고, 아방, 소울스케이프도 그렇고... 최근에 만난 친구들 다 어떻게 불러야할지 어렵더라고요. 항상 버벅대, 처음엔. 아, 씬님은 편했어요. 이름에 아예 ‘님’자가 붙어 있어서(웃음). 


무적핑크: 그냥 무적핑크라도 불러주세요.


박원순: 이름이 참 멋있고 독특한데, 사실 ‘무적’이랑 ‘핑크’가 언뜻 연결이 잘 안되잖아요. 무슨 뜻이에요?


무적핑크: 시장님 혹시 후레시맨이라고 아세요?


박원순: 아뇨... 모르는데...


이 인터뷰만 오면 참으로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이 된다, 매번.


무적핑크: 어릴 때 꿈이 사람을 살리는 거였어요. 그런데 후레시맨이 딱 그런 거예요. 평소에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위기가 닥치면 변신해서 지구인들을 지키거든요. 그래서 후레시맨을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옐로우와 핑크 두 명이었어요. 그런데 잘 보니까 둘 다 여성인데 싸우는 방식이 좀 다르더라고요?


박원순: 어떻게요? 


무적핑크: 옐로우는 좀 여성스러운 액션을 하더라고요. 예쁘게 적을 때린다고 할까? 그런데 핑크는 핑크색 부츠를 신고 적들을 무참히 짓밟더라고요. 


박원순: 허허, 아주 무서운 사람이네(웃음).


무적핑크: 그렇게 그때부터 핑크 후레시맨을 좋아했는데 우연히 중학생 때 온라인에서 쓸 닉네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 거죠. 그때 뭘 할까 고민하다가 무적의 힘을 가진 핑크색 후레시맨이 떠오른 거죠. 그래서 줄여서 무적핑크로 지었는데 요즘엔 너무 창피해요.


박원순: 아니, 왜요? 얘기만 들어도 아주 멋있는데...?


무적핑크: 역사 웹툰을 그리다보니 국사편찬위원회 선생님들을 만날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분들을 뵐 때마다 “안녕하세요, 무적핑크입니다”라고 소개를 하게 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송강’이나 ‘도산’ 이런 걸로 지을 걸 그랬어요... 


숨죽이고 있던 현장에 웃음이 터진다. 오늘도 현장에는 웃음이 많을 예정이다. 이제는 딱 느낌이 온다.


박원순: 에이~ 아녜요. 그분들은 오히려 그런 걸 재미없어 할 걸요? 송강 변지민 선생보다 무적핑크가 훨씬 멋진데요?


무적핑크: 하긴, 무적이라 막을 사람이 없죠.     



몰라서 물어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박원순: 제가 오늘 궁금한 게 많습니다. 마음이 급하니 바로 시작해 볼까요? 시작은 항상 이 질문으로 합니다. 몰라서 물어봅니다당신은 누구십니까?

     

무적핑크: 네 저는 조선왕조실톡, 실질객관동화 등의 작품을 그린 웹툰 작가 무적핑크입니다. 본명은 변지민이고요. 


박원순: 그나저나 아까 살짝 들었는데 아직 대학생이라고 하던데, 몇 학년이에요?


무적핑크: 10년째 졸업을 못하고 있습니...


박원순: 하하하. 10년째 대학생이네요.


무적핑크: 2009년도에 입학을 해서 아직까지... 요원하지요.


쓰는 어휘가 예사롭지 않다. 역사공부를 많이 한 탓인가?


박원순: 뭐 그런데 대학을 꼭 졸업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무적핑크: 그 말씀을 저희 엄마님한테 저 대신 좀 해주세요.


박원순: 아하하. 사실 부모님들은 항상 그래요. 무적핑크가 처음에 웹툰 그린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말리지 않으셨어요?


무적핑크: 네, 언제 때려 치고 토익 공부할거냐고 하셨죠.


박원순: 부모님 말씀은 안 듣는 게 좋아요~


무적핑크: 어버이시잖아요.


두 손으로 나를 가리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만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진 그다.


박원순: 나도 옛날엔 그랬죠. 다른 부모랑 다를 바가 없었는데 요즘 <몰라서 물어본다>를 다니면서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게 되니까 조금씩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무적핑크: 어떻게요?


박원순: 자기가 좋아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거.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사회의 시선이나 인식에서 좀 자유로워질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무적핑크는 즐겁고 행복하죠?


무적핑크: 즐겁고 행복하고, 게다가 돈도 잘 벌고 있지요.


당당하고 솔직하게 ‘이런 얘기해도 되나?’하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확실히 우리세대와는 다르다. 

     

     

미녀작가, 서울대 이런 수식어 들으면 솔직히 어때요?


박원순: 조금 무례할 수도 있는데 왠지 무적핑크라면 솔직하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질문을 해 봐요.


무적핑크: 뭘까요? 은근 긴장되는데요?


박원순: 오기 전에 검색을 쓱 해봤더니 ‘미녀작가’, ‘서울대 출신’ 이런 수식어들이 따라 붙던데... 솔직히 어때요?


무적핑크: 어... 사실 외모에 대한 것은 저랑 별로 상관없어서, 제가 미녀가 아니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웃음) 그런데 서울대 작가라는 건 저에게도 극복의 대상이에요. 어릴 때는 저도 마냥 자랑스러운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활동하다보니 거기서 끝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노력해야 될 부분이 있더라고요.


박원순: 극복? 뭘 노력해야 되죠?


무적핑크: 사람들이 “쟤는 서울대니까 역사 웹툰 그리는 구나” 이런 이야기요. 


박원순: 하긴 화려한 간판 때문에 그 식당의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적핑크: 오~~ 


박원순: 원래 꿈은 뭐였어요?


무적핑크: 아까 말씀 드렸듯이 사람을 살리고 싶었어요.


예상 밖의 답변들이 날아온다. 이렇게 자기 색깔과 생각이 확실한 그가 어떻게 웹툰의 길로 들어오게 된 건지 궁금해진다.

 

    

웹툰 작가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박원순: 사람을 살리고 싶었는데 어떻게 웹툰 작가가 됐어요?


무적핑크: 제가 수학을 잘 못해서요.


박원순: 수학이요?


무적핑크: 의사가 되려면 수학을 잘 해야 하잖아요. 사람을 살리고 싶으니까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수학을 제가 잘 못하더라고요.


박원순: 나랑 똑같네. 나도 수학 빵점 맞고 그랬는데... 하이파이브 해야겠네(웃음).


무적핑크: 그래서 문과 쪽에서 찾아보니까 변호사가 그나마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교대역인가? 암튼 그 변호사 사무실 쫙 있는 곳 있잖아요. 


박원순: 맞아요. 서초역이랑 교대역 사이.


무적핑크: 네 거기! 어느 날 거기를 지나게 됐는데 그 수많은 간판들을 보니까 왠지 제가 꿈꾸는 삶이 거기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원순: 그러다 어떻게 웹툰 작가로 갑자기 바꿨어요?


무적핑크: 사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그리고 제가 한편으로는 성적도 좋은 아이였거든요? 


아까도 느꼈지만 우리세대는 쉽게 할 수 없는 말들을 쉽게 한다. 이게 결코 잘난 체로 느껴지거나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그냥 무심히 툭 사실이 던져진 느낌이다.


무적핑크: 고등학생 시절에 이 두 가지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마침 전교에 단 한 분 계시던 미술선생님이자 저의 담임선생님께서 답을 주시더라고요.


박원순: 그게 뭐였죠?


무적핑크: 선생님께서 “니가 좋아하는 공부도 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학교가 있는데, 거기가 서울대 미대야”라고 하시는 거예요. 보통 미대하면 다들 홍대를 떠올리잖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선생님 말씀에 가즈아!했는데 수능 마킹 실수해서 9등급 나왔죠.


박원순: 그래서요? 그래도 합격했어요?


무적핑크: 네? 아뇨. 재수했죠...


박원순: 그럼 대학생이 되어서 웹툰을 그리게 된 건가요?


무적핑크: 네.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도 했지만, 워낙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또 제가 은근히 덕질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일종의 덕질하는 느낌으로 만화를 이리저리 그렸어요. 그리고 그걸 인터넷에 올려보니까 제 만화에 대해 좋은 반응이 나왔고, 연재를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웹툰 작가가 되어 있었죠.


박원순: 그러니까 ‘웹툰 작가가 되어야지’하고 그 길로 간 건 아녔네요? 그래도 끝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놓지 않았네요. 그게 쉬운 건 아니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대학 졸업하고도, 아니 제법 나이가 들어서도 인생에서 뭘 해야 할지, 또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잠깐 어린 시절의 부모님 말씀이 스쳐간다.


박원순: 솔직히 저도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서울대도 가고, 물론 바로 짤렸지만. 그리고 고시 공부해서 검사가 됐는데 영 내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해보고 나서야 알았어. 하하하.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깨달았어요. 


무적핑크: 뭘 좋아하셨는데요?


박원순: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를 지키는 거요. 그래서 시민운동 했어요.


무적핑크: 우리 둘 다 사람을 살리고 싶었네요? 하이파이브!


박원순: 그런데 우리 지금 약간 재수 없는 이야기 하느라 정작 웹툰 얘기는 하나도 못한 거 알죠? 우리 이러다 돌 맞아요(웃음).  


이제 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려 한다.



임금과 신하의 카카오톡 500년 어치라고요?


박원순: 아까 역사 덕후라고 했잖아요. 사실 무적핑크가 그린 웹툰을 아직 못 봤는데, 웹툰계의 사극을 그린 거라고 보면 되나요?


무적핑크: 보여드리려니 살짝 민망하네요. 이게 제 대표작 조선왕조실톡인데요. 시장님이 좋아하실 것 같기는 해요. 히히히.


책을 받아 들고 쭉 훑어본다. 


박원순: 이게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좀 다르네요. 만화가 꼭 카카오톡 대화창 같네요?

무적핑크: 조선왕조실록을 많은 분들이 굉장히 근엄한 것이라고만 생각을 하시는데, 사실은 임금과 신하의 500년짜리 대화록이거든요. 요즘으로 치면 카카오톡 대화창 같은 거죠.


박원순: 굉장히 기발하네요. 어떻게 이런 형식을 활용할 생각을 했어요?


무적핑크: 요즘 친구들이 엄빠 얼굴보다 많이 보는 것이 카카오톡 화면이에요. 옛날 신화와 임금님 사이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을 요즘 친구들이 익숙한 형식으로 전달하면 재미있게 받아들이겠다 싶었죠.


박원순: 주상전하인 정조하고 당시 세도가였던 김조순이 카톡으로 대화하고 그러겠구나!


무적핑크: 그렇죠! 임금님께 진상품을 올릴 때는 기프티콘으로 보내는 식이죠. 서로 셀카도 보내고요.


죽이 척척 맞는다.


박원순: 조선왕조실록이 위대한 건 모두가 알지만, 정작 읽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조선왕조실톡은 많은 사람들이 보니까 이건 형식의 승리네요,  무적핑크의 창의력이 발휘된. 무적핑크 승! 


무적핑크: 허허, 감사합니다. 그런데 실록에 원체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요. 임금님 한 분 한 분이 되게 웃기거든요. 이게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인데...


박원순: 하하, 그럼 밤새도록 이야기 한 번 해봅시다.


진짜 시간만 있으면 밤새 역사 이야기꽃을 피울 수도 있는데... 그러나 나도 내일 출근을 해야 되는 공무원이지 않은가.



세종대왕이 그렇게 반찬투정을 했다고요?


무적핑크: 보통 세종대왕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그림이 한 손에는 훈민정음, 한 손에는 측우기 들고 있는 모습이잖아요? 되게 근엄하고 진중한 인상이죠. 그런데 이분이 그렇게 반찬투정을 했어요.


박원순: 어, 세종대왕이? 그런 거 전혀 몰랐네요. 


무적핑크: 막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식사를 안 하시고, 자꾸 수라 메뉴 물어보셨던 것들이 다 담겨있어요. 

박원순: 그런 것들까지 실록에 다 담겨 있군요. 처음부터 실록이 재미있는 줄은 몰랐을 것 같은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무적핑크: 음... 시작은 인간의 근본적인 부분을 다루는 책을 찾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조선왕조실록, 삼국유사, 사기, 삼국지 등의 역사책들을 읽게 됐고요. 오래 전에 쓴 책이고 분량도 많으니까 어떤 진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오늘은 예상치 못한 답변 투성이의 날이다.


박원순: 그래서 발견을 했어요?


무적핑크: 오히려 그런 생각 자체를 반성하게 됐어요. 그냥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면 그게 진리겠구나 싶더라고요. 


조선왕조실록에서 진리를 발견했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는 또 예상을 빗나간다.


무적핑크: 읽어보니까 세상사가 지금이랑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 위대한 정조대왕도 아들이랑 공부 문제로 싸웠고, “왜 내가 세 번 말한 거 네 번 말하게 만드냐”고 다투고 했더라고요.


박원순: 정조도 아빠니까. 원래 자식 문제만큼 마음대로 안되는 것도 없어요. 나중에 키워보면 알아(웃음).


무적핑크: 요즘 점점 결혼 안 한다고 사회가 난리인데, 조선 시대에도 왕이 노총각, 노처녀들한테 결혼 왜 안 하냐고 묻고 그랬어요.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면 쌀 주면서 결혼 좀 하라고 하고. 이런 일상들로 500년이 꽉 채워져 있더라고요.


박원순: 정말 재밌다. 우리도 요즘 청년들 위해서 청년수당 만들고, 저출산대책 만들고 하는데 그거랑 꼭 같네요.


무적핑크: 네. 먹고 사는 게 최고의 문제죠. 그러니까 잘 좀 해주세요! 어깨가 무거우십니다~


언중유골.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는다. 



정조를 좋아하는 이유가 뭐예요?


박원순: 하하, 알겠어요. 잘 해볼게요. 실록을 자세히 읽었잖아요. 특히 좋아하는 왕이 있어요?


무적핑크: 본디 저는 정조를 사모해왔는데...


박원순: 훌륭한 분이긴 하죠. 그런데 이유가 뭔가요?


무적핑크: 잘 생겨서...?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예상을 벗어난 답변 자체가 예상된다.


박원순: 아이쿠, 예상 못한 답변이네. 그런데 정조대왕이 잘 생겼어요? 그런 얘긴 처음 들어보네요.


무적핑크: 그럼요. 킥킥... 할아버지인 영조의 부인 무수리 최씨가 굉장한 미인이었다고 해요. 정조는 그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미남이었다고 해요. 이거 보세요~


무적핑크: 또 좋은 일도 많이 했고, 자기 고집을 끝까지 밀어부쳤던 몇 안 되는 왕이었고요. 수원 화성이 그의 결과물이죠.


박원순: 뭐야, 잘 생겨서만은 아니었네요.


무적핑크: 조선이 임금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잖아요.


박원순: 오~ 역시. 그걸 아시네요. 맞아요.


무적핑크: 큰일을 해내려면 지치지 않고 꾸준히 신하들을 설득해서 인력과 재물을 움직여야 하는데 정조는 그걸 해냈어요. 자신의 정신적인 성취를 온전히 쏟아 부은 도시를 만들어낸 거죠. 굉장히 멋있어요.


박원순: 그걸 또 백성들에게 강제로 시킨 게 아니기도 하고요.


무적핑크: 네. 백성들을 강제로 징용해서 착취한 것이 아니라 월급 줘가면서 화성을 지었죠. 지혜만 갖춘 게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그래서 정조를 참 좋아했는데...


박원순: ...했는데?


무적핑크: 요즘은 또 다른 분에게 푹 빠졌습니다.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보따리를 파는 장수 같다.




<무적핑크에게 물었다 part.2>는 3월 20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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