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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장 박원순 Mar 20. 2018

무적핑크, 그래서 변심한 상대는 누구예요?

무적핑크에게 물었다 part.2

인터뷰에 앞서,
요즘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그건 시장님이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래서 그 ‘잘 모른다고 하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 보려고  합니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 청년 창업가의 고민을 더 가까이에서 듣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은 노력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것들도 모르고 시정을 잘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그 값진 이야기를 여러분과도 나눌까 합니다.





정조의 팬클럽을 만들 정도로 좋아했다더니 최근에 다른 사람에게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안 물어볼 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변심한 상대는 누구예요?          


박원순: 한참 칭찬을 해놓고 다른 사람에게 빠지다니... 대체 누군가요?


무적핑크: 요즘은 세종대왕님께 푹 빠졌어요.


박원순: 세종대왕 훌륭한 거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지만, 왠지 무적핑크에게는 좀 색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왜 세종이에요?


무적핑크: 공부를 많이 해서요.


역시나 예상치 못한 답변. 이제는 감히 예상할 생각도 안한다.


박원순: 그러고 보면 저도 참 반성을 해야 되는 거 같아요. 책 볼 시간이 없거든요. 업무 보고, 외부일정 다니고 나면 시간이 없는데 조선의 왕들은 아침부터 공부로 시작했죠? 그걸 ‘경연’이라고 하죠?


무적핑크: 네! 맞아요. 경연이 임금이 학문을 연마하고 신하들과 국정에 관해서 논하는, 지금으로 치면 스터디 같은 거죠. 


박원순: 스터디라, 딱 그렇군요.


무적핑크: 정조도 물론 공부를 많이 했던 왕이기는 한데요. 약간 얄미운 스타일이었어요. 아랫사람들의 기를 죽이는 왕이었거든요. 예를 들면 신하랑 왕이랑 싸울 수 있잖아요? 신하가 “이러이러한 문헌을 보면 이렇게 나와 있기 때문에 임금님 말씀이 틀렸습니다”라고 하면, 정조는 그 문헌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다 외면서 이렇게 말하죠. “네가 이야기한 책이 이거지? 보다시피 나 다 외우고 있는데, 내 말이 맞는 거 아닐까?”하면서 지력으로 상대를 누르는 거죠.


박원순: 와... 진짜 똑똑했나 보네요.


무적핑크: 그런데 세종은 똑똑하면서도 그걸 자랑하지 않으셨어요. 신하가 실수를 하면 세종은 “내가 부족했구나. 내가 너랑 공부를 같이 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다음에는 우리 같이 공부를 해보자꾸나”하는 식이죠.


순간 반성이 된다. 참모들이 반대 입장을 내면 정조처럼 내가 아는 것을 총동원해서 내 의견을 관철시키려 하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박원순: 대단하신 분이네요, 정말. 사실 그 시대에는 왕이라고 하면 다 벌벌 떨고 그랬을 텐데.


무적핑크: 그죠. 그래서 제 마음 속에 1위로 저장!


     

웹툰 작가에게 실력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요?


박원순: 임금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왜 사람들이 무적핑크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요. 정말 훌륭한 스토리텔러 같아요. 흠뻑 빠졌습니다. 


무적핑크: 시장님께서 잘 받아주셔서 제가 신이 났었네요.


박원순: 그나저나 무적핑크처럼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을 거 같아요.


무적핑크: 어휴, 많죠.


하하하. 빼는 법이 없다.


박원순: 그런 꿈나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작가가 된다든지,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다든지... 뭐 그런 거요.


무적핑크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


답변이 한 번도 나의 예상궤적 안에 들어오질 않는다.


박원순: 의외의 답변이네요. 혹시 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무적핑크: 그렇...지요. 웹툰 작가의 생활을 말씀드리면 이해가 되실 텐데요. 골방에 앉아서 좋지 않은 자세로 열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리거든요. 게다가 일반적으로 프리랜서라 수입도 불안정하니까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고요. 그런데 독자들의 취향은 또 어찌나 빨리 변하는지, 공부도 많이 해야 해요. 


박원순: 건강이 좋을 수가 없겠군요? 그래도 무적핑크 정도 되면 문하생이라고 할까, 도와주는 사람들을 두고 일을 하지 않아요?


무적핑크: 저는 스태프라고 부르는 동료분들이 계세요. 요즘은 문하생이 아니라 동등한 스태프에요.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철저한 분업이죠. 예를 들어 저보다 색칠을 더 잘하는 분을 섭외해서 색칠을 부탁하는 식이죠. 그런데 저처럼 스태프와 함께 일하려면 안정적으로 많이 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가 쉽지 않아요.


박원순: 웹툰 작가가 권할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나요?


무적핑크: 이게 운명인 친구들에게는 권해야죠.


박원순: 운명의 기준이 뭐예요?


무적핑크: 제가 말려도 그림을 그리고 연재할 사람들이요. 엄마, 아빠가 그림 그리지 말라고 연습장이랑 그림 도구 다 갖다 버려도 그릴 애들은 시험지 구석에라도 그리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빨리 프로가 되고, 두각을 나타내더라고요. 그런 친구들한테는 꼭 몸 챙겨가면서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박원순: 시작, 그러니까 첫걸음을 어떻게 떼야 할지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무적핑크: 그런 친구들에게는 일단 연재해 보라고 하고 싶어요. 본인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말이에요. 원고료 안 받고 그리는 일 가혹한 거 알지만,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야 용기를 얻을 수 있거든요. 고민하고 있다면 용기가 필요한 거니까요.


     

시청에 일자리를 준다고 해도 안 온다고요?


박원순: 그런데 무적핑크처럼 되면 수입은 어떻게 돼요? 질문이 너무 노골적인가?


무적핑크: 아뇨~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웃음). 만약에 시장님이 저에게 서울시청에 일자리를 주신다고 해도 안 간다고 말씀드릴 정도요? 하하하.


귀여운 너스레를 부린다. 이 역시 밉지 않다.


무적핑크: 일단 네이버에 연재를 하면 원고료를 받고요. 지금은 조선왕조실톡이 무료 웹툰이지만, 유료로 전환을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럼 또 거기서 수입이 생기기도 하고요. 또 제가 소속 되어있는 와이랩에서는 제작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보수를 주시기도 해요. 


박원순: 또 이렇게 책을 팔면 인세도 받겠군요. 일찍부터 건강을 염려할 정도로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하면 이렇게 잘 될 수도 있겠구나.


무적핑크: 그리고 중요한 게, 작가로서 롱런하려면 주변의 도움도 많이 필요해요. 가령 요즘은 웹툰이 영화화 된다거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좋은 일인데, 작가 혼자 감당하긴 어려워요. 시나리오 감수도 해야 하고, 법적인 문제도 해결을 해야 하고요. 보통은 그런 걸 소속사에서 도와주시죠.


박원순: 맞아요. 프리랜서가 혼자 뭘 하려면 힘들잖아요. 회사가 있으면 좋죠.


무적핑크: 그런데 ‘좋은’ 회사여야해요. 좋은! 무턱대고 회사랑 계약하지 말고!


박원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와이랩은 좋은 회사인가 보군요. 회사에도 여러 작가분들이 계시는 것 같은데, 그럼 웹툰계에서 무적핑크가 존경하는 작가분이 있어요, 선배 중에서?


무적핑크: 존경스러운 분은 선배뿐만 아니라 후배 중에도 꽤 많아요.


박원순: 누구예요?


무적핑크: 생존해 있는 작가 모두요. 사실 여기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곳이니까요.


박원순: 진짜 오늘 ‘대단한 말씀’을 듣고 있네요 제가. 강연비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무적핑크: 아까 돈을 많이 번다고 까불었지만 실제로 저는 이제 제가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박원순: 존경받을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얘기인가요?


무적핑크: 그것보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저도 이 분야에서 10년 넘게 살아남았으니까 제 나름의 노하우도 있을 것이고, 이제는 어린 애처럼 사랑받는 걸 넘어서 사랑을 줘야 할 것 같아요. 올해 서른 살이 돼서 그런지 후배들을 챙기게 되더라고요.


박원순: 어떻게요?


무적핑크: 이제 후배 작가들이 잘 먹고 잘 사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부당한 일을 당하지는 않는지 물어보고 싶고, 도와주고 싶고 그래요. 작가가 혼자 하는 작업이다 보니 인간관계 쌓는 게 사실 쉽지 않거든요. “작가님, 잘 지내세요?”라고 문자 보내는 것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한데, 이제는 해보려고요.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 갚아야죠, 갚아야죠.



날카로운 부탁이 있다고요?


박원순: 이야기를 듣다보니 혹시 회사 말고 서울시가 도와줬으면 하는 거 있어요? 웹툰 작가들을 위해서요.


무적핑크: 안 그래도 오신다고 해서 어떤 말씀을 드리면 좋을지 동료들과 상의를 해봤어요. 절호의 기회잖아요! 시장님이랑 이렇게 대담할 기회가 또 없을 테니까요.


박원순: 하하,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은근히 긴장되네요.


무적핑크: 날카로운 부탁의 말이 나왔어요. 아주 핵심을 찌르는!


박원순: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네요. 제가 세종처럼 말을 잘 듣거든요.


무적핑크: 아까는 정조라고 하시더니...? (웃음)


박원순: 아니, 하하하. 그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죠. 하하하.


얼레벌레 얼버무리고 있다.


무적핑크: 재능기부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웹툰 작가들에게 협업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지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서 웹툰을 그려달라는 거죠. 거기까지는 되게 기쁜 일인데, 문제는 “재능기부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하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박원순: 아이고, 제대로 작품 값을 치러야 하는데,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거구나. 


무적핑크: 솔직히 저는 기반이 있어서 재능기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름을 알려야 하는 갓 데뷔한 분들이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돈 대신 귤 받고 하는 분도 봤어요. 유기농이라면서 좋아하시는데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박원순: 그건 제가 약속할게요. 사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도 좀 있었는데요. 웹툰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서울시에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게요. 아무래도 예산이 문제일 텐데, 10개 할 걸 5개로 줄이는 한이 있더라고 제대로 하는 걸로요.


무적핑크: 10개 다 하셨으면 좋겠는데요! 기회를 많이 주세욧!


박원순: 아이고, 예산이라는 게 한정되어 있다 보니까... 그래도 고민을 해볼게요. 


이런 저런 깨달음을 얻다 보니 어느 덧 시간이 다 되어간다.


     

모든 인터뷰이에게 하는 공식 질문!


박원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시간이 늦었으니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마무리 질문이 있어요. 무적핑크에게 서울이란 어떤 곳인가요?


무적핑크: 제가 사는 곳이고 세금 내는 곳이죠. 참 좋아하는 곳이에요. 경복궁도 있고 창덕궁도 있고.


박원순: 그렇죠. 한양이니까!


무적핑크: 한양이 없었으면 제가 이렇게 되지 못했겠네요. 세금 많이 내야겠다!


박원순: 정말 고마운 생각이네요. 그럼 저와 오늘 이야기 나누면서 어땠어요? 실제로 보기 전과 실제로 대화를 해보니 많이 달라요? 무적핑크에게 박원순이란? 


무적핑크: 사실 뵙게 되면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입조심을...


박원순; 아니, 내가 뭐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왜요? (웃음)


무적핑크: 옛날로 치면 한성판윤이시잖아요. 무려 정 2품...!


박원순: 아~ 무적핑크한테는 서울시장보다 한성판윤이 더 익숙하구나.


무적핑크: 제 머리 속은 조선시대거든요. 하하. 한성판윤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겠...지요? 1,000만 시민을 살펴야 하니까. 저는 사람들 마음만 살피면 되는 사람인데도 독자가 100만 명이 넘어가니까 참 어렵더라고요. 대사 하나 쓸 때도 고민스럽거든요. 혹 누구에게 상처주지는 않을까 해서요.


박원순: 그럼요. 자다가도 깹니다. 하하하. 이런 것도 통하네요. 하이파~이브


무적핑크: 시장님과 약속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박원순: 뭔가요?


무적핑크: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건요, 저는 주로 어린 독자들이 좋아해주세요. 그 친구들에게 좋은 작품, 건강한 작품을 그려서 그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될게요. 그러니까 남은 건 시장님이 모두 다...! 잘 부탁드립니다(웃음).


박원순: 자기는 웹툰만 잘 그릴 테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다 하라는 거군요?


무적핑크: 그럼요. 실업 문제, 고용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을 똑똑한 분들이랑 같이 알아서 잘 해주세요. 아잣!


박원순: 뭔가 손해 보는 거 같은데? 허허허. 그래요. 열심히 해볼게요. 하이고, 오늘 숙제를 많이 받고 가네요. 그럼 진짜 이제 마지막입니다. 하고 싶었던 말 중에 아직 다 못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하셔도 돼요. 


무적핑크: 이것도 다 인터뷰에 들어가나요?


박원순: 걱정 말고 다 얘기 해봐요. 안 잡혀가. 하하하.


무적핑크: 저는 서른 살이 된 여성 작가잖아요? 그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여자 작가가 전업으로 먹고 살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요. 작가로 성공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한데요. 생계가 불안하니까 중간에 버티지 못하고 결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럼 아이 낳을 가능성이 아주 높고, 보통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하잖아요? 전도유망한 작가가 전업주부가 되어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이 되게 많아요.


박원순: 아이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좀 보완이 되겠군요.


무적핑크: 네. 웹툰 작업장 내 보육시설을 만들어주시거나 아니면 경력 단절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시는 것도 좋고요! 사라진 작가님들은 돌아오라!


혼자 주문을 외우듯이 외친다. 내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함께 흐른다.


박원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동네에 보육반장을 정해서 어린이집 끝나고도 봐주는 사람이 있도록 하려고 해요. 틈새보육을 해결하려고. 주신 의견도 고려해서 함께 고민해볼게요.


무적핑크: 열심히 하시라고 제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짜자잔!


박원순: 아이고, 이게 나구나!


무적핑크: 네! 한성판윤 정 2품!


박원순: 품값을 받았으니 정말 열심히 해야겠네. 오늘 너무 즐거웠고 많이 배웠어요. 시간 내줘서 고맙습니다.




[인사이트인터뷰 며칠 뒤무적핑크를 떠올려본다


내게 재능기부는 익숙하고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졌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인권 변호사 시절에는 무료 변론을 숱하게 했고, 시민운동을 할 때도 보수는 커녕 오히려 돈을 내면서 일하기도 했었다. 내가 가진 능력과 지식을 제공해 공동체를 복원하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데 필요하다면 뭐든지 했다. 요즘 말로 재능기부를 하면서 평생을 살아왔다. 자신이 가진 전문 지식이나 능력을 어려운 이웃이나 곤란한 상황에 처한 약자를 돕는데 활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풍성하게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재능기부라는 가면을 쓴 열정페이가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다. 재능기부와 열정페이가 ‘이음동의어’처럼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보통 재능기부를 요구당하는 쪽의 지위와 경력을 빌미로 재능기부가 열정페이로 변질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능기부를 요구받는 쪽이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새내기들일 경우에 열정페이 논란이 발생한다. 아직 경력을 쌓지 못해 자신의 커리어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새내기들에게 재능기부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력 착취이자 노동가치에 대한 훼손이다. 결국 ‘기회를 준다’는 명목 하에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서울시는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행태를 막고자 노력 중에 있다. 주로 열정페이의 대상이 되는 청년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아르바이트 사업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초노동상담과 권리구제 지원 등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무적핑크가 말했듯 노동에 대해 합리적이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에필로그_꼰대는 스스로가 꼰대지인지를 모른다>는 3월 27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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