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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장 박원순 Apr 03. 2018

우리 팀플레이 합시다

<몰라서 물어본다> 북토크

서울시장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서울시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럼 저는 주저하지 않고 서울시에서 청소, 경비 등의 업무에 종사하던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던 날 직원증을 목에 걸어드리던 순간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목에 그 목걸이가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괜히 눈치가 보였다며 이제는 당당히 탈 수 있겠다던 직원들의 말씀에 제가 괜히 찡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책이 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고용의 문제를 넘어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 인간의 존엄과 함께 '행복'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게 됐습니다. 인간의 존엄을 말살하는 고용형태를 없애는 방식으로 가야하지만, 문제는 업무특성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다양한 직업의 영역들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특히 이번에 <몰라서 물어본다>를 진행하며 젊은이들의 삶을 들어보니 우리 세대의 직업관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도 새롭게 배웠고요. 그들은 단순히 정규직/비정규직과 같은 이분법적인 구분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길에 대해 고민하고, 또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생각의 틀 자체가 달랐던 것이죠.


자연스럽게 제가, 서울시가,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기존의 직업적 구분이 아닌 다양한 고용형태 속에서도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받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행정제도와 법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양한 고용형태 속에서도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받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행정제도와 법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직접 만나서 그들의 삶과 직업, 일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몰라서 물어본다> 출간을 맞아 기존의 정치인들이 관행처럼 하던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제가 직접 만나서 듣고 배운 것들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색다른 북토크 <만나서 물어본다: 행복한가요?>를 진행했습니다. 


조그만 공간에서 50명이 채 되지 않는 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함께 인터뷰를 했던 저의 스승님들도 모셨고요. DJ소울스케이프와 일러스트레이터 아방, 디자이너 기남해 대표님, 그리고 기 대표님의 아들 기튼군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따로 정해진 식순도 없었지만 우리는 음악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특히 청년들의 먹고 사는 것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저 혼자가 아닌, 많은 분들과 '함께' 의미있는 결론들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의 이야기를 짧게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소통과 공감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내’ 눈높이가 아닌 ‘그들’의 눈높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몰라서 물어본다>를 쓰기 위해 만났던 9명의 젊은이들은 좋아하는 영역에서 흔히 말하는 ‘덕질’을 하면서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프리랜서이거나 자영업자, 창업자였습니다.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불안을 떨쳐내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훌륭한 이들이었습니다. 우리사회에 안전망이 부족해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성공을 이뤄낸 대단한 분들입니다. 


이들은 큰 용기를 갖고 도전을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젊은이들에게 이들과 같은 도전을 하라고 종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도전을 부추기기 전에 우리 사회는 그들이 불안하지 않게,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줘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안전망 없이
무조건적인 도전만 강요하는 것도
어쩌면 청년들에겐 폭력 아닐까요?


이를 위해선 프리랜서들이 정당하게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그들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순간까지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줘야 하고, 좋은 성과물이 사장되지 않도록 대신 알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결국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팀플레이'가 필요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저는 서울시장으로서 그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미래를 가꿔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낼 때 우리는 '팀'으로서 소통하고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여기에는 각자 나이도, 직업도, 경험도, 생각도 다 다르지만 각자도생의 시대를 끝내고 사회적 우정을 바탕으로 하나의 팀이 될 때 우리는 보다 더 행복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팀플레이 잘 해봅시다!

 




그동안 <몰라서 물어본다_박원순의 퇴근길 청춘수업>을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5개월동안 밤 늦은 시간 곳곳을 누비며 진짜 여러 번 좌충우돌했는데 끝까지 도와주신 임형욱 대표님 이하 출판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차별 없는 평등을 바라는 마음을 그린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로 함께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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