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바다의 편지

2011년 샘터상 작품 공모전 낙선작

by 꿈부자

“민석아, 저녁 됐다. 얼른 할아버지 모시고 와.”

“네”

난 우렁찬 대답과 함께 할아버지를 찾아 대문을 나섰다.

“할아버지, 식사하시래요. 할아버지!”

신기하게도 목소리는 배가 고픈 만큼 더 크게 나왔다. 한참을 소리치며 동네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신 거지? 배고파 죽겠는데.”

요동치는 뱃속을 어루만지며 방파제 옆을 지나는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아 글씨 말여, 내가 낚싯대를 들어 올리는데 거 모시냐 참돔이 불쑥 나오는 게 아니겄어?”

“에이, 말도 안되유. 그럼 잡은 놈은 어딨어유?”

대발이 아저씨가 거짓말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옆에서 낚시하던 젊은 사람 줘버렸지.”

할아버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아니, 한 번 잡기도 힘든 데다 그 비싼 참돔을 줬다구유?”

창기 형이 믿기지 않는다며 할아버지에게 되물었다.

“듣고 보니 딱한 사연이 있더라고, 그래서 줘버렸어. 나야 또 날렵한 솜씨로 잡으면 되니께 말이여.”

할아버지는 옆에 있던 낚싯대를 수건으로 쓱쓱 닦으며 말했다.

“근디, 이 동네에 참돔이 나오기나 하나유? 난 생전 본 적이 없으니 못 믿겠구먼유. 이 부실한 낚싯대도 영 믿음이 안 가구유.”

대발이 아저씨가 비죽대며 말했다.

“뭐여, 내가 그럼 지금까지 그짓말을 했다는거여?”

“아니, 뭐 그짓말을 했다는 게 아니라. 말이 그렇잖아요, 하루죙일 배 타고 나가도 참돔 그림자도 보기 힘든 요즘 인디, 요 다 낡아빠진 낚싯대로 잡아다는 게 말이나 되나유?”

“맞아유, 지도 솔직히 잘 믿기지 않는 구만요.”

대발이 아저씨 말에 창기형도 거들고 나섰다.

뭐여 하는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대발이 아저씨의 옷을 잡아챘다. 대발이 아저씨는 어어 하는 소리를 내며 땅바닥으로 넘어졌고, 덩달아 아저씨 옆에 있던 나무 박스들도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며 공판장 여기저기로 흟어졌다.

때마침 아빠가 오셔서 상황은 정리되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빠의 상황은 도리어 더 나빠진 듯했다.

“아비야, 화났냐?”

할아버지가 집 앞에 들어서며 아빠에게 물었다.

“됐어요, 근데 낚시 때문에 매번 싸우시니, 콜록콜록.”

“니도 내가 그짓말 했다고 생각하냐?”

아빠는 멈칫하시고는 연거푸 기침을 하셨다.

“에혀, 저 놈의 기침은 은제까지 달고 댕기는 거여.”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아버지 약 드셔서 곧 괜찮아지실 거예요.”

“약 보담도 좋은 물괴기 한 마리 푹 고아 먹으면 금방 떨어질 낀데.”

할아버지가 낚싯대를 대문 옆 창고에 세워 놓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럼 날 풀리면 저랑 같이 물고기 잡으러 가요. 아빠, 기침 빨리 낫게요.”

할아버지에게 내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오냐, 그러자꾸나.”

할아버지의 입가에도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엄마, 할아버지 오셨어요, 우리 얼른 밥 먹어요.”


태풍이 한 바탕 지나가고 마른 햇살이 마당 깊숙이 내리쬐는 아침이었다.

“민석아, 얼른 인나라, 낚시 가재이.”

내가 졸린 눈을 비비며 문 밖으로 나왔다. 할아버지는 어느새 낚싯대부터 점심에 먹을 도시락까지 다 싸놓고 마당에 서서 기다리고 계셨다.

“할아버지, 금방 옷 입을게요!”

난 방으로 들어와 황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방바닥에 펼쳐진 방학숙제가 마음에 걸렸지만 벌써 내 마음은 바닷가에 가 있었다. 난 방학 숙제 노트를 책상 서랍에 숨겨 놓고 방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엄마에게 잡힐까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재빨리 대문을 나섰다. 때마침 엄마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아버님, 민석이 내일모레 개학이라 방학 숙제해야 해요.”

할아버지는 씨익 웃고는 내게 말했다.

“민석아 뛰어!”

골목 어귀를 지나 거친 숨을 고르며 걸었다. 할아버지는 힘든 내색도 없이 여전히 환한 웃음을 지으며 휘파람을 부셨다.

“할아버지,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손자랑 추억 만드는 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으려고?”

할아버지는 껄껄대며 기분 좋게 웃으셨다.

뚝섬 등대로 가는 길에 대발이 아저씨하고 창기 형이 그물 손질을 하고 있었다. 내가 큰 소리로 인사를 하자 대발이 아저씨와 창기형도 크게 소리치며 인사했다.

“낚시 가시나 봐유?”

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아저씨들에게 보란 듯이 낚싯대를 흔들며 소리쳤다.

“나가 요놈으로 아주 실하게 잡아 올 테니께, 다들 기다리고 있어. 알았제?”

“네, 꼭 좀 보여주셔유.”

공판장을 지나 할아버지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해안가로 훌쩍 뛰어 내려가셨다.

그리고는 ‘우리 아들 기침 얼른 떨어지게 실한 놈으로다가 한 마리 보내주세요.’ 라고 모래사장에 글을 썼다. 글을 쓰자마자 파도는 금세 글을 덮쳐 싹 지워가고 말았다.

“잉! 할아버지 글 다 지워졌어요.”

할아버지는 괜찮다며 내 손을 잡고 다시 해안가 길로 올라섰다.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할아버지, 뭐하시는 거예여?”

할아버지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바다에 계신 용왕님께 펜지 쓴 거여, 물괴기 많이 잡게 혀달라고.”

“네?”

“그니께, 거 바다에는 전화도 읍고, 우체통도 읍잖어. 그러니께 용왕님에게 나 왔으니 잘 봐주쇼 하고 연락을 하는 것이제.”

“근데, 파도가 다 지우잖아요.”

할아버지는 주변을 살피고는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사실 파도는 말이여, 용왕님 우체부여.”

“네? 정말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할아버지, 우체부 파도랑 그냥 파도랑 어떻게 달라요?”

내가 신기해하며 물었다.

“그냥 파도는 모래사장에 슬쩍 왔다 가는디, 우체부 파도는…….”

할아버지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박수를 짝 치고는 말했다.

“그려, 우체부 파도는 모래사장에 있는 걸 싹 다 가져가. 다른 파도보다 더 넘실대고 말이여.”

내가 여전히 고갤 갸웃거리자 할아버지가 바다에 둥둥 떠내려가는 공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우체부 파도여, 다른 파도는 어째 다들 앞으로 슬쩍슬쩍 달려오는 디 저 파도만 덩실덩실 공놀이 하며 뒤로 가잖여.”

내가 아 하고 말하자,

“오늘 운이 좋겠구먼, 우체부 파도가 공놀이 하는 건 보기 힘든디 말이여.”

할아버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린 뚝섬 등대 앞에 다다랐다.

“할아버지. 그럼 그 편지 벌써 용왕님이 읽었을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곤 낚싯대를 펼쳤다. 그리고는 아주 싱싱한 갯지렁이들 중 하나를 잡아 낚시 바늘에 꿰었다.

“어디 펜지가 도착혔나 볼까나?”

할아버지는 말과 함께 힘차게 낚싯대를 바다를 향해 던졌다.

낚시 바늘은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바닷속으로 퐁하고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낚싯대가 흔들렸고, 할아버지가 낚싯대를 걷어 올리자 귀여운 물고기 한 마리가 파도 위로 철퍽대며 올라왔다.

“우와, 물고기다. 할아버지 어서 여기에 넣어요.”

내가 호들갑을 떨며 물고기통을 내밀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흔드시곤 잡은 물고기를 바다에 던졌다.

“어? 왜 놔줘요?”

내가 아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요런 어린 새끼들은 잡는 게 아니여. 어린이와 어른이 싸우는 건 비겁하잖냐.”

“에이, 그럼 내가 잡을 걸. 그럼, 어린이랑 어린이잖아요?”

할아버지가 허허 웃었다.

“그려, 다음엔 네가 잡도록 혀라. 근디 네 손보다 작은 놈은 놔줘야 현다. 알았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가 날 보며 흐뭇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봤다.

“요놈이 공놀이 하느라 아직 안 갔다 보네.”

해가 조금씩 산비탈을 타고 바다로 향했다.

할아버지와 나는 한참을 낚시했지만 번번이 작은 물고기여서 바다에 던져주었다.

“할아버지, 이제 잡은 것들은 그만 놔줘요. 잡기만 하면 놔주고 잡기만 하면 놔주고 이러다간 또 동네 사람들이 물고기도 한 마리도 못 잡는 거짓말쟁이라고 하겠어요.”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댜, 뭐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하는 것이니께.”

할아버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할아버지! 창식이형이랑 대발이 아저씨는 작은놈도 매운탕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다 잡던데요.”

“그건 갸들이 몰라서 하는 것이고.”

할아버지는 파도를 헤치며 물고기를 찾아 먼바다로 떠나는 대발이 아저씨의 고깃배를 향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좋자고 뒤에 후회할 일 만드는 건 아니여. 새끼가 있어야 어른이 있지.”

할아버지는 내가 이해 못할 말을 하시고는 길게 한 숨을 쉬셨다.

내가 심심해서 물고기 통을 열어보자, 물고기 통에 든 물은 바다처럼 바람에 쓸려 출렁출렁 파도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묵묵히 계시던 할아버지가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손자 한티 그짓말쟁이는 안 돼야 할터인디.”

그리고는 아까처럼 모래사장으로 내려가셨다.

이번엔 두 번에 걸쳐 편지를 쓰셨는데, 처음엔 아까와 마찬가지로 아빠에게 몸보신할 좋은 놈을 달라하셨고, 두 번째로는 손자에게 거짓말쟁이가 안 되게 해달라고 쓰셨다.

“할아버지! 우리 물고기 많이 잡으면 고거 팔아다 용왕님한테 전화기 먼저 사줄까 봐요?”

“아니, 왜?”

“답답하니까 그냥 전화로 말하게요. 빨리 물고기 보내달라고.”

할아버진 그러자며 껄껄 대며 웃으셨다.

따사로운 햇살이 수줍게 붉어지며 조금씩 조금씩 바다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우와, 할아버지 이번엔 큰 놈인가 봐요.”

할아버지의 낚싯대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아주 크게 휘었다. 낚싯줄도 아주 팽팽하게 바닷가로부터 잡아당겨지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끄응 소리를 내며 조금씩 낚싯줄을 감기 시작했다.

“정말 큰 놈인 것 같구나.”

할아버지의 이마엔 어느새 땀방울이 하나 둘 맺히기 시작했고, 낚싯대는 더위에 취한 듯 허공에서 크게 휘청거렸다. 물속에 있는 물고기가 파도를 헤치며 낚싯줄을 좌우로 비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정말 커요!”

할아버지는 내가 큰 소리로 외치자, 만족한 모습을 보이며 낚싯줄을 조심조심 감았다. 물고기는 입에 낚시 바늘이 걸린 채 수면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민석아, 뜰채 준비 혀라.”

낚싯대를 할아버지 등 뒤로 들어 올리자, 반짝이는 은빛 물고기가 등지느러미를 쫙 펼치며 허공에서 버둥댔다. 내가 뜰채로 건져 올리자, 할아버지는 눈으로 쓰윽 보더니 쯧쯧 거렸다.

“민석아, 이것도 놔줘야 쓰겠다.”

“네? 정말이요?”

내가 놀라서 되물었다.

“알이 밴 어미를 잡았구나.”

“그게 어때서요? 할아버지! 알도 있으면 더 좋잖아요!”

나는 땅바닥에 연신 몸을 뒤집으며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물고기 통에 넣었다.

“원체 새끼 밴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보호하는 게 세상의 이치여.”

“아휴, 나 이제 할아버지랑 낚시 못 오겠어요. 물고기 하나 잡는 데 뭐 이렇게 저렇게 따지는 게 많아요?”

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번엔 잡아가도 될 놈을 잡아 줄 테니께, 어여 그 물괴기 놔줘.”

“그럼, 할아버지 이거 동네 사람들 보여주고 놔주면 안돼요? 그럼, 할아버지가 거짓말쟁이가 아닌 거 알 수 있잖아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거 스트레스받아서 죽을지도 몰러. 할애빈 그짓말쟁이가 돼도 좋으니께 얼른 풀어주고 다시 낚시 허자. 어서!”

“이러다간 한 마리도 못 잡겠다!”

내가 툴툴대며 물고기 통을 열었다. 물고기는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등지느러미를 쫙 펴고 바다를 향해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물 위로 한 번 힘차게 튀어 오르곤 금세 사라졌다.

그 후로도 한참이나 낚시를 더 했지만, 작은 물고기들만 두어 마리 잡힐 뿐 잡히지 않았다. 결국엔 물고기 통은 빈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대발이 아저씨와 창식이 형이 매운탕 거리 잡았냐고 물었다.

“날이 더워 그런지 죄다 휴가 갔나 벼!”

할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텅텅 빈 물고기통을 흔들며 대답하셨다.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할아버지와 내 눈 앞에 일기장을 펼쳐 보였다.

방학식 날 외엔 아직 한 장도 쓰지 않은 일기장을 말이다. 내가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가는 데 엄마가 말했다.

“오늘 중으로 일기 다 쓰고 잘 생각해. 알았어?”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흠흠 헛기침을 하시고는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난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곧장 마루에 펼쳐진 상 앞에 앉았다. 막상 쓰려니 오늘 있었던 일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은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다 보니 낮에 잡았던 새끼 물고기들이 생각났다. 그 물고기들도 나처럼 숙제하라고 잔소리하는 엄마가 있을까? 방학 숙제도 없겠지 하는 생각에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장을 앞에 두고 힘없이 한숨을 쉬고 있는데 대문 밖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선물 왔어요. 콜록콜록."

아빠의 기침 소리는 거실까지 들려왔다.

“에이그, 저 놈의 기침 소리. 어째 점점 심해지냐, 그래.”

할아버지가 혀를 차며 방문 밖으로 나오셨다.

“여보, 이게 뭐예요?”

“이장님 말로는 젊은 사람이 할아버지 드리라고 주고 갔더래.”

아빠는 연신 기침을 해가면 거실에 박스를 내려놓았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상자 포장지를 뜯었다. 그 안에는 뽀얀 하얀 뿌리들이 옹기종기 엉켜있었다.

“어머, 천식에 좋은 백도라지네요.”

“할아버지, 여기 편지 있는데, 제가 읽어드릴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신세 졌던 김 산입니다.

어머님이 귀한 선물을 보내주셨다고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해달라시며 저희 집에서 재배하는 도라지를 보냅니다.

약소하지만 성의로 받아주시고 기회가 되면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다음에 가면 낚시 잘하는 법 좀 가르쳐주세요.

그럼 늘 건강하시고 다시 뵙겠습니다.


백암산에서 김 산 올림'


“고맙습니다, 아버지. 전 그런지도 모르고.”

아버지는 할아버지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괜찮다며 얼른 낫기나 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내일 다 같이 낚시가요. 그래서 잡은 물고기 사람들한테 나눠주고 선물 받아요.”

“요 녀석이.”

아빠가 큰 소리로 웃자, 할아버지도 엄마도 흐뭇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야 펜지가 도착했나 보구나.”

난 할아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내일 당장 바닷가 백사장에 다가 편지를 써야겠다고.

‘방학 숙제 다한 노트 좀 보내주세요.’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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