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글적긁적
퇴근을 하고 집에 왔다.
아이는 자고 아내는 피곤에 지쳐 앉아있다.
"저녁은?"
내 물음에 겨우내 목소리를 낸다.
"아직."
나는 밥을 차린다.
아내가 먹을 국을 데우고 반찬을 꺼낸다.
반찬통에 담긴 반찬을 한 끼 식사만큼 종지에 담아낸다.
보기도 좋은 게 먹기도 좋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몸소 행한다.
매번 그 말씀에 감탄하며.
아내는 밥 차리는 동안 낑낑대며 아이가 놀던 자리를 치우고 빨래를 갠다.
분유병을 모아서 소독을 한다.
난 밥 하나 차리는데 아내는 두세 가지의 일을 함께 한다.
아내가 밥상 앞에 앉는다.
두 어번의 숟가락과 젓가락이 반찬 위를 오갈 때쯤 아내의 동작이 멈춘다.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전혀."
아내는 다시금 멈춘 숟가락질을 움직이려다 이내 밥상을 박차고 일어선다.
"으아아앙."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아내의 소복한 흰밥 위에 고기가 애처롭게 놓여있다.
슬쩍 날 보는 듯했지만 애써 외면하며 아내에게 향한다.
분유병을 입에 물던 아이가 날 쳐다본다.
분명 내 탯줄을 잘라준 사람은 맞는 것 같은데 하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연신 내가 너의 아빠라는 것을 각인시키려 갖은 애를 쓰며 아는 체를 한다.
그런 내 노력을 알았는지 방긋 웃어 보인다.
배가 불러서 그런 건지 내가 신기하게 생겨서 그런 건지.
여하튼 기분은 좋아 보이고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여보, 내가 애 소화시킬게. 어서 밥 먹어."
"고마워."
아내는 밥상으로 나는 아이를 품에 앉고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방안을 서성인다.
좁다.
방에서 몇 발자국 채 움직이지 못하고 같은 곳을 빙빙 돈다.
분명 아이의 등을 두들기며 아이에게만 집중하려고 했던 나 자신이 금세 속물처럼
집값과 평수와 월급, 그리고 향후 나갈 대출금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끄억."
애가 어른처럼 아니 사람처럼 트림을 했다.
뭐라도 한 것 마냥 의기양양하게 아이와 함께 거실로 나와 식탁에 앉았다.
엄마는 밥을 먹고 아들은 연신 웃는다.
나는 하루 종일 고생한 아내를 말로서 다독였고 비릿한 분유를 먹은 아들의 등은 손으로 토닥였다.
이후로 아이는 삼십여 분간 나와 아내의 곁에서 바둥거렸다.
우리의 대화는 오늘에 대해서 얘길 했고 아이에 대해 말했으며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주지하며 시간을 보냈다.
30분,
아내와 내가 그리고 아이가 버둥대다 잠들어버린 시간.
아마 아내와 아이는 두 시간 후 모자母子만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눈 뜬 아이의 모습을, 방긋 웃는 아이의 모습을 내일 아침에서나 볼 것이다.
드라마에서 식상하게 잠든 아이를 빼꼼히 보던 아빠의 모습으로,
오늘 하루를 마치고 가족의 시간에 잠시 함께하는 수 많은 김 과장의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