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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Nov 18. 2019

집에서 글적긁적

아들과 함께 자는 일은 참 어렵다.

잠을 자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잠을 재우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한참을 놀아주고 하품을 하면서도 안자려고 하는 아이.


하루가 아쉬워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있어서 그런가

답은 혼자 자기 싫어서 그런거라는 아내.

그래서 가끔 집에 오면 불꺼진 집에 

아내도 아이도 같이 자고 있었구나 했다.


아이가 잠에 취해 다리가 풀리고

찡찡 거려 침대에 넣어주고 노래를 불러줬다.

태교 때 부터 불러줬던 작은별과 자장가

처음보다 점점 목소리 톤을 낮춰서 잠에 드는 가 싶더니

침대에서 한참을 움직인다.


내가 움직이면 일어나고

내가 가만히 있으면 혼자 침대 위를 돌아다니고

하품하는 소리는 들리는데 잠든 것 같진 않고

서로 보이지 않는 신경전 속에 거진 30분 이상을

바닥과 침대의 경계해서 눈치를 살핀다.


그렇게 방바닥에 뒹굴며 잠자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지난 옛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어제 해야했는데 안 할 일을 깨닫기도 하는 등

어찌보면 사색의 시간이라 좋긴 한데 

모처럼의 일요일 저녁을 손해보는 기분이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어서 일어나면 새벽 1,2시 

다시 자야하는 의무감에 다시 눕는데 잠은 안오고

나가서 컴퓨터를 켤까 핸드폰을 만질까하다 

아예 잠이 달아날까 싶어 포기한다.


아이 숨쉬는 소리가 고요히 방안을 채우고

나는 홀로 창밖을 보며 두런 두런 

다시 기억나지 않을 생각과 사념에 빠져든다.

오늘이 월요일인 것만 기억하는 그 피곤한 잠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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