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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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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Dec 07. 2019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집에서 글적긁적

엄마가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를 불렀지만 아무도 없었다.

공허한 메아리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울었지만 달래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벌써 삼십 년 전이다. 


사춘기 때 엄마와 함께 옷을 사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들의 옷은 죄다 멋지고 세련돼 보였는데

엄마가 고르는 옷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르고 입고 고르고 입고

멋있다는 점원과 잘 어울린다는 엄마의 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곳을 가자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돈으로 줘!"

이후 친구들과 옷은 샀지만, 

엄마와 함께 옷을 산 추억은 놓쳐버렸다.


엄마가 아팠다.

아니 아픈지도 몰랐다.

내 삶이 바쁘기에 

엄마는 늘 그렇게 그대로일 줄 알았다.

엄마는 엄마니까.


병원을 다녀오고 

엄마의 시간이 

엄마의 건강이 

내게 스쳐가는 추억이 되지 않았으면 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백화점을 향했다.

내가 옷을 고르고 

엄마가 입어보고 

점원의 말도 들리지 않는 듯

단 번에 고른 옷. 

왈칵 눈물이 났다.


엄마는 엄마였다.

다 큰 날 달래며

엄마는 웃었다.


오늘, 

엄마의 따스한 손을 다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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