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글적긁적
엄마가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를 불렀지만 아무도 없었다.
공허한 메아리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울었지만 달래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벌써 삼십 년 전이다.
사춘기 때 엄마와 함께 옷을 사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들의 옷은 죄다 멋지고 세련돼 보였는데
엄마가 고르는 옷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르고 입고 고르고 입고
멋있다는 점원과 잘 어울린다는 엄마의 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곳을 가자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돈으로 줘!"
이후 친구들과 옷은 샀지만,
엄마와 함께 옷을 산 추억은 놓쳐버렸다.
엄마가 아팠다.
아니 아픈지도 몰랐다.
내 삶이 바쁘기에
엄마는 늘 그렇게 그대로일 줄 알았다.
엄마는 엄마니까.
병원을 다녀오고
엄마의 시간이
엄마의 건강이
내게 스쳐가는 추억이 되지 않았으면 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백화점을 향했다.
내가 옷을 고르고
엄마가 입어보고
점원의 말도 들리지 않는 듯
단 번에 고른 옷.
왈칵 눈물이 났다.
엄마는 엄마였다.
다 큰 날 달래며
엄마는 웃었다.
오늘,
엄마의 따스한 손을 다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