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글적긁적
아내는 내가 라면을 먹는 것을 싫어한다.
밥이 있는데 왜 굳이 라면을 먹냐며.
가끔 아내와 싸울 때가 있다.
사소하지만 거슬리는 그래서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우리는 싸움을 한다.
싸움이 끝나면 냉전기에 들어가고 그 냉전기의 답답함이 싫은 누군가가 먼저 화해를 시도한다.
근데 그게 항상 나이다.
그래서 그 냉전기에 돌입하면 평소와 다름없는 아내와 초조한 내가 남는다.
나는 왜 화를 내었을까라는 자기반성과 어떻게 자연스럽게 화해를 할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지난 주말 아내와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
아내는 아침도, 점심도 날 부르지 않았다.
아들하고 둘이서만 오손도손 밥을 먹으며.
난 아침과 점심을 포기하고 아들과 함께 눈발이 휘날리는 공원을 뛰어다녔다.
그러다 애 감기 걸린다는 아내의 말에 아들은 완전무장을 시켰다.
우리의 싸움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면 안되니까.
처음 시작은 집 앞 산책이었는데 아들의 신남은 상상이상이었다.
눈이 오다 그치다를 반복할때마다 저기 저기 라는 말과 함께 앞장서는 아들의 힘찬 발걸음.
우리는 집과 점점 멀어져갔다.
그렇게 근 두 시간, 슬슬 지쳤는지 힘들다며 칭얼되기 시작하며 안아달라고 매달렸다.
갈 땐 가벼웠는데 올 땐 후우.
집에 돌아오니 나의 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아이를 재우고 난 라면을 끓였다.
한 개를 끓일까 하다 두 개를 끓였다.
한 번에 저녁까지 해결하자는 심산으로.
라면 냄새가 거실을 채우자 아내가 나왔다.
"내 꺼 까지 끓인거야?"
"어, 어."
자연스럽게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는 아내.
추운데 고생했다며 라면 먹고 푹 쉬라고 했다.
화가 눈발처럼 녹아내렸다.
나란 남자, 이렇게 쉬웠다니.
오늘의 교훈, 화해가 필요할 때 라면을 두 개 끓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