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몸치이다.
그래서 어디 가서도 춤을 잘 추지 않는다.
한참 유행했던 관광버스에서도.
그런 내가 밤이면 밤마다 블루스를 춘다.
그것도 음악도 없이, 상상 속의 박자에 언젠가 보았던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실체도 없는 스텝을 따라 하며.
아이는 울지만 난 차분히 스텝을 밟는다.
크게 울면 울수록 아이가 좋아하는 칙칙폭폭 소리로 박자를 맞춘다.
빨라졌다 느려졌다 서서히 멈추는 기차와 같은 블루스.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스핀을 돌았던지 발목이 다 시큰하다.
딸아이는 언제 울어냐는듯이 곤히 잠에 빠졌다.
아마도 내 생애 딸아이와의 가장 오래 춤을 춘 날로 기억될 듯싶다.
잘 자라. 새해 복 많이 받고.